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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넷코리아 Nov 06. 2015

 카피 앤 페이스트

슈피겐과 억스코리아의 표절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억스코리아 아이링(왼쪽)과 슈피겐코리아 스타일링(오른쪽)

발단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하나의 게시물이었다. 장진태 억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서 유일하게 상장한 스마트폰 액세서리 기업 슈피겐이 자사 제품 ‘아이링’의 유사제품을 출시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 대표는 해당 게시물에서 “기획과 컨셉, 컨텐츠 까지도 그대로 카피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신적으로 조금 충격이었다”며 “작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껴서 얼마나 배가 부를까하는 실망감이 컸다”고 밝혔다.


또, 슈피겐이 지난 6월 경 억스코리아 측에 아이링의 OEM 제안을 넣었다가 거절당하자, 4개월만에 유사제품을 만들었다며 슈피겐의 행위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성토했다.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약 280여개의 공유가 이뤄지고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코스닥에 상장까지 한 시가총액 수천억원짜리 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이 같은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함께 올린 증거사진은 법리적 해석을 떠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 날 억스코리아 측은 슈피겐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즉각 침해 행위를 중단하고 향후 침해하지 않겠다는 각서와 함께, 유사 제품 판매행위 금지, 침해 행위에 대한 사과문,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슈피겐 측은 “아이링과 같은 제품은 이미 보편적인 아이템”이며 “최근 패블릿 등 대화면 스마트폰이 각광받으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가 있어 해당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반박했다.  


각기 다른 업체의 핑거링제품들


핑거링은 어떤 제품?  


억스코리아의 아이링은 2012년도 출시됐다. 반지 모양의 고리를 스마트폰 뒷면에 접착 형태로 부착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을 한 손에 잡기에 용이하도록 만들어졌으며, 거치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형태의 액세서리를 업계에서는 보통 ‘핑거링’이라고 한다. 취재 결과 이같은 ‘핑거링’은 아이링이 최초가 아니다. 2009년 아이크루리(iCooly)가 링이 부착된 형태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먼저 선보였다. 또한 같은 해 아이앤플러스가 벙커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링과 같은 접착 형태의 핑거링 액세서리를 내놓기도 했다. 아이크루리와 아이앤플러스는 이와 관련된 각각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핑거링과 관련해 또 다른 특허를 가졌던 회사는 앱클링이다. 앱클링은 2011년도에 ‘휴대단말기용 핑거링’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 핑거링 제품을 차량에 거치할 수 있도록 하는 후크 형태의 마운트 액세서리도 앱클링에서 먼저 내놓았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 앱클링이라는 회사는 문을 닫았고, 해당 특허 역시 등록료 미납으로 소멸되면서 누구나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개 특허로 전환됐다.


억스코리아 역시 2015년 1월에 ‘아이링’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미 ‘아이링’과 유사한 특허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접합부분의 마모를 줄일 수 있도록 힌지에 탄성체를 넣은 구조에 대해 진보성이 인정된 것이라고 억스코리아 측은 밝혔다.


억스코리아가 자사의 제품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는 회사는 슈피겐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스마트그립이라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에스엠코리아다. 에스엠 코리아는 이미 1심에서 억스코리아에 부분 패소했다. 에스엠 코리아 측 관계자는 “항소를 준비 중이며 단순히 디자인 표절 문제 뿐만 아니라 억스코리아 측과 복잡한 문제로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에스엠 코리아 측은 “적어도 아이링이 핑거링 제품의 독점적인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까지 나온 수 많은 핑거링 제품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앤플러스 측 관계자도 “아이링 역시 앞서 출시된 제품을 모방해서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이며, 억스코리아의 독창적인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핑거링 제품 자체는 새로운 제품이 아니다. 장진태 억스코리아 대표도 씨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크루리의 제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아이링이 최초의 핑거링 액세서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시행 착오를 거쳐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거치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억스코리아는 어떤 권리를 침해 당했나?  


억스코리아가 슈피겐 측에 전달한 내용증명은 ‘디자인권 침해중지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이다. 즉, 정확히 말하면 특허 침해가 아니라 디자인권에 대한 권리 주장이다. 또한 디자인권은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한 건에 한정돼 있다. 즉, 아이링이 아니라 아이링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거치 후크에 대한 디자인권을 침해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장진태 억스코리아 대표는 “슈피겐이 사전에 저희 특허를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갈 구멍을 만들었으며 법률적 검토도 마친 것 같다”며 “변리사와 상담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침해받았다고 판단되는 차량용 거치대 ‘아이링 후크’로 일단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슈피겐의 ‘스타일링’과 억스코리아의 ‘아이링’은 힌지 구조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아이링’이 원통 모양의 탄성체를 사용했다면, ‘스타일링’은 힌지에 ㄷ자 형태의 TPU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부착면 형태가 슈피겐 스타일링은 타원형인 반면, 억스코리아 아이링은 사각형이다. 그러나 억스코리아 측은 D컷 형태의 링과 힌지 모양과 크기가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힌지 모양 자체는 두 제품 모두 작고 동그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고리 역시 두 제품 모두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한쪽 면을 깎은 D컷이라고 불리는 형태다.


디자인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판사와 전문가들의 몫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각으로 봐도 억스코리아와의 아이링과 슈피겐의 ‘스타일링’은 유사한 느낌은 분명히 있다. 억스코리아가 에스엠 코리아에서 부분 승소한 결정적 이유도 D컷 디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엠 코리아 측은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많은 핑거링 제품 중 D컷 디자인 제품 한 종에 한해서 디자인 유사성을 지적 받은 것”이라며 “현재 해당 제품은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해 박성준 다민특허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디자인 유사성은 법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단순히 사진만 보고 유사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D컷이나 후크 디자인을 아이링 고유의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베끼고 베끼는 행위, 어떻게 볼 것인가?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 많은 세계적인 바이어들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나 각종 액세서리를 가장 먼저 참고할 정도다.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슈피겐을 비롯해 국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베루스, 전국 주요 백화점을 장악하고 있는 게이즈, 전국 수십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스킨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수 많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사의 제품을 살펴보면 디자인이 약간씩 다를 뿐, 구조적으로는 유사한 점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신용카드가 수납되는 슬라이드 케이스나, 지갑 형태의 다이어리 케이스, 2중 구조로 만들어 진 충격 방지 케이스까지 세부적인 방식만 조금씩 다를 뿐 대동 소이하다. 그야말로 아이디어를 내는 기업 따로, 돈 버는 기업 따로다. 일단 시장에서 반응이 좀 있다 싶으면 가져다가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 내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생산 공장만 확보하면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렵지 않다.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가진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디자이너는 “윗선에서 타사 제품을 하나 주고 최대한 비슷하게 디자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핵심만 파악하면 제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액세서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수많은 중국업체들이 우리나라 제품을 대놓고 베끼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해야하는 메이저 액세서리 업체 입장에서는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액세서리 업체들이 규모가 영세한 점도 이러한 베끼기 관행이 만연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어렵게 특허를 내더라도, 정작 누군가 베꼈을 때 소송을 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벙커링을 만든 아이앤플러스 측 관계자는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 특허를 주장해서 다툴 마음이 없다”며 “소송 걸 시간과 노력으로 더욱 좋은 제품 만들어서 파는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아이크루리 측도 “사업 초기여서 뒤늦게 특허를 낼 생각을 했다”며 “일본에서 특허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특허를 주장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By 김상연 기자  /  matt@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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