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thew Min 민연기 Dec 28. 2022

크리스마스 트리 블록

MAtt's Toy Workshop

1년을 기다린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은 어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기다리며 행복하고 크리스마스에는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즐거웠죠.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이 즐거웠을 때는 산타 할아버지가 마음속에 남아 계실 때뿐이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의 행복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무언가 즐거운 것을 찾기로 했습니다.



심심하면 두리번거리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블록 장난감을 눈여겨보곤 합니다. 최근에는 레고를 그대로 흉내 낸 제품 대신에 자신만의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라이선스가 필요한 캐릭터를 그대로 만들어 파는 건 여전하지만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레고의 블록도 이제 레고만의 것도 아닌 데다 요즘은 대륙의 블록도 품질이 제법 좋아졌다고 하고요.


이렇게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라니 길고 긴 배송 기간을 산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한 조립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대표

사진 삭제




끝도 없는 블록 봉투와 블록 설명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꺼운 설명서.



넓은 눈밭 위에 흩어진 선물을 하나하나 끼우면서 꼭 설명서를 따라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의문의 슬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기둥까지 올리고 나면 초록색 블록의 공격이 시작되는데



똑같은데 아주 조금씩 미묘하게 다른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끝없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도와주던 가족들도 하나둘 지쳐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이 보면 장식이 가득한 크리스마스트리로 보이지만 멀리 보면 이게 뭘까 싶은 플라스틱 블록 덩어리입니다. 이 블록을 위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불태웠습니다.



제법 커다란 모형이라 푸짐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을 운행하는 기차는 몽글몽글 연기까지 묘사가 되어 있지만 철길의 급경사는 기차와 맞지 않아 레일에 걸려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대도 안 했지만 다양한 크리스마스 표시는 그냥 스티커고요. 이런 스티커는 고가의 레고 블록도 마찬가지니까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아요.



하지만 투명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투명하지 않고 뿌옇습니다. 애써 안에 넣은 장식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새것이 아닌 거 같아요.



색깔은 더 아쉽습니다. 미묘하게 원색이면서도 칙칙한 게 석유 냄새가 나는 불량식품 같은 맛입니다. 실제로 블록에서 미묘한 기름 냄새가 나기도 해요.



그래도 끼우는 방향을 바꿔 모양을 내거나 독특한 블록으로 만들어진 장식은 재미있습니다. 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설계한 사람은 블록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물론 크리스마스트리에 판다 곰이 올라가 있기도 하고



블록들의 품질이 별로 좋이 않아 이렇게 플라스틱이 튀어나와 있거나 안 끼워지기도 하고 쉽게 빠져 무너져 버리기도 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게다가 일단 푸짐한 블록에 답답하고 난잡한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마치 중국 어느 시장에서 길을 잃은 기분입니다.

https://youtu.be/S5q8knEwZck


이 블록 크리스마스 트리가 모두 하얀색이었으면 스프레이로 확 칠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이 거대하고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덩어리를 어떻게 보관할까가 더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이 지나고 새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치울 때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블록 장난감은 즐겁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병 속에 타이타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