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안 그래도 땅딸막한 타이타닉이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있는 게 아쉬워 받침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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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선박이라면 고전 전집이 가득한 그럴듯한 마호가니 책장에 어울리는 법이지요. 그래서 고풍스러운 책장도 전집도 아닌 단행본 뿐이지만 책장에 올려 두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옹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옹색함의 기원은 타이타닉 아니면 받침대 그도 아니면 책일까 고민하다 배는 유리병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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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옛날에 만든 몽당 비행기를 투명 상자에 넣고 즐거웠던 기억이 그런 결론을 이끈 거겠지요.
동글동글 타이타닉의 크기와 받침대의 높이를 계산해서 적당한 크기의 유리병을 찾아 이케아로 모험을 다녀왔습니다.
그대로 병에 넣어두면 허전해 적당한 받침을 찾다 저렴한 소품을 팔던 플라잉 타이거에서 그냥 예뻐서 샀던 돌 컵 받침이 생각났습니다. 쓰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 한다는데 이렇게 적당한 쓸모를 찾을 때가 즐거워 저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서 아내는 항상 저를 정리하고 싶어 하지요.
고무찰흙으로 컵 받침을 병에 고정할 생각입니다.
이케아에서 찾은 커다란 유리병입니다. 뚜껑이 완전히 밀봉되지 않는 걸 보면 사탕같이 가볍게 보관하는 용도인 것 같아요. 그래도 크기가 제법 커서 5000원이나 합니다.
병과 컵 받침 사이는 대체 어디에 쓰려고 산 건지 기억도 없는 마른 이끼로 채웁니다. 아 이러려고 산 게 분명합니다.
이끼의 파란색이 물속의 산호를 생각나게 하고 싶었어요. 함께 산 노란 마른 이끼는 어디에 쓰려고 산 건지 의문은 깊어만 가지만요.
조심스럽게 타이타닉을 넣어 주었습니다.
넣고 보니 애써 만들어 넣은 조명과 스팀 발생기는 볼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어떻게든 USB 케이블을 넣으면 되겠지만 병에 구멍을 내지 않고는 안될 거 같아요. 병을 깨지 않고 구멍을 만드는 일은 자신 없고요.
병 바닥에 무선 충전기처럼 전자기를 유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은 깊어지는데 돌 받침까지 높이를 고려하면 보통 방법으로는 힘들어 보입니다.
https://youtu.be/axELl_LLOCo
게다가 작고 귀여운 타이타닉 모형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어마어마하게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 번은 후배가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가요?”
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내게 맛있는 커피가 좋은 거죠. 물론 그 커피를 다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좋은 커피를 아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아는 게 더 중요한지도 몰라요”
라는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병에 넣고 조명도 스팀도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타이타닉은 여전히 귀여워요. 저는 이런 몽당 디자인을 좋아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