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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블록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1년을 기다린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은 어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기다리며 행복하고 크리스마스에는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즐거웠죠.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이 즐거웠을 때는 산타 할아버지가 마음속에 남아 계실 때뿐이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의 행복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무언가 즐거운 것을 찾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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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두리번거리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블록 장난감을 눈여겨보곤 합니다. 최근에는 레고를 그대로 흉내 낸 제품 대신에 자신만의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라이선스가 필요한 캐릭터를 그대로 만들어 파는 건 여전하지만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레고의 블록도 이제 레고만의 것도 아닌 데다 요즘은 대륙의 블록도 품질이 제법 좋아졌다고 하고요.


이렇게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라니 길고 긴 배송 기간을 산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한 조립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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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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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블록 봉투와 블록 설명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꺼운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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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눈밭 위에 흩어진 선물을 하나하나 끼우면서 꼭 설명서를 따라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의문의 슬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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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까지 올리고 나면 초록색 블록의 공격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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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데 아주 조금씩 미묘하게 다른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끝없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도와주던 가족들도 하나둘 지쳐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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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보면 장식이 가득한 크리스마스트리로 보이지만 멀리 보면 이게 뭘까 싶은 플라스틱 블록 덩어리입니다. 이 블록을 위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불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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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커다란 모형이라 푸짐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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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주변을 운행하는 기차는 몽글몽글 연기까지 묘사가 되어 있지만 철길의 급경사는 기차와 맞지 않아 레일에 걸려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대도 안 했지만 다양한 크리스마스 표시는 그냥 스티커고요. 이런 스티커는 고가의 레고 블록도 마찬가지니까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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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명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투명하지 않고 뿌옇습니다. 애써 안에 넣은 장식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새것이 아닌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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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더 아쉽습니다. 미묘하게 원색이면서도 칙칙한 게 석유 냄새가 나는 불량식품 같은 맛입니다. 실제로 블록에서 미묘한 기름 냄새가 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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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끼우는 방향을 바꿔 모양을 내거나 독특한 블록으로 만들어진 장식은 재미있습니다. 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설계한 사람은 블록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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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크리스마스트리에 판다 곰이 올라가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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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들의 품질이 별로 좋이 않아 이렇게 플라스틱이 튀어나와 있거나 안 끼워지기도 하고 쉽게 빠져 무너져 버리기도 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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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단 푸짐한 블록에 답답하고 난잡한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마치 중국 어느 시장에서 길을 잃은 기분입니다.

https://youtu.be/S5q8knEwZck


이 블록 크리스마스 트리가 모두 하얀색이었으면 스프레이로 확 칠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이 거대하고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덩어리를 어떻게 보관할까가 더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이 지나고 새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치울 때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블록 장난감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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