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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Sep 18. 2023

꽁냥 꽁냥 세포들

나를 보듯 너를 본다.

우리 딸은 아기자기 귀여운 소품들을 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꼼지락꼼지락 손으로 만들고, 그리고 손재주가 참 좋은 아이다.

딸랑 파우더 하나에 립스틱 하나 챙겨서 다니는 내 파우치를 보더니

"아니, 엄마 화장품이 이게 다야, 엄마 쫌 립스틱은 이게 뭐야"

"그거 니 거야, 네가 사서 안 쓰는 거 엄마가 쓰고 있어"


"휴 ~ 내가 엄마 생일날 화장품 사줄게" 

"풋, 딸 누가 들으면  용돈이 엄청 많은 줄 알겠다."


지금 이렇게 나와 대화를 하는 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 그러나

때론 나보다 더 엄마 같은 아이 

내 말문을 턱 막히게 하는 엉뚱한 소리와 현명한 소리를 굽이굽이 잘도 표현하는 아이다.


요즘 용돈 모아 화장품, 클렌징폼, 립스틱 사는 게 취미다. (주말에 잠깐 집에서만 사용, 현재는)


"엄마는 쿨톤이 잘 어울리니까, 앞으로 립스틱은 쿨톤을 사도록 해"

"딸, 엄마는 그런 거 잘 몰라" 

"알았어 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 내가 골라주면 되잖아"



그렇게 시작된 쇼핑!! 

꾸미는 재주가 없어서 화장품에도 관심이 없는 편 이다.

무미건조!! 일충이 남편이 나를 타박할 때 쓰는 표현...

좋고 싫음이 분명하지 않은 무표현 윽, 나는 그냥 상대방 의사를 존중하고 맞춰 주는 건데

다소 주장이 없긴 하다.


어쨌든 이런 나와는 다르게 소신이 확실한 딸은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확실한 편이다.

뭘 사야 할지 모르고 서성이는 나와 달리 립스틱이며 아이섀도 색깔을 비교하며 눈을 빛내고 있는 아이

낯설다!


"엄마, 이거 봐, 엄마는 이 색깔이 잘 맞아, 자 봐봐"

색깔이 참 예쁘고 곱다. 필요한 게 있으면 요즘은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고 색깔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비교하며 구입하지는 않는 것 같다.


발그레한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조물조물 나에게 설명하는 아이는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에 아이처럼 나도 꽁냥 거리기 시작했다.


"딸, 이리 와봐 이 색깔은 어때? 엄마한테 잘 맞는 것 같아?"


언제부터였는지. 예쁜 걸 보면 딸이 생각났고, 맛있는 걸 보면 아들이 생각났고.

내 옷을 사기 위한 쇼핑은 언제나 남편과 아이들 옷으로 끝을 낸다.


오늘은 딸 덕분에 예쁜 화장품도 사고, 화사한 옷도 입어 보면서 칙칙한 세포들에

신선한 자극을 선물했다.





오늘 한 줄 : 너와 나의 꽁냥 꽁냥, 아마도 사랑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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