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망설임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교훈을 뼈아프게 느끼게 해준 드론 아바타입니다.
출시 소식을 듣고는 '아 이건 꼭 사야 해' 생각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만화책도 읽고, 밀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도 하고 VR 게임을 하다가 잠시 정신을 차려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그 하루 늦은 주문이 한 달 넘는 기다림을 불러올 줄은 몰랐습니다.
취소하기엔 기다린 시간이 안타깝고 나중에는 얼마나 더 기다릴지 몰라 어쩌지 못하고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발송 문자를 저녁에 받고는 다음날 아침에 받았습니다. 느린 배송에 실망했지만 빠른 배송에 득망했습니다.
그 한 달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 화제의 드론 아바타를 리뷰했으니 제가 본들 뭐 특별히 다를까 싶지만 그래도 나름의 감상을 공유합니다. 올해의 단풍도 모두에게 물들었지만 그 붉음은 사람마다 다르게 떨어질 테니까요.
작다고 하지만 나의 단풍 손으로 가리기에 넘치는 크기입니다. 모터와 모터 사이의 대각선 길이가 120mm로 타이니우프라기 보다는 투스 피크 드론 크기인데 여기에 덕트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집니다. 날카롭게 회전하는 프로펠러를 보호하는 목적이겠지만 사실 덕트는 비행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덕트 높이를 낮춘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야 덕트의 소음 감소 역할을 별로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시끄럽다는 평가가 많아요. 120급 드론 치고는 410g으로 상당히 무거워서 이 무게를 다뤄야 하니 같은 크기의 드론보다 시끄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아바타는 덕트가 강조된 드론으로 굳이 종류를 따지면 촬영용 시네우프 입니다. 앞뒤와 좌우의 길이가 동일해서 전진 속도에 집중한 레이싱 드론보다 어느 방향에도 동일한 각속도를 가지는 프리스타일 비행이 더 어울립니다.
고프로 보다 뛰어나다는 평가의 카메라는 이렇게 고무 댐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고무가 드론의 진동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할 것 같지만 그렇게 무른 고무가 아닌 걸 보면 추락이나 충돌 충격에 파손을 막는 목적이 더 커 보여요. 섬세한 부품은 단단하게 고정하면 더 쉽게 망가지는 법이지요.
모터는 아래를 향합니다. 일반적인 드론과 반대입니다. 푸셔 타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드론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지요. 모터 안쪽으로 보이는 코일은 차례로 동작하는 전자석입니다. 바깥쪽에 자석이 이 전자석에 이끌려 도는데 이 공간이 무척 좁아요. 그래야 불필요한 손실이 줄어들거든요. 하지만 좁은 만큼 모래가 날리는 곳에서 비행하면 여기 작은 돌이나 쇳가루가 끼기도 하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경험하곤 해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방향이야 반대지만 뭐 다른 드론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DJI 드론의 간편하게 프로펠러를 끼우는 구조가 무척 부러워서 아바타도 다른 제품처럼 찰칵하고 끼우는 프로펠러를 기대했지만 너트로 조이는 구조입니다. 아쉽지요. 그래도 프로펠러와 덕트 간격은 좁게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프로펠러는 위와 아래 압력이 달라지는 그 달라진 압력이 프로펠러 끝에서 와류를 만들거든요. 덕트가 그 와류를 막아 프로펠러의 효율을 높이는 거죠.
아바타의 날카로운 고음이 단점이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무게 때문에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터를 사용한데다 더 높은 추력을 위해 5장 프로펠러 때문입니다. 공기와 충돌하는 횟수가 그만큼 많아지니까 더 높은 소음이 발생합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덕트를 제거해 보자는 의견도 있는데 아마 그럼 더 시끄러워질 거예요.
최대의 단점으로 꼽히는 USB 포트 위치는 정말 최악입니다. 조금이라도 열려있으면 프로펠러를 망가트리기 딱 좋은 위치입니다. 아예 이 커버를 빼버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다름 이해는 됩니다. 아바타는 센서를 포함한 모든 제어부가 가운데 모여 있습니다. 하나로 만드는 편이 원가와 생산성에 도움이 되었겠지요. 당연히 SD 카드 슬롯도 제어 기판과 수평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저기 말고는 적당한 위치가 없었던 거죠.
2420mAh 용량의 배터리는 리튬 폴리머가 아니라 리튬 이온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투스 피크 드론을 장거리 용으로 만들 때 종종 사용하는데 나름 긴 18분 비행시간을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출력은 나쁘지 않더라고요. 14.76V로 4셀 배터리라서 일반 배터리로 개조할 수 없을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느 용자가 도전해 봤다고 하는데 배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만 떴다고 하네요. 당연히 인식 회로가 있었겠지요. 그래도 조만간 수명이 다 된 배터리를 재생하는 사람도 등장할 거예요. FPV 드론은 원래 그렇게 즐기는 드론이니까요.
