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난감 공방
이런저런 만들기에 '장난감 공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무언가 만드는 일보다 수리하는 일이 더 많아요.
'전파상'의 순돌이 아빠 같은 거죠. 전자 제품 수명이 짧아지면서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전파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전파상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말 좋아하는 제품은 수명보다 더 오래 사용하고 싶으니까요.
저에게는 10년도 더 사용한 카메라 렌즈가 있습니다. 500g이 넘어 무겁지만 줌이 적당해서 어딜 가나 함께 했지요. 하지만 수년 전부터 조금씩 말을 안 듣더니 결국 마운트와 줌 링이 분리되었습니다.
그냥 보내주기 전에 어떻게 망가지게 된 건지 사연을 열어보기로 했어요.
플렉시블 케이블은 잠금장치가 있습니다. 그냥 뽑아도 되지만 잠금장치를 열면 쉽게 분리됩니다.
연결부가 3군데입니다. 하나가 부러졌네요. 지난번 외출에서 속에 무언가 떨어져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는데 이거였나 봐요. 원인을 알았으니 어찌하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렌즈 무게를 모두 지지해야 하는 부분이 3개뿐인 게 참 이상한 설계지만 고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카메라 무게를 지지할 만큼 단단하게 고정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런 경우 철심을 넣어 고정하는 게 정답이지만 워낙 크기가 작아 써먹지 못할 듯합니다.
순간접착제를 생각해 봤지만 좋은 판단은 아니겠지요. 순간접착제는 당기는 힘에는 강하지만 미끄러지는 힘에는 큰 도움이 안 되거든요.
UV 접착제가 생각났습니다. 자외선으로 경화되는 UV 접착제는 빠르게 굳고 견고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용 UV 조사기도 있지만 그냥 창밖에 직사광선을 쬐면 단단하게 고정되는데 아내가 사용하던 네일 아트 경화기가 생각났습니다. 이것도 자외선이 나오거든요.
이제 렌즈를 수리해 보겠습니다.
그럭저럭 견고하게 붙은 것 같아요. 조립은 언제나 그렇듯 역순이지만 스크류가 몇게 남느냐는 영원한 과제입니다.
이제 조심히 사용하면 좀 더 사용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카메라와 함께 한 추억이 조금 더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