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타이타닉 주제가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만든 동글동글 타이타닉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57
컴컴한 책상을 밝힐 때도, 건조한 아저씨 피부에 뽀송함을 더해야겠다 싶을 때도 켜지요. 그렇게 책상 위에 타이타닉과 유튜브를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꾸 보다 보니 나의 동글동글 타이타닉에 부족한 치명적인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타이타닉은 다 있는 받침대가 없습니다. 레고 타이타닉도 있는데 저만 없습니다. 물론 진짜 타이타닉에는 받침대 따위 없을 테지만 그건 디카프리오와 함께 침몰했으니 정말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는 거예요.
결국 크기도 모양도 다른 동글동글 타이타닉을 위해 받침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른 선박 모형의 받침대를 참고합니다. 새로 설계한 받침대는 엘레강스하지만 그렇다고 장식적 요소가 너무 강해 타이타닉 본연의 아름다움을 해치면 안 됩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마치 드라마 ‘수리남’에 전도사님 같은 받침대를 설계해야 합니다.
식사를 잡수고 오는 동안 3D 프린터가 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 층씩 쌓아올리는 구조의 FDM 3D 프린터는 층이 올라가며 생기는 층이 있습니다. 엘레강스함을 해치지요.
그래서 좀처럼 꺼내지 않는 3D 프린터 표면 보강재를 꺼냈습니다. 2가지 액체를 섞으면 적당히 진득해 지는데 3D 프린터의 거친 층을 메워줍니다.
너무 많이 쓰면 섬세한 디테일까지 메우는 무서운 제품인데 더 무서운 점은 시간 바르는데 시간제한이 있어요. 바르다 보면 말라버려 서둘러 발라야 하죠.
다 마르고 나면 사포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다시 깎아낼 거면 뭐 하러 발랐나 잠시 신기술에 대한 믿음을 시험받기도 합니다.
자고로 선박 모형은 장인이 섬세하게 조각한 나무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받침대는 나무이어야 합니다. 동글동글 타이타닉을 위한 받침대가 플라스틱 인건 타이타닉이 플라스틱이라서 그런 거예요. 재료의 통일성은 전통만큼이나 중요한 거죠.
나무 표면 광택은 우레탄 바니시입니다. 비록 플라스틱에 나무색을 칠한 거라도 나무색의 표면 광택은 우레탄입니다. 근데 정말 안 마르네요. 그냥 유광 탑코트를 바를걸 그랬나 봐요.
받침대 재질을 고민했지만 진짜 고민은 판과 배를 연결할 기둥입니다. 이 부분만은 화려한 금속을 허락하는 받침대의 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타이타닉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입니다. 번쩍번쩍 금색으로 칠해줍니다.
아무리 금색이라고 배보다 화려해도, 배에 상처를 입혀서도 안되지요. 받침이 싫증 나서 치우더라도 마지막까지 타이타닉을 보호하기 위해 스펀지 패드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자석에 전선을 붙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기둥에 넣어줍니다.
이 자석이 받침대와 배를 연결해 줄 거예요.
기둥 두 개를 받침에 붙이고
기둥에서 나온 전선을 USB 커넥터에 연결합니다. 받침에서 타이타닉에 전원을 공급하는 거죠.
받침에서 톡 튀어나온 자석에는 5V의 전기가 흐릅니다. 손을 데면 5V 전기에 감전될 수 있지만 불도 켜지고 스팀도 나오는 타이타닉을 위해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왜 그런 건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통적으로 받침대 아래는 부직포 받침이 있습니다.
배를 받치는 받침대를 위한 부직포 받침인 거죠. 발을 보호하기 위해 양말을 신고 그 위에 운동화를 신었는데 어딘지 아쉬워 덧신을 신은 그런 느낌입니다.
이제 받침대를 맞이하기 위해 배를 준비할 때입니다. 받침대에 사용했던 자석보다 작은 네오디뮴 자석을 준비합니다.
여기에 전선을 납땜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자석은 열을 받으면 자력을 잃어버립니다. 이 온도를 쿼리 온도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자석의 쿼리 온도는 상당히 높아 살면서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네오디뮴 자석은 이 온도가 310~370도 정도로 낮은 편입니다. 납을 녹이는 인두 온도가 350 도는 되니 조금만 오래 인두를 데어도 그냥 쇳조각이 됩니다. 아주 빨리 납땜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인두에 저 자석이 그렇게 잘 달라붙어요.
쉽지 않은 납땜이 될게 분명하지만 아 몰라 일단 타이타닉부터 다시 분해합니다. 다시는 안 열겠다고 다짐한 이집트 피라미드의 투탕카멘왕의 관 뚜껑같이 꽉 조립되어 있습니다.
분리한 배 아랫부분을 받침대에 올리고 자석을 던지면 이렇게 자리로 턱하고 날아가 붙습니다. 받침대 만들겠다고 낑낑거린 이후 가장 즐거웠습니다. 이게 젤 재밌네 몇 번이나 자석을 던지고 놀며 잠시 현타의 시간을 가진 후에
자석이 붙었던 자리에 구멍을 냅니다.
그리고 이 구멍에 자석을 끼웁니다. 그러다 겨우 붙인 전선이 떨어지고 다시 자석을 빼다 다른 쪽 전선이 떨어지고 자석에 납땜을 하다가 자력을 잃어버리고 새로 꺼낸 자석은 인두기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인내심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잠시 철학적 사유를 고민하다
적당히 붙은 순간, 순간접착제로 덮어 봉인해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다시는 받침대 따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요.
이렇게 연결한 전선을 배에 있는 USB 커넥터와 연결한 다음
서둘러 배 뚜껑을 봉인했습니다. 이걸 누군가 다시 열면 봉인된 나의 수많은 짜증이 다 튀어나올 거예요. 다 나와도 희망 같은 건 나오지 않으니 절대 열리지 않게 꽉꽉 눌러 끼웠습니다.
이제 굴뚝에 물을 넣고
배에 끼웠던 USB를 이번에는 받침대에 끼웁니다.
자석으로 타이타닉이 받침에 철컥하고 결합됩니다.
이제 받침대가 있는 동글동글 타이타닉이 되었습니다. 물론 불도 그대로 켜지고 굴뚝에 증기도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이렇게 그냥 궁금해서 샀던 타이타닉 모형은 받침대까지 생겼습니다. 과연 모형 배라면 손으로 꼼꼼히 깎은 은은한 나무 향기의 받침대가 필수입니다. 그저 나무가 아니라는 소소한 문제가 있을 뿐이지요.
이렇게 만들어 놓고 보니 그래도 배는 물 위에, 타이타닉이라면 빙산 떠다니는 바다가 더 어울렸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물 위에 띄워볼까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서 바다를 표현할 에폭시 수지를 검색하다가 이러다 영영 타이타닉 주제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거 같아서
책장에 옮겨 두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라도 만들어 볼까 다시 시작된 고민과 함께 타이타닉 주제가가 머릿속에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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