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매니지먼트 석사 in 실리콘벨리
오랜만의 글이다. 그렇게 바쁜 삶은 아니었는데, shelter-in-place가 장기화 되면서 내심 스스로와 싸워야 할 부분이 꽤나 많았었다. 특히 그간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 둘 쳐내고, 밀린 공부들을 하다보니깐 벌써 6월이다. 2020년이 곧있음 절반이나 지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그게 사실이란다. 허허.
(프로젝트 같은 스타트업을 하고 있지만) 작년말부터 대학원에 다시 갈 준비를 해서 올해에 몇 군데 어드미션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어드미션은 Parsons와 Pratts이었다. 초,중학교때만 해도 디자인이 좋아서 그렇게 포샵과 일러를 끄적거리곤 했었는데, 이번엔 데이터 시각화 과정으로, 입학금의 2/3정도의 scholarship을 받고 어드미션을 받았다. 솔직히 엄청 기분이 좋았다. 그 외에도 USC UCD 등 한군데만 떨어지고 대부분 붙어서 아 나한테도 이런 날도 있구나 싶더라. 5년전 대학원 준비할 때 그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미국 짬밥을 먹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튼 내 결정은 CMU(카네기멜론) 로 정해졌다. 사실 어드미션을 받고 너무나도 기뻤다. 감사하게도 1/2 정도 scholarship과 함께 주어져서 더욱 값졌던 것 같다. 내가 지원한 과정은 MS in Software Management과정 (https://sv.cmu.edu/programs/mssm.html)으로, 피츠버그에 있는 본캠이 아니라 집근처 마운틴뷰 NASA안에 있는 실리콘벨리 캠퍼스이다. 본래 내 목표 대학중 하나였다. 어떻게 하던간에 실리콘벨리에 남고 싶었다. CMU내의 단과대 중 Integrated Innovation Institute 코스중 하나로, 대부분 취업을 필두로 디자인+공학+스타트업 의 융합을 중시하는 커리큘럼이다. 내 과정은 주로 PM (Project Manager) 를 양성하는 코스인데 나의 경우는 AI-PM 와 SE, EP에 학부때부터 관심이 있어서 그쪽으로 정했던 것 같다. 좌우간 제품관련되서 계속해서 케이스 스터디하고, 개발론에 대해서 일년 내내 주구장창 공부하는 과정. 물론 나중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바로 PM으로 갈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리고 이번달, 여름학기가 시작되었다. 본래 가을학기로 입학했지만, 학교에서 어차피 코로나때문에 수업을 hybrid(원격+대면) 로 할 것 같아서 겸사겸사 미리 경험해보라고 커리큘럼상 elective중 하나를 듣게 해주었다. 것도 다행이도 full-scholarship을 받았다. 과정은 EP for PM인데, 세부적인 과정을 보니 API설계부터 해서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설계를 PM개발론 기반으로 하는건데 내가 유라임에서 5년간 씨름하던게 이런 아키텍처적인, 혹은 개발론 적인 것들이라 솔직히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이외에도 내가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가장 막히던 부분이 사실 코딩 자체가 아니라 부차적인 것들이었는데 일년간 이런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
참고로 학교는 엄청나게 소수정예이다. 예전 SJSU가 정원 100여명이었던 것을 보면, 이번 class of 21'은 30명도 안된다. 파트타임을 제외하면 더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무명 가량이 인도친구들, 나머지는 중국이 대부분. 나랑, 러시아 어디 친구 하나, 이정도로 지금은 사료된다. 예전 alums을 보면 한국분들이 한둘 계시긴 했는데, 아직 한국에 막 알려진 캠퍼스는 아닌가보다 싶었다. 하기사, 이동네에 스탠퍼드랑 버클리가 있는데.. 캠퍼스도 꽤나 작은데 뭐 작아도 상관없다. 전교생 합쳐도 과가 5개 니깐 100~150명 정도 되려나. 여튼 소수정예라는건 교수와 만날/작업할 비중이 크다는 것이라 난 더없이 환영한다.
내가 본래 하던 스타트업은 조금 천천히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서버운영비를 제외하면 따로 돈이 드는것도 아니고.. 공격적으로 한다면 추가 투자를 유치해서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개발과 운영 자체가 목적이다. 그래서 좀더 시간을 두고 공부와 현업을 더 경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솔직히, 스타트업을 "혼자" 너무 오래하면 폐인되기 쉽상이다. 작년에 그점을 느끼고 모 회사에 CTO로 합류했지만 핀트가 잘 맞지 않아서 바로 공부로 전향했고, 정말 반년 내내 집앞 카페에서 살았던 것 같다. 이 나이 들어서 토플 지알이를 하고있는 나를 보면 원.. 그래도 작년 말에 커트라인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도 꽤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잘 된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마 졸업후에는 여기 테크회사 어딘가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벌써 프리랜서 3년에 스타트업 5년 하다보니 co-workers들과 일한게 언젠지도 가물가물하다. 좀더 부대끼고 싶다. 코로나 덕분에 WFH이 강화된 시점이것지만 내년엔 달라지겠지 라는 내심의 기대. 개인적으론 좀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대용량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코어부분을 개발하고 싶다. 그 전에 정말, 서른 중반의(ㅜㅠ) 나이이지만 마지막 공부가 되길 바라며.. 여튼 열심히 합시다. 그리고 정말 반년간 고생한 나보다 5년간 속앓이 했던, 공부에 늦바람 나도록 오메불망 기다렸던 끌로이한테 모든 영광(?)을 돌린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학원 이야기와 프로젝트 이야기 두 개를 초점으로 글을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