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야 만다.
가끔 남편을 웃겨 주고 싶은 날이 있다. 웃상인 남편 얼굴이 무표정일 때,
깊은 주름이 잔뜩 찡그리고 있을 때, 이유 없이 남편 옆구리를 꾹꾹 찔러본다.
'어라 반응이 없다'
검지 손가락에 힘을 줘서 다시 꾹꾹 질러본다.
'침묵'
1년 365일 남편의 우울한 모습은 극히 드물다.
새벽 4시
새벽 독서하는 내 앞에서 굳이 삼겹살을 굽거나 컵라면 끓어 맛있게 먹는다.
오늘은 4시 10분도 안 된 시간에 소고기를 굽고 고추장찌개를 데워 밥 한 공기를 비우더니 그대로 소파로 향했다. "어머, 지금 4시 30분야, 5시인 줄, 당신 왜 이렇게 일찍 일었났어?"
5시부터 밥 먹는 당신 피해서 좀 일찍 일어났어, 그 시간에 집중 좀 하자 (속마음)
"그냥, 새벽에 글을 좀 써볼까 하고 일어났는데, 당신은 배가 고파서 일어났구나"
"배 고파서 잠이 안 오잖아, 소고기 생각에 일찍 일어났지."
"당신도 5시에 책 읽기 전에 워밍업 좀 해"
(제발! 나 집중 좀 하자! /여보, 당신도 샌드위치 하나 먹을래? 하나 만들어줘?)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조용해서 소파를 보니 곤히 잠든 남편, 장도 튼튼 먹성도 튼튼, 정신도 튼튼
5시 10분
"여보, 일어나 회사 가야지"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나는 남편 머리는 닭 볏이 되어 있었다.
"여보, 나 머리 이상해?" 눈길 한번 주고 다시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이상하구나, 얼른 감고 나올게."
위위윙~~ 머리를 대충 말리고 후다닥 옷을 입고 정확히 5시 30분 출근하는 남편
드디어 내 시간이다.
"띠리리"~
"왜, 또" 자동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짜증스러운 목소리
"왜 화를 내, 김치 컵라면 챙겨가서 먹으려고, 아침에 아이들 고기 꿔서 먹여"
"내가 알아서 해, 조심히 빨리 가"
오후 6시 집에 도착해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남편
그 모습이 우울해 보여서 옆구리를 찔렀다. 새벽에 책 읽는 사람 앞에서 소고기 구워 신나게 먹던
천진한 남편은 어디 가고 걱정 보따리 끌어안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라니,
"여보, 괜찮아 뭐 어때, 그냥 맘 편하게 가"
"누가 1년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분을 쌓을 수 있겠어, 오빠니까 가능했어, 다시 내려가서
그분들이랑 신나게 즐기면서 오빠 하고 싶은 거 해"
"나야 뭐 내려가면 편하지, 당신이랑 아이들이 걱정이지"
"넣어둬, 내가 잘할게, 그리고 나 할 일 아주 많은 여자야"
"아, 벌써 형들한테 연락 돌렸지, 다들 신나 해, 체육관에 전화해서 회비 깎아 달라고 총무한테 전화했는데, 알았다고 큭큭 내려가면 운동 조금만 할께"
'그럼 그렇지'
남편은 작년에 지방 발령 후 1년을 대전에서 생활했고 올해 다시 서울로 복귀했지만, 지방 근무 1년 동안 체육관에서 만난 지인들로 거의 그 지역 토박이처럼 활동하고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지방 직원 병가로 인해 오늘 다시 지방 발령이 났다. 정말 침울한 건지 너무 좋아서 날뛰는 기분을 단속 중인지 모르곘지만, 속상해하는 기분에 공감하는 중이다.
<개똥아 사랑해>라는 24년 남편 지방 발령으로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기 시작했는데, 25년 12월 다시 지방 발령 받은 오늘 30편의 글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시트콤 세상에 사는 남자>는 개똥아 사랑해 후속으로 연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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