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일년유월 넷째 주
백신을 맞았다.
백신 휴가 기간 동안
이석원 아저씨의 최근 책, 2인조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서도 적었지만
아마 그 글이 언제 발행될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새로운 글이 하나도 없는 건
아쉬운 일이어서 요즘 듣는 노래들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제 곧 록 페스티벌도 갈 수 있으려나
행복한 상상도 해보았다.
1. Haim - Summer Girl
매년 어떠한 계절이나 시기에
꼬박꼬박 할만한 것들을 정해 놓는 걸 좋아한다.
루틴이 있는 삶.
뭔가 더 안정적이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냥 평범해 보이는 곡이 마음에 들었던 건
곡의 끝 부분까지 이어지는 색소폰의 연주때문이다.
어느새인가 여름에 듣게 되는 노래가 되었다.
Peer around the corner at you
From over my shoulder, I need you
I need you to understand
These are the earthquake drills that we ran
Under the freeway overpasses
The tears behind your dark sunglasses
The fears inside your heart's deepest gashes
Walk beside me
Not behind me
Haim - Summer Girl 중에서
2. 김현철 - 동네
https://www.youtube.com/watch?v=1EIAcHizwJ4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든 나는
기상 알람을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항상 라디오로 틀어달라고 설정해놓는데
그러면 아침마다
새로운 노래들이 나와서 듣다 깨는 재미가 있다.
어떤 날은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어서 플레이리스트에 담아야지 하면서 일어나기도 하고.
토요일 아침에는 보통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조금 늦은 아침에 일어나는데.
그날 알람으로 이 노래가 나왔다.
주말의 햇살만큼 그때 들은 이 노래가 좋았고,
옛날 노래가 이렇게 좋은 걸 보니..
(또르르)
짧지 않은 스무 해를 넘도록
소중했던 기억들이 감춰진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김현철 - 동네 중에서
3. Kimoki Fucking Madness -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Sea of Love) | Senggi Session
https://www.youtube.com/watch?v=GwzFkyNJhzI
어딜 가든 대체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다 보니
일적으로는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하고
또다시 설득하고 주장하고 하는 것들에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도가 터야 하는 그런 인생의 시간쯤에서
(친하지 않은) 남에 대해
정말로 관심이 없는 내가 큰 마음먹고 한 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냥 진짜
내 이야기 말고 남 이야기만 주구장창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고 재밌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비슷한 관점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대화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장장 11분이 넘는 이 곡을
그 모임에서 같이 들었는데,
결국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역시나) 큰 관심이 없고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런데 그냥 이 노래가 좋아서
이 노래를 듣던 순간과
그 이후에도 계속 찾아 듣는 게 너무 좋아서
그 모임에 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제 또 페스티벌 갈 수 있을까?
가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밤늦게까지 맥주를 마시고
반바지를 입은 다리는 모기밥 투성이가 될까?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생각보다 많이 어색했던
그 모임에 다음에는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