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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라고 항상 하늘에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Daddy'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자동차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하물며 장난감 비행기라면 더욱 그렇죠.

https://brunch.co.kr/@matthewmin/192

처음부터 전혀 날 것 같지 않은 이 달걀 비행기는 그 후 계속 책상 위에 굴러다녔습니다. 그러는 동안 안테나는 2번이나 부러졌고 새로 설계한 의자가 떨어지기도 했죠.

https://brunch.co.kr/@matthewmin/191


이걸 안타까워하는 제 모습이 불쌍했던지 어느 날 아내는 ‘옜다! 오다 주었다!’라며 투명한 아크릴 상자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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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캡슐커피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정육면체의 이 아크릴 상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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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비행기를 넣으면 꼭 맞았습니다. 정육면체다 보니 비행기 위로 휑한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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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하늘을 날 것 같지 않으니 차라리 땅을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비행기가 들어있던 상자를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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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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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모형용 퍼티를 넣어 줍니다. 퍼티라고 쓰여있는데 가격도 저렴한 것이 분명히 그냥 석고 같은 그런 것인데 적당히 땅처럼 보이게 눌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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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가 아닌 어쩌다 이런 거친 땅에 서있을까 뭔가 설정 오류를 심하게 느꼈지만 ‘처음부터 이런 비행기는 없어 그러니 괜찮은 거야’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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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무 삭막한 거 같아 풀이라도 심어줄까 고민하다가 죽어가는 화분을 희생시키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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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기 한 포기 접착제로 심어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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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땅을 칠하고 난 다음 붙였어야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뭐 이미 늦었으니 차라리 풀도 하얀색으로 칠해버렸습니다.


어쩌면 하얀 퍼티를 준비할 때부터 색을 칠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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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량한 땅에 서있어야 할 비행기를 위해 자석을 심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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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꺼내서 가지고 놀다가 다시 넣어도 제자리를 찾아 탁하고 달라붙습니다. 뒤집어도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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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석고 스탠드가 생각보다 무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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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목공 접착제로 잘 붙어 있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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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무지 있을 법 하지 않은 곳에 도무지 날 수 없을 것 같은 비행기는 그렇게 상자와 함께 다시 책상 위를 굴러다니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FWzqPs2JhWM

만드는 과정은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 그리고 불쌍한 화분은 끝내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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