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맞게 울려 퍼지는 낯선 이의 목소리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자기야 일어나"
"아직도 자는 거야, 나 진짜 삐진다."
젊은 남자의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거슬린다. 어젯밤 안방에서 자다가 아들 발길질에, 눈앞에 반짝 별동별 몇 개 맞이하고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귀를 간질 거리는 목소리.
발등의 하트 모양 상처 (어느 작가님의 표현 ^^)로 새벽 수영을 쉬며 간만에 단잠에 빠져 있는데, 자꾸 꿀 뚝뚝 남자 목소리가 거슬린다.
살며시 딸아이 방을 열어보니 은은한 불빛에 곤히 잠들어 있는 보드란 딸아이 얼굴이 보인다. 그 옆에서 자꾸 일어나라고 깨우는 정체 모를 남자 목소리를 차단. 알람을 재빠르게 껐다. 새벽 6시... 내가 수영 가고 없는 그 시간에 딸아이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었나? 때론 말끔히 씻고 나를 맞이하던 아이. 때론 이미 아침을 먹었다며 일찍 학교를 간다던 아이. 때론 저 먼 꿈나라에서 몽실몽실 단잠을 자고 있던 아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스스로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
살며시 딸아이 옆에 누워 아이 품을 파고드는데 미기적 잠이 덜 깬 손으로 나를 꼭 안아주며 자기 품 안으로 끌어당긴다. 어찌나 따스하던지 그렇게 한참을 아이 품에 안겨 있는데 "자기야~ 일어나" 다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딸 외간 남자가 새벽부터 왜 이렇게 널 깨운다니"
"풉" 눈을 감은 채 헛웃음 웃던 아이가 "엄마 OO잖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야, 목소리 너무 좋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낯선 남자의 간질거리는 목소리 덕분에 아이의 품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팅팅 부은 얼굴을 마주하니 또 회사 가기 싫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회사 생활도 할 만큼 한 사람이 아침이면 회사 가기 싫다고 투정이다. 거울 속 나를 내버려두고 아이들과 나물비빔밥으로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하루를 힘차게 보내자며, 집을 나섰다.
한 줄 요약 : 딸아이 품에서 시작한 하루라 그런지 하루 종일 둥실 뭉실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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