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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Oct 17. 2023

눈부시게 빛난 하루

너무나 소중해 

축복처럼 찾아와 준 딸.


가족의 따뜻함 보다는 홀로서기에 최적화된 삶에 가정이란 무의미했기에

누군가를 만나 함께할 미래를 꿈꾸는 건 사치 같았다.

독불장군처럼 세상에 맞짱 뜨며 살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지금의 남편이었다.

차갑게 뿌리치고 매섭게 돌아서도 한결같이 나를 보고 웃어 준 사람


가슴을 칼에 베이듯 아픈 이별을 뒤로하고 꼭꼭 숨어버린 나를 기다려 준 사람

그 사람과 나의 끈이 되어준 사랑스러운 딸

엄마, 인제 그만 아빠 받아주세요! 

그런 의미였을까 조용히 나를 찾아와 준 선물 같은 아이 덕분에

남편과의 이별은 길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찾아와 또 다른 삶을 선물했던 아이가 얼마 전에 초경을 시작했다.

너무 놀랍고 마음이 간질거려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이리저리 감정들이 뒤섞여서 날뛰는데 

아이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몸의 변화에 관해 설명했다. 물론 여러 번 다가올 오늘을 대비해 

설명하긴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엄마인 내가 더 긴장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차분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처럼 마음이 간질거렸는지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방긋 웃어 주었다.

남편은 케이크와 빨간 장미 13송이를 딸에게 안겨주면서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엄마가 되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 새삼 남편이 고맙고 예쁘게 자라준 딸에게 고마운 하루였다.



건강하게 태어났던 아이는 정말 천사 같았다.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노는가 하면 잠에서 깨어도 잘 울지도 보채지도 않았다.

졸리면 본인 애착 이불을 끌어당겨 잠이 들곤 했었다. 

어찌나 방실방실 잘 웃어주던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아이였다.

백일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세상 밝은 아이는 걱정과 달리

잘 적응해 주었고 나에게 빛이 되어 주었다.

내가 해준 음식을 다 잘 먹어서 요리에 소질 없던 나를 주방으로 이끌어 준 아이다.

여전히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이쁜 딸 덕분에 몸은 쪼금 힘들지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힘이 생긴다.

밤낮으로 바빴던 나의 일상에서 아이는 조금씩 성숙해 갔으며, 어느 순간 엄마를 걱정하고

안아주는 따뜻한 아이가 되었다. 


누굴 닮아 그렇게 호기심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가 했더니 아이는 잊고 지냈던 나를 닮아 가고 있었다.


항상 내 품에 꼭꼭 숨어 있을 것 같던 아이는 어느새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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