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튜 Jan 07. 2018

모두가 전문가가 되는 시대,

전문가 지향적 마인드를 통한 지속적 자기성장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더 꾸준히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메튜장)


전문가의 정의란 무엇일까, 약 10여년 전부터 나는 전문가의 정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한가지에 대해 고학력 내지는 오랜 시간동안의 연구경험, 공부경험이 쌓여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강연이나 글을 많이 써야하는지, 아니면 어떤 토픽과 관련된 그룹에서 리드를 해나가야 하는건지, 아니면 이 모든것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8년 전, 내가 처음 창업이 아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신입으로써 첫 해가 지나고 내 고민이 그거였다. 개발자로써 나도 전문 지식을 가지고 스스로 '전문가' 라고 칭하고 싶다고, 그래서 나도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최소한 한 가지 토픽을 정해서 그 기술에서는 내가 자신있는 지식을 확보하고 싶었다. 회사에서도 충분히 배우긴 하지만, 입사 후 반년이 지나자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서 나태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근 20여년간 웹개발을 그리 좋아라 했고, 특히 화면을 꾸미는게 가장 좋아서 RIA (Rich Internet Application) 기술들로 정했다. 개발자도 이쁘장한 스킨 가져다 쓰면 좋은 프로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쯤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원래는 Adobe Flex쪽 전문가가 되고싶었다. 자격증을 딸까 싶어서 공부했고, 덕분에 플랙스로 대회 나가서 상도 받았다. 그런데 또 플랫폼 종속적인, 상대적으로 느린 Flex내지는 JavaFX, Silverlight를 2년 넘게 팠지만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다. 개발할수록 리펙토링보다는 UI측면만 생각하다 보니 내 소스코드가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그런데 어쨌든 이 UI와 깊은 관련이 있는 RIA라는 자체가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플래시가 가장 선두였지만 아이폰이 출시되고 플래시가 지원되지 않자 점차 그 기세가 꺾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HTML5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나도 그 새로운 기술들은 참 좋았다. CSS3, 웹소켓, localstorage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마음에 들었고, 브라우저들이 한마음으로 이를 지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벤더로써 시장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쓰던 RIA쪽 세계보다는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도 외국 기술문서를 번역하며 HTML5관련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 글들이 모아져서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HTML5 한국 사용자 모임" 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나름 라이크도 많았고, 웹사이트에는 (커뮤니티는 죽은지 오래됬지만) 아직도 방문자가 꽤 된다. 그런 나름의 지식을 모아서 "풀스택 개발자를 위한 HTML5 웹앱 만들기" 라는 책도 썼다. 당시에 워낙 HTML5가 핫해서 그런지, 강연 요청과 모 대학 강사 요청 및 코스 제안도 받았다. 물론 이를 수락하지는 않았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처럼 백엔드 프론트앤드 모두 가능하게 된 것이 사실 위에서 언급한 대회에 나가고 나서부터이다. 기획을 제외하고는 디자인, 백엔드, 프론트앤드, DB 모두 나 혼자 만들어야 했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에 8시 퇴근이후 12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개발을 했다. 이런 생활을 약 한달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웹개발자를 위해 달려온 지난 시간중에 가장 행복하고 값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당시에는 시간관리가 필수였기 때문에 '자기관리'에 대해 무척이나 크게 신경을 썼었고, 그런 것들이 모아져서 지금 만들고 있는 유라임 서비스의 근간이 된 것 같았다.


그럼 이런 내 전문가 지향적 사고는 성공했는가? 내 결론은 다른 방향으로 성공했다고 본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면 내가 전문가를 꿈꾸는 데에는 개인적인 공부도 있었지만 몇몇 개발 강연에 청중으로써 참여하며,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토론하는 분들이 멋있어서 그렇게 되고싶은 것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이렇게 될 기회가 있었지만 접었다.) 내가 설정한 '전문가'의 기준에 다다르다 보면 또 다른 재야의 고수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또 그들만큼 나아가려고 한걸음 나아가면 또 다른 고수들이 보이고, 그런 분들 앞에서 내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겠느냐 하는 스스로의 괴리가 계속해서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방해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일전의 단순 웹 개발을 넘어 RIA, HTML5, 풀스택 개발, 그런것들이 쌓여도 사실 지금처럼 혼자 스타트업을 하기란 여간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를 하기위한 최소한의 '자신감' 정도는 얻었고 실제로 프로토타입까지의 제품은 수월하게 만들어 냈었다. 그리고 포괄적으로 기술을 섭렵하다 보니, 나름대로 다른 라이브러리에 대한 러닝 커브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AngularJS 1년차에는 ReactJS를 이해 못했지만, 2년차에는 이해하고 갈아탄 것도 비슷한 류이다. 


