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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Nov 03. 2023

몸치 엄마의 아들

태양보다 뜨거운 너의 열정을 응원해 ~~

운동을 너무 좋아하는 아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남다른 운동 신경의 소유자라 생각했다.

잠깐 다녔던 태권도 도장을 그만둘 때 관장님 당부도 있었다.

  "이 아이는 태권도가 아니더라도 꼭 운동시키세요. 몸으로 느끼고 습득하는 게 정말 빠릅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운동은 뭐든 시작만 하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날 거로 생각했다.


운동 잘하니까... 공부도 잘하면 좋겠지만 욕심부리지 말자...

일단 좋아하는 운동부터 시켜보자. (사실 산만하고 어수선해서 앉아 있는 걸 너무 힘들어했다.)


그렇게 아들은 야구, 축구, 배드민턴, 수영, 탁구, 볼링 여러 가지 운동을 섭렵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only loved soccer.  




어느 날, 아빠가 진지하게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아들 운동은 그냥 취미로 조금씩 하고 공부하자"

" 넌 ,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축구선수가 꿈이라고 열심히 운동하는 아이에게 장난 같지 않은

말을 건네고 있다.


며칠 전까지 눈물 뚝뚝 흘릴 정도로 혹독하게 축구 기본기를 가르치던 사람이 갑자기 그 길은

네 길이 아니라며 공부를 시작하자는 엉뚱한 말을 한다.




아들을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오롯이 아들 운동에 올인하기로 한 지 두 달이 넘어간다.

기본기부터 체력단련까지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동을 하는 아이들...

날렵하고 센스 있는 볼 장악 능력, 패스, 스피드, 노련함  나에게 까지 전달되는 열정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는 뻣뻣함과 엉거주춤한 행동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망부석 같은 아들.


공이 가는 곳은 내가 갈 곳이 아니라는 듯 공과 가는 길이 달라 보이는 아들.

그 모습을 씩씩거리며 지켜보던 남편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처럼 붉으락프르락 좀처럼

화를 삵이지 못한다.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기다려 주자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운동만큼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고집불통 남편에게 내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남편은 시간만 나면 아들을 데리고 운동장을 향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잔뜩 서러운 마음으로 내 품에 안기는 아들, 얼마나 혼났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들, 아빠한테 혼나서 속상하고 힘들잖아, 내일부터 아빠랑 운동장 가지 마"

"싫어, 갈 거야, 아빠가 화내는 건 싫은데 그래도 아빠한테 배우는 게 좋아"

" 축구가 그렇게 좋아"  '끄덕끄덕' '훌쩍훌쩍'


우리 집 남자들은 한여름 태양보다 더 뜨겁게 축구와 여름을 보냈다.




아들의 유소년 축구 경기 리그전~~

즐기라고 ~ 재미를 알아야 더 신나게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했지만, 개미 똥구멍만큼의 기대는 있었다.

소심하게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공을 피하고, 상대방 선수를 피하는 아들을 코치하는 열정아빠..

불안하게 그걸 지켜보는 엄마.

그렇게 몇 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가 왜 축구는 취미로 하라고 했는지, 아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달리 몸치였다.

1년여 넘게 축구하는 아들을 지켜보고 나도 이제 알 것 같다.


'아, 이게 이렇게 안 되나" "이게 그렇게 어려워"

여유있게 순두부 드리블을 하면서 아이를 쏘아본다. ㅜㅜ (당신 잘났다. 제일 속상한 건 아들일 텐데)

아빠의 짧은 탄식에 한마디 했다.

"여보, 당신 아들이기도 하지만 내 아들이기도 해, 당신 열정과 에너지를 닮아 활발하지만

나를 닮아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은 몸을 어쩌겠어, 아들이 제일 답답할 거야"

내 말을 듣던 남편이 '피식' 웃더니 어이구 이 몸치들~


하지만, 오늘도.. 아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들은 운동장에서 두어 시간 축구를 하고 집에 돌아온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고, 흙먼지가 가득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의지 뿜뿜 사랑이다.


엄마가 미안해 ~~ 하지만 언제나 엄마는 네 편이고 너의 뜨거운 투지와 꿈을 응원한다.


한 줄 요약 : 즐기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네 꿈을 위해 즐기고 노력하렴!!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글쓰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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