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하면서 더 크게 느끼는 지식 습득전략.
나는 영어공부를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시작했다. 개발자로 살다보면 가장 중요한 언어가 영어라는 이유가 한국 레퍼런스는 적고, 같은 문제에 직면한 사람이 적을 경우 구글링을 하면 온세상에 영어권 사람들이 이를 해결하려고 적어놓은 글들이 수 없이 많다. 개발서적은 또 어떤가, 요즘엔 번역서가 꽤나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살짝 신기술을 접하려고 하다보면 늦는 감이 없지않아 있다. 최신 버전 혹은 기술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면 결국 영어 문서를 찾게되고, 그러다 보면 내 짧은 독해능력때문에 시원치 않게 찾은 답이 답답할 때가 허다하다. 그냥 왠지모르게 나도 읽지 못하는 저 영어권 세상에는 내가 접하지 못한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예컨데, 반지의 제왕을 재밌게 보았는데 원서는 5권이나 나와있더라. 그럼 지금까지 내가 HBO에서 본 세계관보다 더 큰 그것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한다. 어려서 레인보우식스나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재밌게 했는데 이게 책으로 있고,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한다니. 이 또한 스스로의 관심과 흥분을 자아내는 좋은 영어공부로써의 나의 동기부여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완독한 넌픽션이 부끄럽게도 한 권도 없지만, 최근의 독해 속도로 봐서는 조금씩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영어권 컨텐츠나 오프라인 문화는, 좋은 세미나도 많고 온라인 강의나 Webinar도 정말 말 그대로 널려있다. 영어가 어느정도 들리고 읽히니 점차 눈에 들어오는게 더 많다. 조금의 스키밍이 되니깐 점차 영어 컨텐츠에 대한 필터링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 더 내가 원하는 정보를 거를 수 있게 됬다. Medium같은 툴에서도, 점차 내가 원하는 컨텐츠를 잘 큐레이팅 해주는 것 같고, 즐겨보는 잡지들도 내가 특정 세션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예컨데 매일 구독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헤드라인 한두개와 Opinion중 관심있는 부분, 한국에 대한 기사, 그리고 Business와 Market정도만 본다. 약 20-30% 정도에 해당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컨텐츠 아깝다고 쌓아놓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점차 걸러야 할 자료가 많아졌다. 되려 한국에 있는 번역서들이 어쩌면 수 많은 영어권 문화의 홍수 속에서 잘 걸러진 혹은 한국적 취향(?)에 맞게 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더는 나도 쌓아두려고 하지 않고 당장에 바로 소화시켜버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교과서 같은 레퍼런스북을 몇 달, 몇 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내게는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크게 들어서 그렇다. 점점 느끼는데, 생각보다 중복된 자료도 많고 핵심을 건드리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백건데, 내가 구입한 강의나 책같은 것을 보면 혹해서 구입한 것들이 태반이다. 막상 구입해보니 인도인 강사가 대충 얼버부려서 만든 자료를 커버나 샘플 강의만 멋지게 꾸며서 만든 경우도 많고, 한 두개의 예제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을 챕터로 늘려서, 소스코드만 죄다 붙여넣은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또 그 제목과 표지같은 것에 끌려서 나도 모르게 사게 된다. 한국에서도 표지나 제목에 낚여서 사는 것과 같이 말이다.
사실 이를 낚게 하는데에는 SNS의 영향도 한몫한다. 나 또한 하루에 도합 한시간 정도는 SNS를 확인하는데 요즘엔 안부글 보다 많은게 공유된 컨텐츠 들이다. 다수의 페이지들이 이책도 읽어야하고, 저책도 봐야하고, 계속해서 그러더라. 조금은 내 고민을 긁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내용을 보면 강의나 책 내용을 정리한 정도. (물론 훌륭한 컨텐츠도 더러 존재한다.) 그런데 간혹 책 구매로 유도하는 느낌이 드는 것들이 상당수 있어서, 나도 그런 충동에 구매한 전자책이 여러 존재한다. 요즘의 SNS는 계속해서 나를 힐링해주는 것처럼 하다가 부축이는 느낌이다. 광고 또한 그렇다. 내 정보를 더 알면 알수록, 내가 더 가지도록(=구매하도록) 부축이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게 싫다. 그래서 짧은 생각을 쓰기는 더욱 싫고, 자신도 없다. 점차 SNS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보편적으로 커지는 느낌이다.
여튼, 이젠 정말 뭔가 무수히 쏟아지는 자료를 쌓아두지 않고 버릴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좋은 자료가 있으면 스크랩 하면되지, 내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원리를 이해하고, 좀 더 필요한 레퍼런스는 따로 가지고 있고. 글이 영어던 한글이던 쓸때없는 글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정말 더는 쌓아두고 싶지가 않다. 책장을 유심히 보다 보면 희안하게도 대부분의 책들이 충동적으로 가지게 되고 그 이상 이하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 태반이더라. 당장의 내 고민때문에 충동적으로 구입하고, 이를 쌓아두고 있는 책이 너무 많다. 한국에서도 자기관리 책을 그렇데 많이 구입했지만 내 개인적 생각에는 크게 도움되는 책은 거의 없었다. 똑같은 짓을 미국에서도, 영어권 컨텐츠에 대해서도 하고 있으니 이건 컨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
버리고, 바로 소화해 버리는게 정답이다. 무소유 까지는 아니지만, 컴퓨터 이상으로 내게 필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처리 능력이 아닐까. 정말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 답을 찾고 싶다면, 애당초 들어오는 자체를 좀더 느긋하게 바라보는 스스로의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요즘엔 넷플릭스를 즐겨보고 있지만, 영상과 음향이 주는 그런 순간적인 자극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오갈 수 있는 그런 것에서의 느긋함을 가지고 싶다. 욕심일까, 하지만 더는 자극적인 것을 찾고싶지 않다. 행복을 일순간으로 정의할 수는 없으니, 삶을 행복하게 하려면 지속적인, 조금의 신선함이라도 불어넣고 싶은 욕심. 애당초 나는 이것을 찾으려 영어공부를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은 조급했던 초심의 마음을 고치려고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내 30대의 목표, 천천히, 더 느리게 보고 읽고, 행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