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1월 2일
지도 한장이면 충분하단다.
지도를 믿는 마음이면 충분하단다.
아름답게 방황하며 묵묵히 걷는 자세면 충준하단다.
네 머리속이 아닌, 세상이 알려준 새로운 방법과 방식에 순종하면 충분하단다.
너도 몰랐던 더 큰 존재인 너를 탐험하고 그 자체에 한계를 두지 않으면 충분하단다.
<엄마의 유산> 김주원
밴댕이 수십 마리가 몸속 여기저기 서식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웃었다가, 책상에 앉아 발끈한다.
몸 따로 맘 따로는 알고 있었지만, 부쩍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왔다가 사라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침착하고 의연해 질 줄 알았는데, 감정도 나이를 먹고 마음도 나이를 먹는지
꾸깃꾸깃한 시선의 하루가 딱딱하게 굳어 유연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새해가 되면 업무 인수인계로 회사는 왁자지껄, 시장통 같을 때가 있다.
유독 올해는 잔잔한 호수처럼 시간이 흘러가는가 했는데,
갑자기 날아온 돌 수제비 파동이 꽤 요란하다.
스스로 쥐어 든 지도 한 장을 꼭 끌어안고 나에게 집중한다.
그 어떤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 있다.
불편한 마음이 사슬처럼 꼬여가지만, 나의 발버둥은 잔잔한 호수 아래에서만 그 힘을 발휘한다.
배려가
신뢰가
양보가
침묵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배려에 가려진 억울한 마음
신뢰에 포기한, 하고 싶은 말
양보가 선택한 대책 없는 일
침묵이 만들어 낸 또 다른 나
올해는 마음속에서 배려도 신뢰도 양보도 침묵도 꽤 시끄러웠다.
자기 신뢰보다 타인의 신뢰와 배려에 익숙해진 삶.
내 인식이, 내 행동이, 내 침묵이, 곱게 치장하고 있던 삶.
좋은 게 좋은, 미안하잖아! 너한테,
네 머리속이 아닌, 세상이 알려준 새로운 방법과
방식에 순종하면 충분하단다.
너도 몰랐던 더 큰 존재인 너를 탐험하고
그 자체에 한계를 두지 않으면 충분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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