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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Dec 06. 2022

전동휠도 타이어는 바꿔주어야 해요.

MAtt's Toy Workshop

로마 군대는 새로운 곳을 향할 때면 길을 함께 닦았다고 합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공병인 셈인데 그 로마 공병이 항상 두려워하던 것이 '중력'과 '물'이었다고 해요. 이 두 가지는 어떤 다리건 어떤 길이건 조금씩 부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지요.


제 자동차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부서졌지만 꿋꿋이 몰고 다니다가 결국 브레이크가 망가지는 것으로 끝으로 먼 곳으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로마 공병의 마음으로 주문하면 당장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타기 시작한 새 자가용이 이 전동휠입니다. 바퀴는 4개에서 1개로 줄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두면 멋지지만 막상 타고 다니면 운전자가 참 이상하게 보이는 탈 것입니다. 그래도 타고 다니면서 불편한 점은 조금씩 개조를 해서 이렇게 손잡이도 달아 주고 정을 붙였지요.



바퀴가 하나뿐이지만 이것도 전기차입니다. 모터와 배터리 그리고 제어부 뿐이라 고장 날게 없지요. 그래서 어딜 가든 타고 다녀서 자그마치 4,000km나 탔더라고요. 그동안 딱히 고장도 없어서 로마인의 중력과 물에 대한 내구성에 대해 까맣게 있고 말았습니다. 사실 중력과 물은 건축물 내구 수명과 관련된 거라 내 전동휠과는 아무 상관도 없었지만요.



타이어가 반들반들 해질 때까지 타고 작은 블록에 바퀴가 미끄러져 벌렁 넘어지고 나서야 움직이는 물건의 내구성은 마모가 가장 중요 인자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머리로 익히지 못하면 몸으로 익히는구나 눈물을 흘리면서요. 새 타이어를 구해야 하는데 마침 광군절이라고 요란하게 광고를 해서 냉큼 주문을 하고 2주를 기다렸습니다. 요즘은 아무리 중국이라도 2 주면 도착하는 것 같아요. 어떤 제품들은 5일 안에 도착하기도 하니까요.



타이어는 자전거와 비슷합니다. 바깥에 단단한 타이어가 안쪽의 튜브를 잡아줍니다. 튜브는 바람을 넣으면 터질 때까지 부풀지만 바깥쪽 타이어가 형태를 유지합니다.



제가 타는 전동휠은 이렇게 생긴 배터리가 좌우 모두 2개입니다. 안쪽에는 평범한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타고 다녔는데도 아직 쓸만한데 언젠가는 안을 열고 배터리 셀을 바꿔주어야겠지요.



타이어를 제거하려면 배터리가 들어 있는 커버를 제거하면 되는데 이 커버는 오른쪽과 왼쪽이 같아요. 그래서 고정하는 볼트를 좌우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한쪽에서만 볼트를 풀면 열리는 구조로 만들면 좋았을 텐데 금형을 하나만 만들 생각이었나 봅니다. 가벼운 펑크가 나도 이렇게 완전 분해를 하라는 중국 샤오미 엔지니어의 노동 집약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모터는 바퀴 속에 들어 있어 궁금해도 열어보기 두렵지만 제어부는 소박하게 위에 달려있습니다. 앞으로 고장 날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지만 수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 같아요. 타이어가 지나가는 곳이라 참 더러워서 닦아 주다가 어차피 또 더러워질게 분명한데 뭐 하는 걸까 타이어를 바꾸고는 냉큼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타이어가 터져 버렸습니다. 아마 튜브에 그리스도 바르지 않고 억지로 집어넣다가 공구에 찍혔나 봅니다. 다시 열어야지요 뭐.



그래도 자전거랑 같아서 사포나 수리 키트에 들어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표면을 거칠게 만들고



접착제를 듬뿍 발라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무반창고 같은 패치를 붙이면 끝입니다.


전기 자동차는 연비도 그렇지만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유지비가 적게 든다고들 합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들고 전기 자동차를 움직일 전기를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탄소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많다는 분석도 있지만 간단한 구조에서 오는 작은 유지비만 생각해도 세상은 내연기관을 버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이 전동휠 3개만 더 사면 자동차처럼 붙여서 타고 다닐 꿈을 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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