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난감 공방
집 정리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법이지만 언제고 분명히 쓸 것 같은 물건은 누가 못 버리게 어딘가 숨겨두고는 해요.
아이들 방의 벽 시계에 들어 있던 이런 시계 모듈이 그 잡동사니 중에 하나였어요. 언제고 이걸로 탁상시계를 만들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지요.
큰 아이가 자기 방에 탁상시계가 있으면 좋겠다기에 몇 년 전에 넣어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듈을 꺼냈습니다.
아이의 부탁보다는 MOMA에서 발견한 이 시계가 너무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시곗바늘 모양이 그 시간을 표시합니다. 시계를 읽는 법이 시간을 가리키는 거죠.
모듈 크기와 전체 크기를 그려봅니다.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면 확대 축소가 쉬워 실제 크기가 감이 안 오기 때문에 이때 대강의 크기를 짐작해 두지요.
모서리가 둥근 모양은 씽커캐드로 그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둥근 모서리가 많지 않다면 이리저리 잘라 붙이면 금방 그릴 수 있습니다.
나무 질감의 탁상시계를 생각하고 있어 나무 필라멘트를 선택했습니다. 요즘은 계속 이것만 사용하고 있는데 솔직히 필라멘트를 바꾸기가 귀찮아서 그렇기도 해요.
서포트를 제거하고 사포로 표면을 살짝 정리한 다음에
버리지 않고 남겨둔 서포터를 잘라 시곗바늘을 만듭니다.
그리고 우드 스테인을 바르지요.
마르고 나면 광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난번 곰돌이 만들 때 쓰고 남은 우레탄 니스를 발라주었습니다.
원래 있던 시곗바늘을 잘라 순간접착제로 붙이고 조립합니다. 다행히 모듈이 꼭 들어맞네요. 이렇게 직접 설계한 제품이 꼭 끼워질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오다 주었다. 아들아! 방에 두고 쓰거라.”
밤이 늦은 시간, 아이가 시계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아빠! 이거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어!”
원래 탁상시계는 그 찰칵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는 거라 아무리 설명해도 싫답니다. 작은 아들이 가져갔습니다. 동생을 위한 다른 디자인의 탁상시계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중단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아들은 자기 방을 버리고 거실에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시계가 시끄러워서 그런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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