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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un 03. 2024

 소리 없는 통곡, 아이가 울었다.

너의 친구가 되어 주고 싶어

"엄마, 나 학원 안 가면 안 돼"

몇 개의 톡과 부재중 전화. 사랑하는 딸, 사랑하는 아들 부재중 전화는 아들이고 카톡은 딸이 남겨뒀다.

"엄마, 왜 카톡을 안 봐"

딸아이의 카톡 내용은 몸이 좋지 않아 학원 안 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져 아이들 연락을 받지 못했다. 딸에게 전화를 했다. 대뜸 "엄마 나 학원 안 가고 싶어" 이유 없이 그냥 학원 안 가고 싶다는 딸, "자주 빠지면 습관처럼 안 가고 싶어서져 안 돼, 그냥 가도록 해" 딸아이는 계속 쉬고 싶다며 전화를 끊지 않는다. "엄마 바쁘니까 집에서 얘기해, 오늘은 쉬도록 해" 고집을 잘 부리지 않은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일단 집에서 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딸과의 통화 후 집중도 되지 않고 업무는 제자리걸음이다. 야근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 목소리가 자꾸 귀에맴돌았다. 더 이상 업무는 무리임을 깨닫고 부랴부랴 딸에게 전화했다. 


"딸 어디야" 

"집에 가는 중" 

"그럼 엄마랑 밥 먹자" 

"싫어 배 안 고파" 

"그냥 와 사거리 건널목에서 만나"


고개를 땅에 떨구고 우울한 얼굴을 한 아이,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죽 먹자" "싫어" 속 안 좋다고 해서 죽을 먹자고 했더니 싫다며 햄버거를 먹겠단다. 우울해 보이는 아이의 의견을 따라 주기로 했다.


햄버거를 기다리며,

"학원은 왜 가고 싶지 않은 건데, 학원을 옮길까 아니면 반을 옮겨 달라고 할까?"

"아냐 그냥 혼자 공부하고 싶어 학원 안 다니고 혼자 하고 싶어"

"그건 안돼"

"기본은 아니까 그냥 학습지 풀면 되잖아"

"잘하는 거, 열심히 하는 거 원치 않아 그저 습관처럼 했으면 좋겠어, 그러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도움도 안 되는데 학원을 왜가" "그건 네 생각이고"


햄버거가 나와서 대화는 잠시 보류했다. 일단 맛있게 먹기로 했다. 


햄버거를 먹는 동안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 내가 지금 딸 눈치를 보는 건가? 햄버거가 입으로 들어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퍽퍽하게 입안에서 맴돌았다. 


"엄마 오늘 바쁜 날인데 왜 왔어, 다시 회사 가야 해?"

"응, 너 밥 먹이고 가야 하는데, 그냥 농땡이 칠까? 아니지 업무시간 끝났는데, 농땡이는 아니고 내일 더 많이 하지 뭐, 너랑 같이 집에 갈래"


집에 도착해서, 잠시 침묵 

"딸 왜 학원이 싫은지 말해줘"

 "그냥 혼자 집에서 학습지 풀고 싶다니까"

"그건 안돼" 단호해 지기로 했다. 그 어떤 여지도 주지 않기로 했다.


소파에 얼굴을 파묻더니 어깨를 들썩인다. (우는 건가)


주저리주저리 나는 엄마로서 해야 할 말들을 앵무새처럼 나열하고 있다. 딸은 미동 없이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그럼 2주만 학원 쉬자" 여전히 대답이 없다.


"말해야 알지,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그 순간 소리 없이 통곡하는 아이를 보게 된다. 눈물을 닦아줄 새도 없이 주르륵, 주르륵, 조용히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며 착잡한 마음이 복잡하게 엉킨다.


울고 있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고 손을 꼭 잡았다.

"우리 딸 아직 얘기였네, 엄마가 너무 큰애처럼 대해서 속상했구나, 척척 알아서 하니까 엄마가 그냥 지켜만 봤는데 서운했구나, 엄마가 미안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콸콸 눈물을 쏟아내며, 빨개진 코를 만지작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운 건 뭐지)


여전히 말 한마디 없이 울고만 있는 딸.

"실컷 울어 그럼 마음이 개운해질 거야, 근데 딸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아주고 묵혀두면 안 돼, 언제든 엄마아빠한테 말해줬으면 좋겠어." 연신 고개만 끄덕이는 딸.


"어른 흉내 내는 아이들 지금 너희가 그래 어른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데 아직은 아이잖아, 그래서 엄마아빠가 옆에 있는 거고 필요한 거야, 그걸 잊지 말아 줘!" (또 고개만 끄덕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딸,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말 좀 해줘, 목소리 들려줘"

허기 침을 두어 번 하고 "응" 짧고 굵게 한마디 하더니 나를 보고 씩 웃는다. (귀여운 딸내미)


어느 순간 생각과 마음을 말하지 않았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딸도 나도 서로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아무 일 없을 것 같던 하루는 그냥 그런 하루가 아니었다.


참고 있던 눈물이 모습을 보이고서야 우린 진솔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딸에게 져주기로 했다


"그럼 한 달 동안 학원 쉬자" 중학교 생활 적응하라 친구들 만나 새롭게 사귀느라 너도 아주 힘들었겠다. 엄마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갈 거로 생각했어. 엄마 생각이 짧았어. (불안하고 걱정이 됐지만 지금 아니면 이 아이가 언제 편하게 쉴 수 있을까 그냥 못 이기는 척 져주는 거로 마음을 정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짜 별, 딸은 그제야 재잘재잘 예전 정 많고 천연덕스럽게 웃던 귀여운 아이가 되어 빛을 내고 있었다. 일을 포기하고 너에게 달려왔던 오늘 엄마의 모습을 칭찬해 ^^




딸아이_나태주


너를 안으면 풀꽃 냄새가 난다.

세상에 오직 하나 있는 꽃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는 꽃

너에게서는 나만 아는 풀꽃 냄새가 난다.



한 줄 요약 : 눈물은 또 다른 치유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딸#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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