10시반

by Minnesota

남자친구는 거의 항상 10시반 경에 전화를 한다.


거의 알람에 가까울 정도로 10시반 정각에 전화를 하는 편이다.


사귄지 이제 고작 한달 정도인데 이미 그 알람과도 같은 전화에 익숙해져버렸다.


그게 없어지면 또 얼마나 허전해질지 가늠이 안 간다.


이전 남자친구도 10시반에 퇴근을 하면 퇴근 도장 찍고 엘레베이터에 타자마자 나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나 그런식이었다.


퇴근 길에 자동차에서 통화를 했고 보통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좀 더 이야기하다가 들어가서 씻고 다시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던 사람과 헤어지고선, 나는 그렇게 항상 통화하던 사람이 사라지게 됐다.


그래서 헤어진지 얼마 안됐을 땐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메꿔보려고도 하고 일부러 다른 환경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렇게 그 습관을 지워내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헤어진지 한달도 채 안 되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됐고 웃기지만 이 사람도 똑같이 10시반 경에 본인의 할 일을 다 마치고선 전화를 했다.


내가 해달라고 해서 한 전화가 아니라 본인의 스케줄에 맞춘 시간대였다.


나는 그냥 받기 시작했고 그 전화에 다시 익숙해져버렸다.


어제처럼 회식을 하는 날 조차도 10시반에 나와서 대리기사를 부르기도 전에 나에게 전화를 한다.


그런 사람한테 최근 나한테 있었던 일 때문에 계속 짜증을 내게 된다.


어제 술김에 나에게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더라.


나는 다 듣고선, 내가 그렇게 나쁘게 구는데 나를 왜 만나냐고 물어봤었다.


그러니까 한참을 말이 없다가 한다는 말이 "너는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하더라.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또 말이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일까. 잘 모르겠다.


그리고? 라고 되물었다.


"좋아서 만나는거지. 그리고...다른 남자한테 주기 싫고."


나는 이 남자와 어떻게 될까.


초반에 겪은 이 모든 일을 견뎌내고서 잘 만날 수 있을까.


오늘 혼자 밤에 걷는데 이상하게 이 사람이 부르는 노래에 꽂혔다.


https://youtu.be/3bhF9lVmc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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