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잔째 마시는 커피

by Minnesota


어제부터 컨디션이 영 안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총 4잔의 블랙커피를 마시는 중인데 여전히 정신이 몽롱하다.


술도 안마셨는데 술을 진탕 마신 느낌이랄까.


어쩔수없다. 여자로 태어났으니 항상 한달의 한번은 이런 컨디션 저조를 견뎌내야한다.


재택근무 중인데 뭐가 많다. 재택근무라고 해서 편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점심시간에는 그새 자라난 눈썹 왁싱을 예약해두고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요새는 회사 앞에 있는 곳으로 다녔고 원래 오랫동안 다녔던 샵은 안 간지 꽤 됐다.


오늘은 재택근무일이라 오랜만에 그 곳에 예약을 했으나 결론적으론 원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우선 그 곳은 항상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최소 5통은 다시 걸어야 한다.


그래서 어제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해두었는데도 문제가 발생했다.


그 곳의 스태프는 내가 의도한 적 없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한 듯 했고 나는 의도한 적이 없음을 누차 밝혔다.


그러는 사이 점심시간은 다 끝나갔고 나는 원치않는 대화를 하고 돌아오느라 진이 더 빠졌다.


그 사이 리저브 커피는 식을때로 식었고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집에 돌아와서 바로 회사 업무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 받고선 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이유는 하루가 참 내가 원하는대로 살기 힘들다는 점이다.


나는 그 스태프에게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비하한다거나 조금이라도 낮추어서 말한 적이 없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렇게 받아드렸다.


나는 애초에 그 샵에 더 이상 갈 일이 없어서 멤버십 갱신도 안 한지 오래됐다.


집에서도 멀고 회사에서도 멀기 때문에 굳이 거기서 더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도 나는 멤버십 비용이 얼마 남지 않아서 차액을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그 스태프는 내가 멤버십을 갱신하겠단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다른 소리를 하더라.


끝까지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나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그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인사하고 나왔다.


어디서든 마지막은 중요한데 인사 한마디 없이 굳이 문을 나설 이윤 없었다.


어쨌든 그 사람은 내 말에 기분이 상한것이었고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 사람이 기분 상한 것에 대해 어느정도 미안함은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그 샵을 다시 방문하진 않을 것이다. 거의 8년간 다녔던 곳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자존심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걸 잘 알기때문에 나는 다른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


추석 연휴가 끝난 첫번째 날인데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대로 하루가 흐르지 않는 것 같아서 애석할 뿐이다.


게다가 집에 올때 우연히 본 영상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의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을 답습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부모 밑에서 커온 자식은 훨씬 더 쉽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그렇게 되면 나는?


그 영상을 보고나니 더 힘이 빠지더라.


무의식적으로 답습한 것을 나는 어떻게 더 노력해서 이겨내고 떨쳐낼 수 있을까.


다 식은 리저브 커피에 뜨거운 물을 들이부으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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