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정성 아들 숨소리에 아픔도 사라졌다.

행복은 참 단순한 얼굴을 하고 있다.

by 바스락

올 것이 왔다. 한동안 펄쩍펄쩍 하루 24시간을 어찌나 알차게 살아가고 있는지 매일 매주 새로운 루틴에 적응하며 뿌듯함으로 하루를 채워갈 때쯤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 아이 때부터 아들 감기는 열감기를 동반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들 몸은 불덩이다. 그렇게 삼일 정도 아들이 고열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나도 분주했던 일상이 느슨해지면서 잊고 있던 몸살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긴장 세포는 날이 새워져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던지 아버님 칠순 잔치 시간이 다가올수록 알 수 없는 초조함과 압박감으로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대충 화장하고 옷을 챙겨입고 뷔페 집을 향했다. 미리 가서 상차림과 현수막 그리고 동영상 테스트도 해야 하는 상황.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 준비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5시가 되기 전 몇몇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잔치는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약간의 소음과 약간의 혼선 약간의 엉성함은 패스, 마음에 남겨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끝나 가는 줄 알았다.





가까운 친지분들은 2차로 우리 집으로 향했다. (순간 멈칫했지만 이미 집으로 향하고 있는 분들을 어찌하랴?)

뒷정리하고 집에 도착하니 현관 앞은 신발들이 서로 뒤엉켜 누가 누구의 짝인지도 구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으로 직진 부랴부랴 작은 술상에 과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별님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엄마 내가 할게, 엄마 좀 앉아서 쉬어" 윽 어찌나 뭉클하던지 "아니야, 엄마가 하면 돼" 간단한 술상을 차리고 부족한 술과 안주를 조달하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무르익어가던 술자리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대학생인 조카의 심드렁 안 한 마디 "우리 언제가?" 그 한마디에 1차 집으로 향한 삼촌, 조카네 식구들,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술자리는 12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무거운 몸을 침대에 눕히는데 머리가 지끈거려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안방 바닥에 얇은 이불을 깔고 몸을 잔뜩 움츠려 봤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온몸이 쇠뭉치로 맞은 듯 욱신욱신 일으켜 세워지지도 않은 몸을 기어코 일으켜 밥을 하고 식탁에 앉아 잠시 쉬며 국거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님이 나오셨다.


"어제 고생 많았다. 힘들었지. 고맙다. 덕분에 가족들 한자리에 모여 아부지 기분이 좋았다."

"아버님 기분이 좋으셨으면 됐죠, 어제 저 용돈도 주셨잖아요. ㅋㅋ 기억나세요?"


어젯밤 아버님이 갑자기 봉투를 꺼내시더니 특정인 나를 포함해 몇몇에게만 5만 원씩 용돈을 주셨다.

씩 웃으시면서 아침도 안 드시고 내려가신다는 아버님, 아침 드시고 천천히 내려가셔도 된다고 했지만, 아버님은 한사코 일찍 내려가신다며 어머니를 재촉하셨다. 나를 위한 아버님의 배려였음을 알고 있다.


남편도 오전 일정이 있다고 일찍 내려갔고 별님이는 일찍부터 친구들이랑 워터파크를 가고 없었다.

어제의 흔적들 치워야 하는 것도 내 몫. 문득 어제 남편에게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언니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오빠도 고생 많았어."

아가씨의 말에 나도 모르게 "오빤 입으로만 했어요" 툭 던진 말에 웬일인지 남편이 잠잠하다 분명 한 소리 해야 할 타이밍인데 살짝 남편 얼굴을 보니 약간의 썩소 와 약간의 민망함과 약간의 미안함이 느껴질 듯 말 듯 복잡 미묘한 감정이 엿보였다.





한바탕 청소하고 나니 더 이상 몸을 가눌 힘이 없었다.

이른 시간 잠을 청해 보는데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일요일이라 약국도 문을 닫았고 해열제도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 한참 끙끙거리고 있는데, 조용히 아들이 다가와 축축한 물수건을 머리에 얹어 주고서는 팔과 다리를 물수건으로 닦아주기 시작한다. 며칠 전 아들이 아팠을 때 내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나에게 해주는 아들.


한참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헉헉거리더니 내 이마를 만져보고 훌쩍거린다.

"엄마 너무 뜨거워 열이 안 내려서 무서워" "너 설마 우는 거야, 뭐야 엄마 괜찮아 얼른 자"


걱정이 많은 아들은 이마에 얹어놓은 수건을 몇 번 갈아주고 다리를 주무르며 훌쩍이더니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디. 해열제 대신 두통약을 먹고 잠을 청했지만, 욱신거리는 몸으로 스며드는 한기. 겨울 이불을 돌돌 말아도 느껴지는 한기에 전기장판을 꺼내고 싶었다. 장롱에 있는 장판을 꺼내서 바닥에 깔 힘도 없는 상태라생각만으로 전기장판의 뜨뜻함을 느끼고 있었다.


'새벽 수영을 가지 말걸, 어제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걸, 어젯밤에 찬 바닥에 눕지 말아야 했어.'

끊임없이 들쑥날쑥 느껴지는 오한과 오르는 열을 느끼며 지나간 행동을 끄집어내는 밤을 지새웠다.


미지근한 아침, 가까스로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와 보드라운 손으로 이마를 만져본다.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 아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회사를 가야 하는 가혹한 현실. 익숙한 일상에서 조금 삐그덕거리는 하루를 보냈다. 퇴근 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밖에서 분주한 아들은 엄마 카드를 찾더니 급하게 나가버렸다 배고파서 편의점 가는구나 생각했다.

"엄마 병원 안 갔지" 급하게 다시 돌아온 아들은 대뜸 야단치는 목소리로 나를 쏘아본다.

(병원 갈 정신이 없었다. 그저 눕고만 싶은 하루를 보냈다.)


"감긴데 춥다고 한다고 하니까 이거 주셨어." 아들은 몇 가지 약을 챙겨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얼른 먹으라고 재촉한다. 급하게 나가더니 약국을 갔다 왔구나, 기특하기도 해라, 아들 걱정 덕분인지 약을 먹고서야 열이 조금 내리고 뭐라도 먹을 수 있는 기력이 생긴 듯했다.


내 손을 꼭 잡고 옆에 누워 아프지 말라는 아들, 엄마의 팔베개가 너무 좋다는 아들은 전날 밤의 초조한 마음을 풀어 놓으며 일찍 잠이 들었다. 새근새근 아들 숨소리가 팔팔 끓어오르던 열을 잔잔하게 녹여주고 있었다.


학원 가기 싫다고 찡찡거리면 넘의 아들 같은데 내일 아침은 백종원 계란밥 레시피로 직접 아침밥을 해주겠다며 내 팔에 코 박고 잠들어 있는 너는 행복 가득한 내 아들이다.


여전히 세상에 엄마밖에 없다는 아들 덕분에 못살게 굴던 몸살기도 사라지고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아들 고맙다. (지독한 몸살은 족히 2주를 보내고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 줄 요약 : 행복은 언제나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 심한 몸살감기도 도망칠 만큼 단단하게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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