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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ul 31. 2024

필리핀 국민 간장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MAtt's Toy Workshop

동생이 간장을 잔뜩 보내주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국민 간장이라고 합니다. 크로르가 딱히 필리핀 기업은 아닌 거 같은데 밥에 뿌려 먹으면 맛있다고 합니다. 



밥에 간장을 비벼 먹으면 당연히 맛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보내주면 어찌 먹을지 고민이 되죠. 그래서 이 간장을 어떤 음식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까 하나씩 시험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씩 평가를 남기기엔 너무 많이 먹어 버려서 '강추', '그냥 추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조합을 묶어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간장이라 간장에 찍어 먹는 음식은 다 어울립니다. 




강추는 어라 이런 맛이 나네 싶은 조합들입니다. 



가장 추천하는 의외의 조합은 매운 갈비입니다. 매운 양념에 기가 죽은 육향에게 크로느 간장이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컵라면도 뜻밖의 맛이 느껴지는데 기본적인 라면의 맛 너머의 무언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건 컵라면이 아닌 그냥 라면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컵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에 달걀을 풀어 전자레인지에 돌린 계란찜에게도 뜻밖의 맛을 선물하죠. 



또띠아에도 잘 어울립니다. 느끼한 고기 고기 사이에서 동양의 정갈함이 느껴집니다. 





그냥 추천입니다. 나쁘지 않아요. 크노르 간장이 많다면 도전을 추천드립니다. 



그냥 먹던 음식에 간장을 더한 맛만 느껴집니다. 컵라면에는 어울려도 라면에는 짠맛만 더할 뿐이에요. 혹시 라면에 밥을 말아 더하면 어떻까? 면발이 더해져야 하는 걸까 여러 각도에서 시험해 봤지만 그냥 간장이 더해진 맛입니다. 



분식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만두도, 생선튀김도, 김밥도 그렇죠. 만두는 너무 익숙하고 김밥을 누가 간장에 찍어 먹는단 말이냐 싶은 맛입니다. 그나마 생선튀김은 크노르 간장 특유의 과학 조미료가 느껴집니다. 




닭튀김에도 무난합니다. 너무 평범해 닭튀김에 쯔란 찍어 크노르 간장을 더하면 어떨까 시험해 봤는데 더 짜지기만 합니다. 스파게티에 더하기도 했는데 스파게티의 맛도 간장 맛도 아닌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긴 해요. 새롭지만 딱히 맛있는 건 아니라는 문제가 있긴 해요. 



과감하게 스테이크에 시험해 보았습니다. 아까운 고기에 무슨 짓이냐는 가족의 핀잔 값을 하기엔 모자란 맛입니다. 와사비를 더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봤지만 그냥 고기에 간장을 더한 맛입니다. 고추튀김에는 비교적 잘 어울립니다. 고추튀김은 원래 간장에 찍어 먹는 거니까요. 



필리핀 국민 간장이라니 비슷한 더위의 나라 베트남 쌀국수와 함께 먹어보았습니다. 그저 간이 강해진 것뿐입니다. 돼지고기 수육에는 나쁘지 않아요. 새우젓이 있으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조합입니다. 물론 맛이란 건 대단히 개인적인 것이라 누군가에게는 꿈꾸던 맛을 만날지 모릅니다. 그러니 한 번쯤 도전해 보시는 것도 미식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미식의 삶이 망가져 버릴 위험도 감수할만하죠. 



빵에는 이상합니다. 피자는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피자의 강한 풍미에 처음 느껴진 간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빵에도 이상한데 단팥빵에는 대체 왜 간장을 뿌려먹은 건지 과거의 나 자신을 찾아가 말리고 싶지만 하몽에도, 그리고 망고에도 뿌려먹어 봤습니다. 필리핀 하면 망고 아니겠어요? 개인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모두 권해드리고 싶지만 그중에 하나만 선택한다면 하몽을 추천드립니다. 짠데 더 짭니다. 짠 음식은 인체의 엔트로피를 감소하는 겁니다. 



누가 사과에 간장을 뿌려먹는 거냐고 비판하실 거라면 올리브유를 더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생 녹차 초콜릿만 하겠어요. 포테이토 칩은 비교적 나쁘지 않으니 한 번쯤 도전해 보세요.  




그래서 필리핀 국민 간장 크노르가 저의 삶을 어떻게 바꿨나 물어보신다면 잘 안 꺼내 먹게 되었습니다. 양념 서랍에 잔뜩 있는데도요. 결국 필리핀 국민 간장 이전과 이후의 식생활은 딱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빔밥은 변했습니다. 


사진을 찍어 두지 않았지만 이 간장 없이는 비빔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고추장과 다른 짠맛 그리고 강렬한 화학조미료의 풍미가 다양한 나물 토핑들 사이에 숨은 쌀밥 본연의 맛을 찾아줍니다. 마치 쌀밥에 마가린을 한 숟가락 넣은 것 같은 절대 고급진 버터에서 나지 않는 그 맛이 느껴집니다.


필리핀 국민 간장 크로느 리퀴드 시즈닝! 많은 분들이 드시는 간장이라 자신만의 응용 방법이 있으시겠지만 비빔밥은 정말 추천드려요. 초콜릿과 함께 먹는 건 그다지... 아니 꼭 드셔보세요. 미식 너머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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