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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료 Feb 26. 2016

05. 기내식이 주는 두근거림

처음 만나는 외국음식

 첫 기내식을 만나는 마음.

나의 첫 해외여행은 회사 언니들과 함께하는 대만 여행이었다. 두 번째 해외여행도 회사 언니와 함께 하는 일본 여행이니 네 시간, 두 시간의 비행에서는 기내식을 먹을 일이 없었다.

물론 두 번의 여행은 기내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보다는 처음 타는 비행기와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해외를 간다는 흥분감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더 컸다.

세 번째 해외여행지는 파리였다.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야 하고, 기내식은 2번. 그리고 비행기를 타는 순간 결심했다. 나는 무조건 기내식을 전부 먹고 말 것이다.

첫 기내식을 먹고 한두 시간 후에 소화제를 먹여야 했지만, 나는 내가 결심한 기내식을 모두 먹겠다는 그 결심을 전부 지켰다.    



-들어가기 앞서-

사진들이 전부 핸드폰이라 상태가 안 좋습니다. 제가 핸드폰으로 찍으면 상태가 유난히 안 좋은 사진을 찍어요.


      


에어프랑스의 기내식

에어프랑스에서의 첫 기내식은 40%는 ‘기내식이다! 신기해! 먹어보고 싶어!’였고, 60%는 근데 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겠지 하는 걱정이었다.

물론 기내식 메뉴판을 받는 순간 모든 걱정은 사라졌다. 내가 기피하는 재료가 없는 메뉴판은 나에게 걱정을 가져가고 꼭 먹어야겠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는  그때까지 한식은 먹지 않을 거야 라고 결심하게 만들어 주었다.     

첫 기내식의 청대콩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콩류이고, 감자는 진짜. 정말 사랑 그 자체, 알 수 없는 소스의 고기까지도 맛있어서 이제 프랑스에서 이런 음식을 계속 계속 먹을 수 있는 거야? 하는 기대감까지 주었다. 

그리고 온 두 번째 기내식은 기대감을 살짝 꺾어 주었다. 첫 번째처럼 맛있지는 않았는데 처음으로 외국에서 감자 샐러드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으깬 감자 샐러드와는 다른 거라는 것을 알았고, 역시 감자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해주었다. 결론은 감자 사랑해.

이제 슬슬 프랑스 음식에 익숙해져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기내식도 다 좋았다.

세 번째 기내식은 뭐지 익숙하지 않은 이 음식은? 이상하지 않을까 하고 입에 넣는 순간 강렬하게 이 음식의 이름을 알고 싶다! 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메뉴판 사진을 찍지 않아서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네 번째 기내식은 아침이라서 인지 오믈렛과 시금치 퓌레-이것도 정확한 이름인지 잘 모르지만, 검색 결과 이 음식과 가장 흡사하게 생겼다.-였는데 정말 누군가 나에게 똑같은 음식을 매일 아침마다 해준다면 영원히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원래 케이크 먹기를 좋아하지만 많이 못 먹는 나는 에어프랑스 기내식의 모든 디저트류가 맛없었다. 생긴 것과는 달리 유쾌한 맛은 아니었다.

에어프랑스의  메뉴판

첫번째 기내식
두번째 기내식
세번째 기내식
맛있었다 특히 노랑색이랑 초록색 부분이 맛있었다. 포슬포슬한 노랑색부분은 소스랑 먹으면 정말 좋았다.
매일 아침 먹고 싶은 맛.




베트남 에어라인의 기내식

베트남 에어라인에서는 비행시간이 비교적 짧아 기내식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오는 짧은 비행기 안에서도 기내식을 주었다.

물론 배가 고픈 시간대였지만, 일정상 내리자마자 저녁을 먹어야 하고, 타기 전에 저녁을 먹기도 해서 즐기지는 못했지만, 베트남-한국, 캄보디아-한국으로 올 때는 기내식을 먹었다.

메뉴판을 받아 들었을 때 비빔밥과 생선요리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서 그래도 베트남 가니 생선! 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오는 씁쓸함이란...

받아 든 음식은 나쁘지 않은 맛 이였다. 치킨 샐러드는 먹을 만했지만 생선요리는 정말 무(無) 맛이었다. 같이 준 소금과 후추로 간해먹었다. 물론 반이상 남겼지만, 아버지는 먹을  만해라고 하시며 다 드셨다.

베트남 기내식은 첫 비행을 제외하고는 밤비행기가 많아 비몽사몽 할 때 먹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비슷한 음식이 나와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단지 남은 것은  패키지여행은 다신 안가 정도.      

베트남에어라인에서의 첫 기내식
캄보디아로 갈때의 기내식 맛있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음료

인천-파리의 비행기 안에서는 기내에서 주는 음료 자체에 어떻게 골라야 할지 잘 몰랐었다.

그냥 주는 거 마셔야지  정도였으며, 커피에 관해서는 보릿물처럼 마시는 내가 잘 마실 수 있으려나 였다.

파리 여행 3일 만에 에스프레소에 눈뜨게 된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부터는 기내에서 주는 커피를 즐기게 되었고, 캐나다 소다를 알게 되었다.

사이다가 너무 달고 탄산이 심하게 느껴져 물을 타마시는 나에게 캐나다소다는 정말 다시 마시고 싶은 탄산음료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마시고 싶어 검색해 봤더니, 수입음료로 되어 있어 아직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     

 베트남에어라인에서 마신 티는 조금 기억에 남는다. 수색이 예쁘고, 처음으로 차에 레몬을 넣어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독특하고 맛있었다. 밥을 먹으면 커피와 차를 권했는데, 커피도 맛있었고, 티는 정말 좋았다. 

비행기에서 식사 외에 주는 음료 중엔 토마토 음료가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만 갈아 만든 음료 같은 느낌이었는데 집에서 엄마가 갈아주시는 토마토인가 싶은 느낌이었다.    

 

처음엔 프림과 설탕을 엄청 넣었지만, 돌아올 땐 주는 대로 마셨다. 

다른 사람들이 맥주 시키는 게 신기해서 주문했다.


베트남에어라인에서는 아예 차를 마시는 컵과 커피를 마시는 컵을 같이 준다.




마무리하며

기내식을 먹어본 것은 2번의 여행에서 밖에 없지만, 그래도 기내식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맛 평가를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어딜 가서나 음식 안 맞을 일은 없겠다 라고 하는 게 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였고, 나도 음식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었는데, 첫 해외여행이었던 대만 여행에서 나는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 향신료의 어택에 그만 크리티컬을 맞고 쓰러졌다. 

그래서 기내식은 나에게 처음으로 맞이하는 현지 음식의 평균점일 테니, 그 나라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 잣대가 되었다.

프랑스와 베트남은 통과. 

덕분에 파리에서 음식은 두렵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조금 달랐는데, 가는 식당이라고 해봤자 현지 음식이라기보다는 현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거나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식당이라 이게 현지 음식이구나! 할 새가 없었다.

그리고 어찌나 물 잘못 마시면 장염 걸린다고 협박을 하던지, 아마 여행 5일 중 내가 마신 음료는 1L가 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음료도 남은 것은 없지만,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본 게 많으니 나쁜 여행은 아녔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다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를 갈 생각은 들지 않으니 그게 문제구나. 만약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음료를 제대로 마실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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