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s Toy Workshop
전동 드릴을 샀습니다. 이것저것 만들기 좋아하는 제가 설마 전동 드릴 하나 없지 않을 테지만 이건 다릅니다. 2단 속도 조절에 해머드릴 기능까지 있는데도 오랜만에 국산 제품인데다 저럼 하기까지 합니다.
이미 드릴이 있는데 왜 또 다른 드릴이 필요한지 설득하기 위해서는 건담 RX-78과 건담 Mk-II RX-178의 차이를 설명해야 하지만 당장 내린 지름신에 응답하는 게 우선입니다.
다른 전동 드릴처럼 척을 돌리면 어떤 크기에 공구도 물릴 수 있습니다. 친절하게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저렴한 드릴이라 수명과 힘이 좋은 BLDC 모터가 아닌 수명이 짧은 브러시 모터를 사용하는데다 이렇게 방아쇠를 당길 때만 돌아갑니다. 한참 돌리려면 이렇게 한 손으로 방아쇠를 잡고 있어야 하죠.
이렇게 산지 얼마 되지 않아 구멍 몇 개 뚫어본 적 없는 나의 새 전동 드릴의 개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드론 배터리를 고정하는 스트랩을 방아쇠에 걸어봅니다.
벨크로 테이프로 되어있는 스트랩이 계속 방아쇠를 고정하면 계속 돌아갑니다. 이것도 개조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아주 편리합니다. 이 스트랩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요. 정작 드론은 작은 크기만 날리다 보니 쓸 일이 없어졌아요.
전동 드릴이 계속 돌아가도 한 손이 드릴에 묶어 있어서는 불편하죠. 찾아보면 전동 드릴을 작업대에 고정하는 도구도 있는듯한데 제가 사용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작업대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 전동 드릴 상자를 고정 도구로 개조하기로 했습니다.
전동 드릴이 고정될 위치를 적당히 표시하고
아까 사용했던 드론 배터리 스트랩을 끼울 위치를 표시합니다.
적당한 두께로 구멍을 냅니다. 물론 이런 구멍은 새로 산 전동 드릴이 딱 적당합니다. 드릴을 사용하기 위한 구멍을 내기 위해 드릴을 사용하는 상황은 어쩐지 선물 받은 넥타이 때문에 어울리는 양복을 사러 백화점에 가는 느낌이지만 이미 뚫은 구멍은 매울 수 없지요.
구멍을 연결하면
스트랩이 들어갈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드릴을 고정하고 방아쇠도 스트랩으로 당기면 작은 회전 그라인더가 됩니다. 작은 걸 다듬기 편리합니다 손톱도 깎을 수 있다니까요.
이렇게 큰 사포 그라인더를 달면
이렇게 넓은 면을 가공할 수도 있지요.
여기까지 개조하고는 깨달았습니다. 저는 작업대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 책상은 플라스틱 먼지로 가득하게 되었고 아내에게는 건담 RX-78과 건담 Mk-II RX-178의 차이를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개조라고 하기에는 소소하지만 이 드릴 그라인더가 만든 난장판의 파격은 컸기 때문에 나름 흡족합니다.
다음에는 안쪽에 모터를 BLDC로 바꿔 봐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릴 내부를 가공할 드릴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