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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안에 컴퓨터 넣기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적당보다 조금 더 성능이 좋은 라즈베리 파이는 조립식 컴퓨터입니다. 컴퓨터라지만 달랑 전자기판 하나뿐이라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많이 사용되지요. 간단한 제어나, 동영상 플레이어, 오디오나 고전 게임기를 만들 때 유용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로 사용하려면 모니터와 키보드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이 라즈베리 파이와 키보드가 한 몸으로 되어 있는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어요.


https://www.raspberrypi.com/products/raspberry-pi-400/


라즈베리 파이는 버전을 거듭할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모든 컴퓨터가 그렇듯 크기는 반비례로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제품도 라즈베리 파이에 키보드를 넣었다기보다는 키보드에 작아진 라즈베리 파이를 넣은 거겠지요.


이 키보드 라즈베리 파이를 구경하면서 유튜브도 보고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반복하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뒤적뒤적하다 생각이 들었어요. 키보드에 라즈베리 파이를 넣었다면 마우스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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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우스는 키보드 보다 훨씬 작으니 그보다 작은 라즈베리 파이 제로를 사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마우스에 원래 있는 USB는 라즈베리 파이에 그대로 연결하고 마우스에 원래 있던 USB 선으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영상 출력은 HDMI로 꺼내서 USB와 같은 선으로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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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는 이렇게 HDMI랑 USB가 함께 있으니까요. 대신 HDMI에 수많은 전선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라즈베리 파이에 다시 연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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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까지도 몰랐습니다. TV USB로는 아무리 작은 라즈베리 파이 제로라도 전력이 부족하다는걸요. 여기서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이미 마우스와 라즈베리 파이도 너덜너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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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다른 전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TV에 연결해 사용하는 마우스 컴퓨터가 컨셉인데 밖에서 다른 전원을 찾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문제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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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수 없이 추가로 재물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안쪽에 배터리를 넣었습니다. 악마를 소환할 때 자꾸 재물을 바쳐야 하는 이유가 이런 걸까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미니 드론용 배터리는 용량은 그렇게 크지 않아도 아주 큰 전류를 만듭니다. 일단 전기가 가장 많이 필요한 부팅은 배터리로 구동하고 사용하는 동안 TV USB가 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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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케이블이 없어도 얼마간 싸울 수 있는 에반게리온 같은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안 쓸 때는 꺼야 하니 이렇게 전원 버튼도 하나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토글스위치 하나가 또 재물로 희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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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재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은 이 악마는 더 두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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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연결 선을 가진 마우스가 되었지만 이래 봬도 컴퓨터입니다. 마우스를 이용한 간단한 게임이나 심지어 웹서핑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몇 번 시험해 보다 웹서핑을 하려면 주소를 입력할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못해서 라즈베리 파이를 마우스에 집어넣지 않고 키보드에 넣었던 게 아니었어요. 마우스보다 키보드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었던 거죠.


그래도 숨겨진 기능을 찾았습니다. 이 컴퓨터 마우스는 사용할수록 따끈따끈 해집니다.


겨울에 손난로 기능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름에 손난로 기능이라는 단점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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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린 마우스가 아쉬워 이걸 키보드에 이식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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