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 당일이다.
나는 이맘때 왠지는 몰라도 거의 항상 혼자였다.
사귀는 사람이 있어도 장거리여서 옆에 없었고,
잘 사귀고있다가도 이때쯤 헤어져서 솔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길고 긴 추석 연휴에 주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만나긴 해도 그건 일부일 뿐이었다.
결국은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사람을 만나면 주로 술을 마셨고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은 채 집에 돌아왔다.
나 혼자선 전시회를 보러 갈 때도 있었고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예술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추석은, 대한민국의 30대 기혼 여성으로서 시댁과 친정을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시댁에 가서 전을 부치진 않았고 해두신 밥을 먹고 적당한 시간이 흐르자 집에 돌아왔다.
친정에 가서도 해두신 밥을 먹었고 용돈을 받아왔다. 우리는 드리지 못했다. 우리가 가져간 사과도 돌려주려 하길래 애써 만류했다.
그렇게 나는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냉장고와 집 곳곳을 친정과 시댁에서 가져온 것들로 채웠다.
올해 추석은 혼자가 아니구나.
나는 좀 전에 남편과 함께 입을 커플 후드티를 주문했다. 반팔 하나, 맨투맨 하나 정도 있던 커플옷 종류 중에 후드티가 빠진게 좀 이상했던 터였다.
친정은 여전했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얼른 지금의 우리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 곳에선 더 있을 수 없을만큼 오랜시간을 보냈고 나는 수도없이 많은 세월을 경기와 서울을 오고가며 흘려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남편에게 또 한번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서 살기 싫다고 했다.
그냥 나는 내 과거의 뒤안길에 그곳을 묻어두고 싶다.
연휴나 특별한 행사에만 가끔 찾아가는 곳으로.
그렇게 나는 다시 내 자그마한 신혼집에 돌아왔고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보내는 추석이 꽤 괜찮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