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질문하기!
줄기차게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일상. 살다 보면 밋밋하고 심심한 날이 있는데, 나는 대부분의 일상이 밋밋했다. 하루가 발바닥에 딱 붙어서 출근과 퇴근, 회사와 집사이에서 길을 걸었다.
하루 안에 내가 들어가 사는 게 아니라 하루가 나를 데리고 사는 느낌,
하루에 맞춰 보내는 시간,
하루에 푹 빠져 나는 없고 시간만 있었다.
입체적이지 못했고, 나에게 질문이 없었다.
최선의 하루를 보내려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나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글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삶이 서사가 없는 서술처럼 글에도 메시지가 없는 활자에 그쳤다는 걸,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사유의 방법도 알리가 없었다. 자기 고백 같지만, 인생에 욕심이 없으니 글에도 욕심이 없었다. 막연하게 글을 잘 쓰고 싶은 생각,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꿈틀거림의 시작!
글을 쓰면서 누군가는 인식이 깨지고, 의식이 열려 자기 안으로 파고든다는데, 나는 여전히 평면적으로 누워있는 느낌이 답답해서 운동을 갔다.
두 달 만에 운동.
글 쓰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낯설거라 생각했는데, 라켓을 휘두르는 순간 셔틀콕이 '탁''탁' 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갔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타격감, 그리고 정확한 스메싱!
"어디서 남몰래 레슨 받고 오셨어요?"
오랜만에 나를 본 회원들이 한 마디씩 했다.
손사례를 쳤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우연히 몇 번 잘 맞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해서 셔틀콕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강한 스피드로 상대방 수비를 뒤흔들었다.
아, 좀 되는데,
왜? 잘 맞는 걸까?
팔에서 느껴지는 파워는 뭘까? (살이 쪄서 파워가 생긴 거야, 혼자 답을 내렸다.)
그렇게 기분 좋았던 그날 기억으로 오늘 또 운동을 갔다.
어라, 며칠 전 느꼈던 파워가 그대도 느껴졌다. 1년 동안 비실비실, 라켓을 휘두르는 순간 힘이 분산되어 셔틀콕이 날아가다 툭 떨어졌는데, 또다시 강하게 상대방 수비를 흔들었고 결과는 전승이었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하지만 나는 두 달 동안 운동을 쉬었다고요!)
살면서 내 삶에 욕심을 부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럭저럭 불평 없이 살았는데,
글 수업을 받는 동안 내 글이 타인의 사유를 통해 글이 되는 순간 번쩍이는 욕심이 심장을 강타했었다.
나도, 나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바로 저런 글인데...
왜? 나는,
불타는 욕심, 글이 글이 되게 써보고 싶었다.
내 삶이 입체적으로, 움직여 줬으면, 파닥파닥 생동감 넘치게 오늘을 살았으면,
나는 알지 못했지만, 운동을 쉬는 두 달 동안 하나의 현상에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한 건 아니었을까?
보이지 않았던 셔틀콕의 방향이 보였고, 다리와, 손이 그곳으로 먼저 향했다.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의 집중력은 키워지고 있었나 보다.
그렇다면, 이제는 글을 쓰는 손이 나의 의식보다 감각으로 써내려 가도록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질문을 하지 않았기에 사라져 버렸던 존재를 잡기 위해
질문에 중독되고, 나를 관찰하고,
다른 방법으로 사는 삶!
익숙했던 어제의 나와 이별하며, 오늘 나에게 질문하기?
왜?
"위대한 지혜는 어린아이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주 1>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펙, 율리시즈.
#질문#입체적#글쓰기#왜#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