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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Sep 22. 2023

고백 Day

나랑 사귈래~

"엄마, 이럴 수 있어"  "요즘 학교에 커플이 너무 많아"

"오늘은 누가 고백을 받아서 사귀기로 했고, 글쎄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거야"

아 진짜 커플 지옥이야.


퇴근하고 온 나를 보고 딸이 속사포처럼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꺼내놓는다.


글쎄 엄마, 오늘 고백하면 100일이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야

또 며칠 있다 고백하면 100일이 새해 첫날인 거 알아?

10월 연휴 때 커플끼리 롯데월드 간데.

아, 짜증 나,


잔뜩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부러워서 그러는지... 뽀로통한 딸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딸, 부러운 거야, 남자친구 필요해?"

"그럼 너도 좋아하는 친구한테 고백해"


"엄마 다 찐따야, 얼굴 잘생겼다 싶으면 인성이 최악이고 암튼 나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그냥 커플끼리 놀러 가는데 나는 못 가니까 그게 짜증 나"


"그럼 엄마가 같이 가줄게, 너는 엄마랑 커플 하면 되잖아"

"어때, 엄마가 손 꼭 잡아줄게, 언제 가는데 조용히 옆에서 엄마랑 놀자"


"에이, 싫어 그게 뭐야. 아 근데 엄마 걔도 사귄다. 자기가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사귄대"

"심지어 그 친구도 남자친구 있는데 아, 짜증 나"


그리고 며칠 뒤 엄마 걔네 헤어졌어.

오늘 교실 앞에서 헤어지자고 하던데.

그럴 거면 왜 사귀자고 한 거야, 이해가 안 가, 아마 여자가 좋다고 하니까 그냥 만난 것 같아.


딸, 그 친구 마음 아플 텐데 너무 싶게 그 친구 감정을 단정 짓진 말자!!


추측이지만 딸은 친구들이 남자친구 사귀는 게 부러운 듯했다.

친한 친구들이 다들 커플이 됐으니 내심 부럽고 서운하고 마음이 여러 갈래로 복잡한 것 같았다.




딸, 엄마는 남자친구 사귀는 거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편한 친구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조급한 마음과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다들 커플 놀이를 하는 것 같은데

엄마는 딸이 더 신중하게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생겼을 때 사귀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  남자친구들이 사귀자고 고백을 안 해줘서 서운한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전혀 없어.

재미 삼아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벌써 너무 힘들잖아.

그리고 엄마는 너희 학교 남자친구들 다 별로야~~!! (딸을 위로하기 위한 필살기)


내가 초등(국민)학교 때는 어땠을까?

글쎄 지금처럼 커플이란 단어가 술술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만 한가득 안고 살았지 좋아한다 사귀자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내가 고지식해서일까?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는데 자꾸 걱정이 돼서 딸아이 핸드폰 사용 내역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 안심 어플~~ 깔아만 뒀지 들어가서 세세히 확인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확인하고 싶어 진다.


어디까지가 부모의 관심이고 통제인지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라 믿어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라서

적절한 관심이 관섭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감정선을 잘 지키려 노력한다.



한 줄 요약 : 때가 되면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에 연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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