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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매일이 달랐다.

당신이 있었기에,

by 바스락

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아이 엄마를 매일 아침 마주한다. 어제도 보았고 그 전날에도 보았고 오늘도 보았다. 매일 보면서 아이들이 참 예쁘다. 오늘은 머리를 양갈래로 땋았네, 깡충 뛰어가는 아이들 모습만 눈에 들어오더니 오늘은 아이 엄마 웃는 모습이 보였다.


'저 엄마는 매일 예쁜 원피를 입고 활짝 웃고 있구나'


생각이 스치자 어제의 아이엄마, 전날의 아이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매일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웃고 있었다.


나는, 어땠을까? 새벽 출근에 출장이 잦았던 남편, 아침이면 두 아이 챙기느라 정신없었던 출근길, 뒤로 야무지게 묶어 올린 쪽진 머리를 하고 큰아이 유모차에 태우고, 아기띠에 작은 아이 둘러메고 이유식가방 챙겨 종종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왜 그때는 그렇게 여유가 없었을까? 예쁜 원피스 입을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독박육아에 지쳐갈 때쯤 남편은 자진해서 부서이동을 했다. 남편의 작은 배려였다.

남편이 육아를 돕기 시작하자 내 업무량이 많아졌고, 남편의 독박육아가 시작되었다.



"아이들 습관이 음,,, 다시 잡아줘야겠다."

"내가 잘못 가르쳤나 봐"

.....?

"당신 이거 아니잖아, 이렇게 나오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나 닮아서 내가 아이들 편을 많이 들어서 그렇다고 해야지"

"아니야, 당신 아이들 어렸을 때 맨날 야근하고 주말 출근하고 거의 같이 없었잖아, 내가 잘못했지"

....?


평소답지 않은 남편 모습에 적잖게 당황했다. 절대 자신의 탓을 하지 않은 자신감 만렙 남편이 의기소침하게 응수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삶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몫이라 생각했기에 불평하지 않아다.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는 엄마이고 싶었다. (실은 정말 부족한 엄마다)


남편의 낙천적인 성격과 남편의 용기가 부러웠지만 응원했다.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내가 할 수 없고 하지 못하는 선택적 일들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배짱이 놀라웠다.


어느 순간 한쪽으로 치우친 시간과 공간에서 남편의 지분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남편의 세계에서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내 주위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새벽 출근하는 남편, 그 시간에 나도 내 시간을 만들고 있다.


시간은 걸렸지만, 미묘하게 매일이 달라지고 있고, 내가 멋대로 단정 짓고 판단했던 남편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나는 내가 정해둔 삶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갇혀 있었고, 정작 삶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처럼.


남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정작 나는 쪽진 머리를 하고 아이들 들쳐 엎고 출근하기 급급했던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어도 되는데,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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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