사실 개발을 하다보면 느끼겠지만, 이 웹개발이라는 세상, 특히 프론트앤드는 기술 발전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제시되는 패러다임도 상당하고, 하루가 다르게 패치가 올라가고 의존성들이 달라진다. 이런 의존성에 지쳐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어 쓰는 고수들도 계시지만, 나는 보통 다 가져다 쓰기 때문에 의존성에 상당히 민감하다. 그런데 또 업그레이드병(?)이 있어서 개발 중간에도 자주 버전을 올리곤 한다. 그리고는 후회한다. 릴리즈 노트를 제대로 안읽어본 벌로 또 밤새 버그를 잡는다. 개발은 조금 늦어지지만, 그 만큼 내가 배우는게 많으니 not bad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내가 전문가를 지향하며 얻은 것도 이 빠른 웹 프론트앤드 세상과 견주된다. 이미 웹에 몸담고 있는 이상, 파생되는 수 많은 기술들이 존재하고 점차 수 많은 기술들이 웹을 기본으로 끼고 간다. 그런 세상에서는 더 이상 하나의 전문가라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 만약 내가 2011년에 HTML5 전문가라 칭하고 다녔다면, 지금 와서는 사실 HTML5는 (너무 표준화되서) 크게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칭하고' 다닌다는 사실이 내겐 문제였다. 난 그저 내 발전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게 발판이 되어 대회에 나가고 책쓰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했던 것인데 어떤 명성에 빠져서 그런 쓸때없는 호칭을 달고 살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많이 부끄럽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진정 전문가라 일컫기 위해서는 지속적 발전밖에 없다. 왜, 요즘 프로덕들도 지속적 통합, 지속적 배포 라는 말이 많지 않던가. 페이스북도 그렇고,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하루에도 수 번씩 패치를 하곤 한다. 나만 해도 하루에 많게는 20번은 패치를 올리곤 한다. 전문가를 지향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지속적인 패치를 해야한다. 패치란 나의 버그를 찾아내는 행위와도 비슷하다. 내게 부족한 것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공부하고 레퍼런스 찾아보고 그런 행위가 무한하게 반복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핑계도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하나의 포괄적인 인생 목표처럼, 어느 한 시점에서만 내가 전문가라는 100%를 이루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게 나는 100% 정통한 전문성보다는, 약 60~80% 대의 '다수'의 전문성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나의 80%정도의 전문분야는 빠른 웹 개발과 UI/UX Engineering이고, 60%정도의 전문분야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이에 대한 구성이다. 나머지 60% 미만의 전문분야도 수도없이 많다. 다만 60% 미만이면 스스로 전문이라 칭하기는 민망하고, 취미나 사이드 정도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세상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서, 이런 취미나 사이드 정도의 전문분야가 언제 또 내 주된 전문분야를 바꿀지는 모르는 일이다. 예컨데 풀스택 개발이란게 혹자는 잡부 라고도 칭하긴 하지만, 여러 기술을 일단 두루 알고 실무에서 기술의 상대성이 있다. 현재 나는 지금 제품을 위해 7:3 정도의 프론트앤드:백앤드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3:7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가진 전문성이란것도, 나 스스로를 풀스택으로 보고 많은 스택들을 언제 활용될지는 모르지만 갖추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내 작은 미래에 대한 생각은, 1인 기업이라는 자체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전문가가 되야만 하는 시대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미래 직업 자체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 전문가라는 게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지속적 성장을 돕고 다분야에서의 관심사로 융합을 도모할 수 있게 만드는 전문가 지향 마인드의 이점을 갖는 것 말이다. 세대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더 이상 평생직장이란 말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내가 내일 당장 어디에 있을지도 불분명한 시대이다. AI등의 도래는 당장의 직업의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이런 미래를 조금 더 와닿게 했다. 복잡하다. 정말 그냥 조용히 공부만 하던때가 행복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꿈은 있을 것이다. 물론 없을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 지향적 마인드로 살아간다면, 어떤 순간이 닥쳐도 우리 스스로 어떤 식으로든 해쳐나갈 수 있다. 


요즘에 나는 철학과 경제학 책을 간간히 읽고 있다. 좋아하던 술도 멀리하고 남는 시간을 개발 서적과 다분야의 책과 강의를 듣는데 할애하고 있다. 아쉽지만, 앞으로 더 치열하게 변화할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크게 남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나를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밖에 없다. 나름 전문가라고 자청하던 나도 미국에 오니 여기서 나는 애들 장난정도 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렇게 나를 외부로 끄집어 낼 필요도 있다. 가끔은 비난을 받아야 할 필요도 있다. 자칫 자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도 사람을 만나고 더 큰 무대로 나오다 보면 겸손해지고, 그럼 사실 나태나 무력감 자체도 별반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런걸 느낄 필요도 없다. 어떤 사람이던 똑같은 사람은 없고, 자라온 환경과 모든것이 다르기 때문에, 내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또 기회되면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한번 썰로 풀어내 보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당장의 성취가 중요한게 아니고, 인생은 정말 장기적인 마라톤으로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를 끝없이 관리하고, 당장의 실패, 당장의 좌절이 중요한게 아니다. 작심삼일도 100번이면 일년이듯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시험하고, 단단히 만들어 나가는 게 진정한 전문가의 의미가 아닐까. 2018년 새해 들어서 내가 세운 계획이 그렇다. 더 목표를 추가하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보안해 나가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다. 거창한 전문가 따윈 필요없다.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언젠가는 내게 다가오기를 바래본다.


글쓴이 메튜장 | matthew@urhy.me | http://www.matthewlab.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