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당신과 함께

라라크루 바스락의 금요문장 (2026.03.13)

by 바스락


소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집어삼키지 않는다.

소심인의 마음은 강풍 없는 선풍기와 같다. 미풍만 내보낸다.

자기 마음이 멍들지언정 절대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다.

소심하면 뭐 어떤가. 소심인은 남을 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아플까 봐 머뭇거린다.

이건 몹시 아름다운 장점이고 인간적으로 대단한 멋진 특징이다.

나는 오늘 하루도 양처럼 책을 오물거렸을 뿐 아무도 할퀴지 않았다.

이 사실에 충분히 감사하다.


나민애,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13758299-coffee-4618705_1920.jpg 출처 : Pixabay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산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길을 걸어도 삶은 같을 수 없다.

같은 행위로 같은 오늘을 살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인정,

봄에 넓은 들판에 같은 모종의 씨앗을 뿌리면, 어느 놈은 햇살이 저물기 전에

싹을 틔우고 어느 놈은 겨울 서리가 내릴 때까지 싹을 틔우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낸다. 땅속 깊이 박혀버린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한 게 아니라

땅속 자양분이 되어 숨 쉬고 싹을 튀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

조용히 책상에 앉아 양처럼 책을 오물거렸을 뿐 아무도 할퀴지 않는다.

자신 안에 머물며, 글로 대화할 뿐,

그들 옆에 오래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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