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意志)와 의지(依支)

by 바스락


26년 1월 19일


새로운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잡아끄는 본능,

곧 호기심이 없는 삶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다.


새로운 것이 어느 정도 섞여들어도 존재가 참을 수 없이 흔들리고 불안정해지지 않는다며,

그것은 흥분과 매혹과 격정을 부채질한다.


<질서너머> 조던 피터슨



삶이 미치도록 흔들릴 때가 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생각에 갇혀 말 그대로 '정신 줄 놓는다'


고통은 더 큰 성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내 의지(意志)대로 살았다. 어느 한쪽도 소홀하게 할 수 없는 욕심.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에 지지받고자 한다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일이 꼬이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는 건, 나의 의지(意志)와 뜻이 얼마나 확고한지 시험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가족이다.

아이들, 남편, 그리고 나, 가족 안에서 중심을 이룬다.

그 중심이 흔들리면, 길을 잃게 되고 방황하게 됨을 알기에 단단하고 담백하게 행동해야 한다.


비록 몸은 피곤했고, 잠시 문턱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흔들림 없이 순간의 판단으로 이끌려 갔다.

남편의 불만이 부풀어 오르기 전 대전으로 향했다. 꼬꾸라지는 육체보다 흔들리는 정신이 더

무거웠기에 도로 위를 달렸고, 다행히 침묵하던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게 뭐야?

나는 오늘 조금 다른 세상을 본 것 같아?

한 마디로 설명하긴 힘든데, 내가 아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게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남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고, 나는 들었다.

그저 듣고 있었다. 남편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깊게 듣고 생각했다.


새벽 3시 대전에 도착해서, 시댁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


"여보, 적당히 정리됐으면 눈 좀 붙이자"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남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래 우리 이러다 쓰러지겠다."


어쩌면 침묵 속에서 또 다른 말을 주고받고 있었는지 모른다.


갑작스런 지방 발령, 연이은 출장으로 집을 구할 시간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일주일이 흘렀다.

뜻하지 않은 현실 앞에서 불만을 꺼내놓기 시작하면 서로 바통터치 하며 이어달리기로 지구

한 바퀴는 거뜬히 돌 수 있는 상황.


사람은 누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 믿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장 우선순위이길 원한다.

결혼 후 나의 우선순위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나를 남편은 이해 못 했고, 나를 이해 못 하는

남편의 불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모성은 처음부터 주어졌다면, 남편의 부성은 길러지고 있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자기 배를 먼저 채워 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남편은

언제부턴가 아이들 밥을 먼저 챙겼고, 아이들 먹는 모습에 흐뭇해했다.


우리의 변화는 매일 새로웠고,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지난 금요일 무리하게 이삿짐을 옮기다 허리를 삐끗했다.

밤늦게 집에 도착해서야 느껴지던 통증, 토요일 일정이 차질이 생길까 겁이 났다.

곧바로 남편에게 통증이 심각하다고 전했고 이어진 얼음찜질.


"괜찮겠지" 반복된 질문에도 흔들림 없이 마사지하던 남편.

토요일 아침 조용히 차에 시동을 걸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남편.

그리고 오후 공연을 관람한 남편.


토요일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했고, 태연하게 시댁으로 출발하자고 했다.

내 일정에 말없이 맞춰준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이었다.


의지(意志)와 의지(依支)


타인에게 의지(依支)하며 살아본 적이 없다.

유독 남편 앞에서 나는 어린아이가 된다.

의지(依支)하게 되고 기대게 된다.


유독 남편 앞에서 나는 솔로몬이 된다.

남편이 갈등하고 있을 때 쉽고 명료화게 결단을 내려준다.

유일한 내 편이 되기까지 남편도 나도 긴 침묵 속에서 묵묵히 거닐던 시간이 있다.

조율의 시간, 공명의 시간이었다.


"오늘 새벽 독서 안 해?"

"당연히 해야지"

"알았어"


침묵 속에서 각자의 답을 찾았고, 한 발짝 더 성장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말로 하지 못한 고마움을 남편에게 전하고 싶다.

묵묵히 지켜보고 기다려준 그 마음에 나의 의지(意志)가 꽃이 되는 날 활짝 웃어주고 싶다.



<네이버 사전>

의지(意志) : 어떠한 뜻을 이루고자 하는 굳은 마음

의지(依支) : 다른 것에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음. 또는 그렇게 하는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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