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알아가기
치열하게 복작거렸던 하루, 감정이 울그락불그락 딸은 어땠을까, 나처럼 울그락불그락했을까. 무신경한 사람이 섬세하게 일정 관리를 하고 아이들 감정을 살피려 하니 정신이 지쳐간다. 정신이 지쳐 무너지는 마음 끝자락을 부여잡고, 부모임을 엄마임을 생각한다.
먼저 포기하면 안 된다. 먼저 지치면 안 된다. 먼저 마음을 놓치면 안 된다. 스스로 다독이지만 지쳐버린 감정이 결국은 조여 있던 나사를 풀어 헤친다. 엄마도 감정이 있어 화나면 소리치고 너를 억압할 수 있어.
결국 훌쩍이는 아이, 후회는 늦었다. 말은 내뱉고 나면 그걸로 이미 제 역할을 다 해버린다.
다정했던 아이의 손길이 다정했던 아이의 눈길이 그리워 잠시 아이 방에 머물다 눈물이 쏟아져 급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미련한 엄마.
착잡한 생각이 울타리가 되어 생각의 폭을 단절시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슬픔이 가득 찬 내 모습만 느껴질 뿐. 하루가 지나고서야 알았다. 쌓여가는 답답함은 진솔하지 못한 표현이었음을.
미련한 엄마가 걱정된 딸은 어기적어기적 주위를 맴돈다. 그리고선 재잘 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엄마의 표정이 엄마의 미소가 그립다는 아기 새처럼 재잘거리더니 머리를 긁적긁적 그 모습이 또 예쁘고 사랑스럽다.
줄곧 내달리던 마음이 잠시 잔잔해졌다.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의 장점만 찾아보기로 했다.
어른의 말을 부모의 걱정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학창 시절 나를 생각했다.
별님이는 황민혁을 좋아하고 나는 김민종을 좋아했다. 우린 닮아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책상을 징검다리처럼 뛰어넘고 다니던 나를 잠시 잊고 있었다.
공부보다 친구가 좋았고, 수업 시간에 그림 그리는 게 좋았다. 시험 기간에 롤러장 갔던 나를 잊고 있었다.
수학 시간 수업을 땡땡이쳐서 반 친구들이 나를 찾으러 다녔던 사건을 잊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엄마도 그랬어."
다시 '火'가 차 오릴지 모르지만, 오늘은 너의 아이돌 황민혁을 좋아하는 너를 이해하기로 했다.
사실 엄마는 김민종 브로마이드로 벽을 가득 채웠던 적도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사라지고 너의 엄마로만 존재하려 했던 좁디좁은 마음이 너로 인해 열리고 있다.
별님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너무 늦지 않게 밝고 맑았던 우리 별님이로 돌아오렴!
엄마도 잘생긴 황민혁이 좋아졌어,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괜히 했다는 네 말이 내내 마음을 짓누르고 슬펐단다. 잊지 마! 엄마는 여전히 네 편이야.
아이돌 황민혁 나의 아이돌 김민종 (그 시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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