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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ul 26. 2020

장난감 탱크 색칠하기

아빠의 장난감 공방

하비킹 www.hobbyking.com을 아시나요?


옛날에 장난감 좀 만져 봤다는 아저씨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사이트라고 합니다. 저도 그만 이 몹쓸 곳을 알아 버리는 바람에 딸라 환율 무서운 줄 모르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도 뭐 별 목적 없이 인터넷을 하다가 하비킹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거기서 발견한 소소한 장난감 탱크를 보고 어딘가 두었던 추억의 장난감이 떠올랐습니다.


게임의 명가(?) 코나미의 Combat DigiQ입니다. 아마 2002년경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월드컵과 함께 얼리어답터란 단어가 유행하고 뭔가 새로운 물건을 인터넷으로 공유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일본은 뭔가 끝장을 보는 듯한 제품을 신나게 만들던 때라서 이런 작고 신기한 물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곤 했습니다. 포장도 대단히 고급집니다. 


손가락 2마디 정도의 귀엽게 생긴 탱크가 주인공입니다. 포신 옆에 LED에서 적외선이 발사되고 포탑 위에 투명한 수신부가 피탄 여부를 감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꼼꼼히 도색도 되어 있고 금형 수준도 상당해서 인터넷에서 보는 순간 이미 카드는 내 지갑을 떠나 있었죠.


한 번에 사출 할 수 없는 케터필러 같은 부속품은 추가로 조립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판은 On/Off 스위치와 충전단자 그리고 2개의 LED가 있습니다. 적에게 대포를 맞으면 여기서 빛이 납니다. 바닥에 자석을 지뢰처럼 깔아 놓으면 그걸 대전차 지뢰로 감지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조종기는 여러 가지 모드와 트림(Trim) 등 세부 설정이 가능하고 


조정기 후면에서 충전을 할 수 있는 데다.


각 탱크의 내구성, 화력, 연사 능력 등의 특성이 들어 있는 칩까지


정말 일본의 장인정신을 엿보는 그런 장난감이었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기능들 때문에 상당히 고가였는데 Digi-Q 시리즈로 신기한 장난감들이 끝없이 소개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탱크는 충전지가 수명이 다되어 다시 달릴 수는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충전지를 구매해 보려고 찾아봤지만 딱 맞는 건 이제 구할 수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날 그것과 비슷한 것을 딱 만났습니다. 그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가격 $16.82!!! 그것도 둘이 같이 놀아 보라고 2대씩이나!!!


아 이야기하려던 게 아니라 하비킹의 서비스를 이야기하려던 건데 서두가 사진과 함께 기합이 너무 들어가 버렸네요. 이 사이트는 창고가 전 세계에 흩어져 어디서 주문하건 신기한 RC용품들을 중국스런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물품이 많은 대신에 서비스도 악명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기쁜 마음으로 택배값과 비슷한 가격의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1:48 스케일이 보입니다. 잉? 1:48? 그러니까 이 탱크는 실제 탱크를 48배 축소한 모형이랍니다. 대체 어떤 탱크를 보고 만든 거냐...


Digi-Q처럼 벨크로 테이프로 고급지게 열리게 하려고 하였으나 벨크로 테이프가 통채로 띁어지는..


뭐 $16.82인데 벨크로 테이프가 어디야 라며 제품을 꺼냅니다. 싱그러운 색상의 탱크가 2대씩이나 나옵니다. 당장 시베리아 전투에서 돌아온 듯한 백색의 타이거 전차와 뭔가 냉장고에서 젊은 시절을 다보내고 수줍게 나타난 샐러드 같은 셔먼 탱크.


유통기한을 나타내는 2월 11일 잉?


뭐 $16.82인데 하며 조종기를 살펴봅니다. 전후 좌우 조종을 위한 4개의 하트!!! 그리고 트림 버튼이라고 쓰여있는 대포 발사 버튼. 4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3개만 선택되는 스위치.


전면 버튼을 누르면 후악 하고 뚜껑이 열리면서 충전 케이블이 늠름한 자태를 뽐냅니다. 


뭔가 충전 구멍이 좀...


여기다 전차를 꼽으면 초록불과 함께 충전이 시작됩니다. 엉? 초록불 안 들어옵니다. 안 움직입니다.


뭐 $16.82인데 뭐 그 정도야 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요 Hobbyking님!!!


아놔! 사이트에서 문의 메일 보내는 링크를 찾아보았지만 그런 건 보이지도 않고 갑자기 채팅창이 열립니다. 애라 모르겠다. 나 $16.82 준 장난감 안 움직인다. 이런 거 보내는 거 아니다. 나는 화가 난다.라고 신나게 썼더니 담당자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Hi"


절차에 따라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랍니다. 그러시더니 쿠폰 줄까, 돈으로 줄까, 새 제품을 줄까 물어봅니다.


택배비가 제품값과 맞먹으니 나는 새 거 줘 했지요. 그랬더니 며칠 후 정말 새 제품을 보내 줍니다.

아 나도 "Hi" 할걸.... 



Hobbyking과 $16.82과 시베리아 전차와 샐러드 전차에 대한 미안함에 색을 칠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잉?


이젠 이미 왜 이런 글을 쓰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먹선을 넣고 마스킹 테이프로 센서부를 잘 덮은 다음 철물점의 무광 투명 락카를 뿌립니다. 이 정도만 해줘도 뭔가 고급진 느낌이 살아납니다. 


그리고 문구점 파스텔로 어두운 부분과 더러워진 부분을 표현하고 파스텔이 날아가지 않도록 다시 철물점 투명 무광 락카를 뿌립니다. 


은색 어딘가 문구점에서 산 은색 페인트 팬으로 금속 느낌이 나도록 살짝 칠하고 갈색 색연필로 녹이 슨 것을 표현합니다. 어두운 색은 아크릴 칼라로 칠해 줍니다. 


소소한 부분을 각막에 힘을 딱주고 조심조심 색칠합니다.


완! 성!


도색하기 전과 도색한 후입니다. 


도색하기 전과 도색한 후의 뒤태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시베리아 하얀 타이거 탱크도 색을 칠하면 


이렇게 됩니다. 


아 포신이 막히면 안 되니깐 얇은 드릴로 살살 파줍니다. 


변신 로봇의 등판과 모형 자동차의 밑바닥을 보는 것은 실례입니다. 귀찮아서도 $16.82 이기 때문에 안 칠한 것이 아닌 겁니다. 


완성!!!


유통기한은 살짝 안 보이게...


심지어 이런 부속 부품도 있습니다. 어린이인 아들들과 놀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대포 3대를 맞으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발사 버튼을 누르면 대포(?) 소리와 함께 전차가 뒤로 살짝 밀려납니다. 우리 집에서는 로 서로 맞추는 놀이보다는 레슬링 놀이가 더 인기 있습니다.


움직이는 모습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s://youtu.be/CzkNHeF7-O8


이 제품은 정말 장난감에 대한 중국인의 시선이 잘 담겨 있습니다. 중요한 기능만 그럭저럭 구현하면 다른 디테일은 그냥 넘어 가도 좋다는 그렇지만 뭔가 푸짐하게 포장되어야 한다는 것. 너무 꼼꼼하게 쓰던 쓰지 않던 모든 기능을 넣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던 일본 제품도 기억나게 합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게 될까요.


아 크기는 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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