배터리가 잘 빠진다는 단점도 있는데 이 대각선 후크 2개가 전부입니다. 누르지 않고 조금 세게 당겨도 빠지니까 아쉬운 설계입니다. 격렬하게 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은 배터리가 빠지는 편이 안전하다고도 하지만 아바타는 배터리 고정 액세서리를 벌써부터 팔고 있으니 저도 살살 날리다가 지루해지면 고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기대한 건 아바타 보다 함께 출시한 고글이었어요. 디지털 화면의 고글은 이미 출시되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아날로그 화면에 머물고 있었거든요. 예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너무 컸어요. 안 그래도 큰 머리가 고글까지 쓰면 더 커져 보일까 싶지만 이번 고글은 기존의 팻샤크의 고글과 크기가 비슷합니다. 290g으로 크게 무겁지 않고요. 쓰고 있던 펫샤크 고글 파우치에도 쏙 들어갑니다.
고글에서 가장 귀찮은 건 안테나를 끼우는 일이에요. 저는 안테나를 끼우는 게 너무 귀찮아 아예 빼지 않고 가지고 다니거나 수신기를 통째로 빼놓곤 했지요. DJI의 기존 모델은 안테나가 4개나 되니 안테나 끼우는 귀찮은 일이 2배나 늘어났었지요. 이 고글은 귀찮은 안테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뒤로 접혀요. 뺄 필요가 없지요. 나머지 안테나는 독특하게도 'X' 모양으로 배열해서 가운데 위치합니다. 패치 타입이 아닌 것으로 보여 지향성 안테나는 아닌듯합니다. 고글 가운데 기묘하게 튀어나온 코는 다 이유가 있는 거네요.
과한 기능이 아닌가 싶은 시력 조절 노브입니다. 이걸 돌리면 안경 없이도 고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VR에도 없는 이런 고급 기능은 안경을 쓰고 그 위에 고글을 쓸 수 없는 작은 크기 탓이겠지만 제 시력이 이미 표준인 0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1080p 화질의 모니터를 흐린 부분 없이 보여주기 위해 넣을 수 있는 것 다 넣은 것 같아요. 눈과 눈 사이에 간격 IPD와 함께 조절하면 화질 차이가 크게 납니다.
배터리가 잘 빠졌었는지 잠금장치가 추가되었습니다. 긴 선으로 주머니에 넣도록 설계되었으니 손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면 그럴 만도 하겠지만 항상 고글 밴드에 배터리를 부착해서 사용하던 저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에요.
그래도 이 터치 패널은 정말 호사스럽습니다. 드론 조종기나 고글에 달린 조이스틱은 불편하거든요. 드론의 모든 설정을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지요. 최근 DJI 조종기는 스마트폰을 끼우는 대신 액정화면을 가지고 있을 정도인데 고글 화질이 좋다 보니 여기서 모두 제어하도록 했습니다. FPV 드론은 고글을 쓰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니까요.
덤으로 산 모션 컨트롤러입니다. 이 컨트롤러를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방아쇠를 당기면 드론이 전진합니다. 고글 화면에 보이는 하얀 원을 이 컨트롤러로 움직이는데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하는 에어 마우스와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드론은 좌우로 회전하고 상하로 움직일 때마다 드론 카메라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거죠. 그 시간 차가 어색하지 않아 드론이 처음인 사람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거짓말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게임으로 단련했다지만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이 새로운 컨트롤러를 저도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드론을 처음 날려본다는 지나가는 직원에게 주었더니 바로 책상 게이트로 돌진했습니다. 그런데 부딪치지 않고 조종을 하더라고요. 별도의 FPV 조종기도 함께 주문해서 제가 이걸로 비행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드론을 길을 막고 서있는 비둘기 보듯 하는 아들들에게 다시 드론을 전수해 볼 계획입니다.
DJI에 다른 제품도 그렇지만 아바타의 배터리는 USB로 충전됩니다. 복잡한 충전기가 필요 없다는 건 정말 큰 장점입니다. 대용량 스마트폰 배터리만 있어도 충전할 수 있거든요. 배터리 종류니 전압이니 방전율이니 고민할 필요가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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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배터리는 작은 충전기가 따로 필요한 점이 아쉽지만 바로 USB로 충전하는 회로가 추가되었다가는 안 그래도 비싼 배터리가 더 비싸졌겠지요.
충전할 때 초록불이 깜박이는데 이 깜박이는 속도가 충전 속도와 비례합니다. 드론 전용 충전기는 필요 없을지 몰라도 고속 충전기는 필요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런저런 장점과 단점 사이에 제가 만난 가장 큰 단점은 시스템 업데이트였어요. 여느 드론처럼 충전해서 바로 날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기체를 활성화하고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지독하게 오래 걸립니다. 우리 집이 무선 인터넷이 느린 걸까 내 스마트폰이 느려진 걸까 아니면 내가 나이와 함께 조급해진 걸까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빨리 와서 밥 먹으라는 잔소리를 듣게 되지요. 애라 모르겠다 밥을 먹고 왔을 때 겨우 끝이 나있었습니다. 완전히 충전한 고글 배터리는 절반 이상이나 사라져 버렸고요.
그런데 이보다 더 당황스러운 점은 별도로 구입한 FPV 컨트롤러를 연결하는 거였어요.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있을까 따로 정리해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바타를 가지고 놀 계획입니다. 물론 타이니 우프도 가지고 놀 계획이고, 65급 인스타고 드론도 가지고 놀 계획이고, 바람처럼 나는 100급 드론도 날릴 계획이고, 벽에 걸어둔 250급 드론도..... 밀린 게임들도 그리고 넷플릭스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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