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난감 공방
전자저울은 남자의 필수품인 겁니다.
새로 산 드론 배터리의 무게를 알아보거나 페인트와 신너를 정확한 양으로 섞거나 하는 거친 일에 꼭 필요하지요.
하나 살까 눈여겨보고 있는데 아내가 ‘옜다. 오다 주었다’ 하며 저울 하나를 던져 주었습니다. 망가진 저울이라는 점만 빼면 거친 남자를 위한 완벽한 연두색 저울이었지요.
없으면 만들고 망가지면 고칩니다. 여기저기 테스터로 찍어본 결과 택트 스위치 고장입니다.
스위치는 가전제품에서 가장 쉽게 고장 나는 부품이지요. 이런 택트 스위치는 보통 10만 회 수명을 가지는데 저렴한 스위치는 그보다 먼저 수명을 다합니다.
수리법은 간단합니다. 새 스위치로 바꾸면 그만입니다. 바꾸기도 쉽지요. 망가진 스위치의 납을 제거하고 새 스위치를 납땜합니다.
납땜을 제거하려면 인두로 녹인 다음 책상에 탁 쳐서 떨어트리곤 하는 게 사실 납 흡입기 같은 전문 도구가 있습니다.
스프링이 달린 주사기인데 녹은 납에 데고는 훅하고 빨아들이는 도구입니다. 품위 있게 납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런 히팅건이 있으면 더 편리합니다. 납땜 부분이 아무리 많아도 한꺼번에 녹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된 택트 스위치에 이런 장비를 썼다간 다른 부분이 다 녹아 버릴 테고 납 흡입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 두고 쓰는 사람도 드물겠지요.
(전기인두는 어릴 때도 집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가정에 하나씩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납 흡입기도 납을 깔끔하게 제거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구리 망처럼 생긴 솔더 웍을 사용합니다. 녹은 납 위에 올리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도구입니다.
이런 물건도 가정 상비품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집에서 급히 납을 제거해야 할 때면 참 아쉬운데 유튜브에서 유용한 팁을 배웠습니다.
피복을 벗긴 구리 전선을 솔더 웍처럼 사용할 수 있답니다. 버리는 구리 전선이야 다 쓴 가정 상비품처럼 쓰레기통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선이 너무 두꺼워서 인지 잘되지 않네요. 어차피 망가진 스위치를 뭐 하러 조심스럽게 때려고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도 들기 시작하고요.
그냥 니퍼로 잘라냈습니다.
그래서 저울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고쳤지요. 스위치 크기가 달라서 버튼을 조금 뜯어내야 했지만요.
나중에 고수에게 납땜을 제거하는 신박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납이 붙은 부분을 연속으로 빠르게 녹여서 순간적으로 부품을 들어내면 된답니다. 납땜된 리드가 2개면 1개를 먼저 녹이고 식어 굳기 전에 다른 하나를 녹여서 때 내는 거죠. 인두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이 방법을 가르쳐준 고수는 3개까지 가능하다고 하네요.
오늘은 납땜 제거의 심오함에 대해 깊은 사색에 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