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s Toy Workshop
인터넷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예쁘거나 맘에 들거나 갖고 싶은 것들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럼 우리의 선택은 지나치거나 아니면 구매의 복잡한 절차를 따르거나 둘 중 하나지요. 내 불쌍한 지갑에게는 다행이지만 그 절차가 길어지면 구매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쇼핑몰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이제는 카드 번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면 인식이나 비밀번호조차도 구매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그냥 사진을 저장해 두거나 마음에 담아두는 것으로 구매 절차를 하나 더 길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도 끝없이 (아내의 평가에 의하면) 무언가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데 계속 생각이 나면 그 물건은 사야 할 운명이라 순응해야 합니다.
어디선가 네모난 상자에 집이 있는 화분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썩 맘에 드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생각이 나더니 자꾸 마음에 맴돌기 시작한 거죠.
문제는 이걸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되짚어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으니 내가 맘에 들었던 것이 이것이었나 의심이 싹트지만 저는 이미 기억을 더듬어 도면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워낙 간단한 디자인이라 CAD까지 쓸 것 없이 그냥 틴커캐드로 그렸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STL 파일은 윈도우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보면 썩 실감기 때문에 만들어 보기 전에 한 번씩 구경하곤 합니다.
그리고 3D 프린터를 위해 파일을 변형합니다. 간단한 모양인데 7시간 가까이 걸린다는군요.
출력에 실패하면
이렇게 7시간이 사라집니다. 아까운 필라멘트라고 울어도 소용없지요.
제대로 보관도 하지 않은 남은 나무 필라멘트를 억지로 사용했었나 봅니다.
할 수 없이 나무 질감을 버리고 하얀색 PLA로 출력한 다음 퍼티를 거칠게 발라 주었습니다.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에 몇 번이나 정신을 잃을뻔했습니다.
회색의 퍼티는 사포로 면을 대충 다듬어 주면 마치 콘크리트 같은 느낌이 드는데
검은색을 칠해 얼룩을 만들어주면
얼핏 보기에 3D 프린터로 만든 물건 같지 않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동네를 뒤져 깨끗한 이끼를 찾아
곱게 들고 왔습니다.
배수 같은 건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았으니 이 왜곡된 기억으로 만들기 시작한 이끼 화분은 물이 너무 많아 죽거나 아니면 말라죽을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잘 지내던 자연에서 억지로 내가 지내는 공간으로 데려온 이상 마르지도 썩지도 않게 지켜봐야겠지요. 분무기에 물을 담아 이끼를 적시면서 집안에 벌레 한 마리 불편한 내가 살아있는 무언가를 임의로 나의 공간에 들이는 모순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화분의 원래 모양은 어떤 거였을까요? 화분이 맞았던 걸까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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