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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Sep 28. 2021

비행기라고 항상 하늘에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Daddy's Toy Workshop


자동차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하물며 장난감 비행기라면 더욱 그렇죠.

https://brunch.co.kr/@matthewmin/192

처음부터 전혀 날 것 같지 않은 이 달걀 비행기는 그 후 계속 책상 위에 굴러다녔습니다. 그러는 동안 안테나는 2번이나 부러졌고 새로 설계한 의자가 떨어지기도 했죠.

https://brunch.co.kr/@matthewmin/191


이걸 안타까워하는 제 모습이 불쌍했던지 어느 날 아내는 ‘옜다! 오다 주었다!’라며 투명한 아크릴 상자를 주셨습니다.

유명한 캡슐커피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정육면체의 이 아크릴 상자는


달걀 비행기를 넣으면 꼭 맞았습니다. 정육면체다 보니 비행기 위로 휑한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지요.


어차피 하늘을 날 것 같지 않으니 차라리 땅을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비행기가 들어있던 상자를 잘라


틀을 만듭니다.


그러고는 모형용 퍼티를 넣어 줍니다. 퍼티라고 쓰여있는데 가격도 저렴한 것이 분명히 그냥 석고 같은 그런 것인데 적당히 땅처럼 보이게 눌러줍니다.


활주로가 아닌 어쩌다 이런 거친 땅에 서있을까 뭔가 설정 오류를 심하게 느꼈지만 ‘처음부터 이런 비행기는 없어 그러니 괜찮은 거야’ 위로합니다.


그래도 너무 삭막한 거 같아 풀이라도 심어줄까 고민하다가 죽어가는 화분을 희생시키기로 합니다.


한 포기 한 포기 접착제로 심어준 다음


풀은 땅을 칠하고 난 다음 붙였어야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뭐 이미 늦었으니 차라리 풀도 하얀색으로 칠해버렸습니다.


어쩌면 하얀 퍼티를 준비할 때부터 색을 칠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황량한 땅에 서있어야 할 비행기를 위해 자석을 심어주었습니다.


가끔 꺼내서 가지고 놀다가 다시 넣어도 제자리를 찾아 탁하고 달라붙습니다. 뒤집어도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어요.


저 석고 스탠드가 생각보다 무겁거든요.


이렇게 목공 접착제로 잘 붙어 있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무지 있을 법 하지 않은 곳에 도무지 날 수 없을 것 같은 비행기는 그렇게 상자와 함께 다시 책상 위를 굴러다니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FWzqPs2JhWM

만드는 과정은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 그리고 불쌍한 화분은 끝내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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