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것으로 용서가 가능했으면 좋겠어
처음 알파카를 만난 것은 꽃보다 청춘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만났다 라는 표현보다는 알파카의 존재를 인지하기 된 순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이전에 동물원에서 수많은 동물들 중 하나인 알파카를 이미 만났을 테니까.
그 후 언제나 그래 왔듯이 인터넷에서 알파카 인형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진과 텔레비전으로 보기에 항상 보드라울 것만 같은 인형을 내가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서촌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첫 번째 방문 때는 우연수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보게 되었는데 알파카 인형이 눈에 띄었다.
당일 낮에 인형을 보고 밤에 구매를 했으니 충동구매의 범주에 들어가기 충분할까.
남친님은 나를 위해 큰 알파카를 구매해 주었고, 나는 남친님에게 작은 알파카를 안겨 주었다.
보드라운 알파카
알파카는 정말 보드랍다. 알파카 인형의 털에 손을 집어넣고 헤집는 것은 정말 사랑스러운 기분이 든다.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고 있고 알파카도 나를 사랑한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기간 동안 사람들이 이 사랑스러운 인형을 만지고 먼지도 묻어있을게 뻔하니 세탁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인형과 같이 주었던 세탁방법을 자세히 읽었다.
남친님은 나에게 세탁방법을 알려주며 모른척했지만, 나는 이미 읽어버리고 말았다.
알파카 가죽, 털 100%.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형을 위해 살아있는 알파카의 것을 취하다니, 심지어 나는 직원이 나에게 해 주었던 말도 기억한다.
내 알파카는 한정판이라고 독특한 무늬를 가졌다고 했다.
내 알파카를 만들기 위해서는 털 색이 2가지인 알파카 혹은 2마리의 알파카... 이하 생략.
어떻게...... 인형을 위해 살아있는 아이를...
모르고 알파카씨를 데리고 오긴 했지만,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알파카를 나만의 방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알파카를 사랑하는 나만의 방법은 그저 인형을 책상 위에 장식해 두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밖에 잘 다니는 것이다.
아직까진 바닥에 내려놓으면 때 탈까 봐 실행하진 못했지만, 꼭 봄이 되면 사진 찍으러 갈 거야. 조금만 기다려 알파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