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넷코리아 Nov 03. 2015

4K용 HDMI 케이블, 꼭 사야할까?

HDMI 라이센싱 프리미엄 케이블 인증 프로그램의 허와 실

최근 TV, 모니터 등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여전히 4K 콘텐츠 수급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완벽한 4K 환경을 꾸미기 위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적잖다.


4K를 즐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단어는 HDMI 2.0이다. HDMI 2.0 규격에서 비로소 4K 해상도 화면을 초당 60프레임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버전인 HDMI 1.4 역시 4K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지만 대역폭의 한계로 30프레임이 한계다. 프레임이 낮으면 화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끊기는 듯하게 느껴지며, 육안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그럼 여기서 문제. 완벽한 4K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HDMI 케이블 역시 2.0 규격에 맞게 교체해야 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High Speed with Ethernet’…4K 환경 구축을 위한 HDMI 케이블을 살 때는 이 문구만 확인하면 된다.

HDMI 2.0 케이블은 없다


지금까지 나온 HDMI 케이블은 5종류다. 표준(Standard)와 고속(Highspeed)이 있고, 이더넷 지원(with Ethernet)과 이더넷 미지원(without Ethernet)으로 나뉜다. 이를 조합하면 4종류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표준 속도 HDMI 규격이 추가된다.


그중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케이블은 카테고리2에 해당하는 하이스피드 HDMI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은 과거에 HDMI 1.4 규격으로 판매되다가, 이제는 HDMI 2.0 규격으로 이름만 바꿔 판매되고 있다. 원래 HDMI 2.0 케이블이란 것은 없고,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해 HDMI 2.0에 대한 공식 설명을 살펴보면 “HDMI 2.0은 새로운 케이블이나 새로운 커넥터를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즉, HDMI 2.0은 데이터 송신 장치와 수신 장치에 탑재된 유선 데이터 전송 부품에서 지원해야 하는 규격이다. TV나 모니터 그리고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PC용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때 HDMI 2.0 규격을 지원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문제는 HDMI 1.4가 최신 버전이었던 시절, 케이블 업체들이 고속 케이블 뿐만 아니라 표준 케이블 조차 HDMI 1.4 케이블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판매해왔다는 점이다. 고속 HDMI 케이블에는 3D를 지원한다고 하는 등의 수식어가 더 붙기는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혼용 판매 역시 HDMI 2.0을 지원하는 4K 디스플레이가 거의 없던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HDMI 2.0이 나오고 지원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1.4 규격 케이블을 썼더니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더라는 후기가 쏟아졌다. 운이 나쁘게도 표준 제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케이블 업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보다는, 오히려 고속 HDMI 케이블에 HDMI 2.0 케이블이라는 이름을 붙여 또 다시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멀쩡한 고속 HDMI 케이블을 놔두고 HDMI 2.0 케이블을 따로 구매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HDMI 라이센싱이 정하고 있는 HDMI 케이블 종류

HDMI 라이센싱의 이상한 책임 전가


애당초 HDMI 규격 표준을 정하는 단체인 ‘HDMI 라이센싱 LLC’가 HDMI 라이센싱이 보다 명확하게 했더라면 이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가령 케이블 규격을 고속, 표준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HDMI 버전에 맞는 케이블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원래 표준 단체가 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DMI 라이센싱은 오히려 이같은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바로 지난달 5일 발표된 ‘프리미엄 HDMI 케이블 인증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단체에서는 새로운 인증 프로그램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구입할 때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신 기능이나 충분한 4K 혹은 UHD(사실상 같은 말이다) 콘텐츠를 경험을 즐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해당 단체는 “인증 프로그램에 통과할 경우 위조가 어려운 인증 라벨을 붙일 수 있게 된다”며 많은 관련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사실 핵심은 마지막에 있다. 기업들에게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증을 받는 것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가령 애플의 라이트닝 케이블은 MFI 인증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애플에 인증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별다른 인증료가 필요하지 않은 마이크로USB 케이블은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하다.

HDMI 라이센싱 인증 프로그램은 과연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일까?

4K 인증과 화질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물론 이러한 인증 프로그램을 무조건 색안경만 끼고 볼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미 시중에는 HDMI 2.0 케이블과 같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정체 불명의 자체 등급과 마케팅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 단체에서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프리미엄 HDMI 케이블 인증 프로그램이 확인해주는 사실은 단 하나다. 이 케이블이 확실하게 HDMI 2.0 규격을 지원하는 18Gbps 대역폭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불량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조된 모든 고속 HDMI 케이블은 18Gbps는 물론 그 이상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EMI(전자파) 테스트도 이뤄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차라리 길이 별로 테스트를 하는 편이 훨씬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다. HDMI 케이블은 길이가 지나치게 길 경우 디지털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까 1m, 3m, 6m 등으로 각각 테스트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HDMI 라이센싱은 아쉽게도 1m 샘플만을 테스트하고 인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인증을 받은 케이블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미인증 케이블과 비교해 화질이나 음질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HDMI는 기본적으로 0과 1의 신호를 주고받는 디지털 규격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케이블의 품질이 음질이나 화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기적 신호를 주고 받는 기존 케이블과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HDMI 라이센싱이 만든 케이블 인증 프로그램은 자신의 취미생활에 쏟아부을 예산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10만원쯤 하는 인증 받은 HDMI 케이블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 무엇보다 안심하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 사람이라면 구매 후기가 좋은 1만원짜리 HDMI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불량만 아니라면 어차피 결과물은 똑같다.


Text 봉성창 기자  /  bong@cnet.co.kr

씨넷코리아 홈페이지  /  http://www.cnet.co.kr

CNET Korea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CNETKorea 

매거진의 이전글 라면 핑계는 이제 그만 "넷플릭스 보고 갈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