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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Sep 07. 2022

마우스 안에 컴퓨터 넣기

MAtt's Toy Workshop

적당보다 조금 더 성능이 좋은 라즈베리 파이는 조립식 컴퓨터입니다. 컴퓨터라지만 달랑 전자기판 하나뿐이라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많이 사용되지요. 간단한 제어나, 동영상 플레이어, 오디오나 고전 게임기를 만들 때 유용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로 사용하려면 모니터와 키보드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이 라즈베리 파이와 키보드가 한 몸으로 되어 있는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어요.


https://www.raspberrypi.com/products/raspberry-pi-400/


라즈베리 파이는 버전을 거듭할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모든 컴퓨터가 그렇듯 크기는 반비례로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제품도 라즈베리 파이에 키보드를 넣었다기보다는 키보드에 작아진 라즈베리 파이를 넣은 거겠지요.


이 키보드 라즈베리 파이를 구경하면서 유튜브도 보고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반복하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뒤적뒤적하다 생각이 들었어요. 키보드에 라즈베리 파이를 넣었다면 마우스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요.



물론 마우스는 키보드 보다 훨씬 작으니 그보다 작은 라즈베리 파이 제로를 사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마우스에 원래 있는 USB는 라즈베리 파이에 그대로 연결하고 마우스에 원래 있던 USB 선으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영상 출력은 HDMI로 꺼내서 USB와 같은 선으로 만들면 됩니다.



요즘 TV는 이렇게 HDMI랑 USB가 함께 있으니까요. 대신 HDMI에 수많은 전선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라즈베리 파이에 다시 연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때까지도 몰랐습니다. TV USB로는 아무리 작은 라즈베리 파이 제로라도 전력이 부족하다는걸요. 여기서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이미 마우스와 라즈베리 파이도 너덜너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무언가 다른 전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TV에 연결해 사용하는 마우스 컴퓨터가 컨셉인데 밖에서 다른 전원을 찾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문제 아니겠어요?



별수 없이 추가로 재물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안쪽에 배터리를 넣었습니다. 악마를 소환할 때 자꾸 재물을 바쳐야 하는 이유가 이런 걸까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미니 드론용 배터리는 용량은 그렇게 크지 않아도 아주 큰 전류를 만듭니다. 일단 전기가 가장 많이 필요한 부팅은 배터리로 구동하고 사용하는 동안 TV USB가 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거죠.



전원 케이블이 없어도 얼마간 싸울 수 있는 에반게리온 같은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안 쓸 때는 꺼야 하니 이렇게 전원 버튼도 하나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토글스위치 하나가 또 재물로 희생되었습니다.



이것저것 재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은 이 악마는 더 두꺼워졌습니다.



독특한 연결 선을 가진 마우스가 되었지만 이래 봬도 컴퓨터입니다. 마우스를 이용한 간단한 게임이나 심지어 웹서핑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몇 번 시험해 보다 웹서핑을 하려면 주소를 입력할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못해서 라즈베리 파이를 마우스에 집어넣지 않고 키보드에 넣었던 게 아니었어요. 마우스보다 키보드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었던 거죠.


그래도 숨겨진 기능을 찾았습니다. 이 컴퓨터 마우스는 사용할수록 따끈따끈 해집니다.


겨울에 손난로 기능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름에 손난로 기능이라는 단점도 있지요.



죽어버린 마우스가 아쉬워 이걸 키보드에 이식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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