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스락 Jan 09. 2024

아싸 후배와 피어싱 도전기

화요갑분 : 옷 대신 액세서리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후배와 함께 홍대로 향했다.

요즘 핫하다는 그곳을 나이 많은 선배와 함께해준 후배가 고마웠다.

한껏 들뜬 기분에 내 입은 재잘재잘 자꾸 말.말.말이 순서 없이 후루룩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동안 입안에서 어떻게 참고 있었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오후 반차를 낸 우리는 홍대 가는 버스에 몸과 마음을 맡겼다.


같은 하늘인데 홍대의 공기는 달콤하고 상쾌했다.

사무실 근처 공기는 음침하고 탁했는데, 그곳을 벗어나니 하늘도 공기도 달라졌다.


젊음의 거리답게 활력이 넘쳤고, 볼거리도 다양해서 흥이 솟아올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동감에 몸이 여기저기 꼬물거렸다.


떡볶이집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쇼핑을 시작했다.

우와~ 우와~~ 촌에서 서울 구경 온 것도 아닌데 입에서 자꾸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내 몸 절반만 가릴 정도의 손바닥만한 옷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만 입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고개를 돌렸다. 반짝반짝 앙증맞은 액세서리가 주머니를 가볍게 만드는 건 한순간이다.





값진 휴가를 나랑 놀아준 후배의 오늘을 꼭 기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타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툭툭 던지는 짧은 말에 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츤데레 같은 후배의 따뜻한 마음을.

모두에게 무표정하지만, 웃는 얼굴이 순수하고 귀여운 후배에게.


사람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남몰래 수학 문제를 풀며 달랬던 후배에게.

코딩이 꿈이지만, 하고 싶지 않은 재미없는 일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


'아싸'가 되려 노력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나에게 '아싸'가 좋다던 후배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너를 참 좋아한다고.

우리 오늘 피어싱할래? 깜짝 놀란 후배 반응에 팔짱을 끼고 피어싱 뚫어주는 가게를 찾아갔다.


다행히 소나무처럼 차분한 후배는 피어싱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는 한껏 설레고 흥분된 기분으로

한쪽 귀에 피어싱을 위한 귀를 뚫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귀에 서로 골라준 피어싱을 착용하고 수줍지만, 알 수 없는 뿌듯함에 한참을

마주 보고 깔깔 소녀마냥 웃었다.


착하고 생활력 강한 후배는 배려와 희생이 몸에 밴 친구였다.

먼저 상처받기 싫어 마음 한편 내주지 않으려 꽁꽁 싸매고 있지만, 그 마음은 다 전달되고 있었다.

정작 본인만 스스로를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퉁명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벌써, 7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물지 않은 피어싱 자리가 후배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고, 후배는 그 후에도

피어싱 하나 더 달고 찾아와 이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후배는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5년 전 퇴사를 했고, 오늘 문득 귀걸이(피어싱)를 보고 생각나서 연락 했더니 보고 싶단다.  멋진 직장인의 포스가 스멀스멀 나는 그녀는 이제 '아싸'가 아닌 게 확실했다.

(90년생 그녀의 마지막 20대를 응원한다. 사실 그녀 엄마와 나는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


'24년 1월 9일 귀여운 솔이~




[에필로그]

얼마 전 후배의 전화

"언니, 팀에 막내가 너무 까칠하고 팀에서 밥도 안 먹어요"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제가 회사 생활 에티켓 좀 알려줬는데 통하지 않네요. 휴" (너 이상해)


















*츤데레 : 겉으로는 엄격 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을 말한다. 네이버 어학사전

*아싸 : 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화요갑분#후배#피어싱#홍대#아싸#




 


 













매거진의 이전글 색깔이 뭣이 중한디! 그냥 인정하면 되는 것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