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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Nov 07. 2024

아들 상처에 바스락거리는 마음

텅 빈 마음 

인생에 생애주기가 있듯 마음 주기도 있나 봅니다. 가을 타는 여자는 내내 심드렁한 하루에 이틀을 보내고

맙니다. 허허벌판에 고스란히 두고 온 마음이 펄펄 뛰는 심장 안으로 포개어 오길 기다려 봅니다.


아이는 엄마의 거울일까, 이맘때면 크게 다쳤던 아들. 아들을 밝혔던 불빛 하나를 끄거나 다른 곳으로 향할 때 아들은 꼭 엄마 나 여기 있다고, 엄마의 관심을 바라듯 크게 다쳤다.


며칠 운동에 빠져 있던 엄마를 부르던 아이가 다쳤다는 소리에 컴컴한 밤길을 내달렸다. 뛰는 심장보다 내달리는 다리를 제어할 수 없어 몇 번을 앞으로 꼬끄라질 듯 위태로운 상황을 지나 아들이 웅크리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도 잔뜩 움츠린 아들 모습이 짠하고 쓰리고, 아프다. 엄마 운동 끝나는 시간만을 기다리다 싸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맺혀가는 선홍빛 핏줄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아들. 엄마, 나 다쳤어요.


아들은 다쳤다고 말하는 게 두려웠을까, 아들이 다쳤다는 말은 오늘 아침 먹었어! 처럼 흔하디흔한 안부 인사 같다. 일주일 전 손바닥에 물집을 홀딱 벗기고서는 아프다고 투덜투덜 연고 바르고 밴드 부쳐 며칠 치료하면 됐을 텐데 그걸 못 기다리고 홀랑 벗겨버린 아들의 대찬 행동에 짜증을 내었던 나라는 엄마 때문이었는지 선홍색 피가 검게 흘러내리는 동안에도 아들은 참고 있었나 보다.


머리를 가슴에 파묻고 있는 아들, 화끈 달아오른 숨소리를 가다듬고 조용히 아들 옆으로 다가갔다. 눈물이 덕지덕지 어둠 속에서도 느껴지는 아들의 서글픔. 엄마, 내가 걸어가다 옷에 발이 걸려 넘어졌는데 잠바에 발이 걸려.상처가 이렇게...말을 흐리는 아들은 혼날까 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살짝 아들 손을 떼고 상처를 살폈다 '흠' 심하게 패어있는 무릎은 그냥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기엔 살점이 다 떨어졌고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9시가 넘은 시간. 아, 오늘은 일찍 올걸, 아들에게 나가지 말라고 할걸, 아, 운동 중에 전화 한 통 할 걸, 온통 쏟아지는 후회의 쏠림 속에서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나만 바라보는 아들 눈을 마주하기 겁났다. 아들 상처를 보고 이미 굳어버린 표정과 떨리는 심장이 들킬까 봐 애써 고개를 숙여 아들 무릎을 들여다보는데 눈이 뿌예지고 속상한 마음에 결국 한 소리 하고야 만다. 그냥 다친 게 아니잖아, 손을 댈 수도 없는 아들의 상처. 아들을 부축해 집으로 오는 내내 공기는 차갑고 내쉬는 숨소리는 무겁다. 깊은 상처와 멈추지 않은 붉은 피 소독해야 하는데, 떨리는 마음이 자꾸 내려앉는다. 

아, 마음은 허허벌판에 두고 왔지!


"엄마 내가 할까?"

지켜보던 딸의 목소리.


한 줄 요약 : 아들 상처가 상처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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