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집 수리는 야금야금 수년째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시트지도 붙여보고 페인트도 칠해보고 직접 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봤지만 비용과 노력에 비해 가장 효과가 큰 인테리어는 조명이었어요. 그래서 이케아에 예쁜 조명들을 신나게 샀었어요.
아내가 가장 많이 사용할 드레스 룸 조명으로 골랐던 KNAPPA입니다. 크고 화려한 디자인이라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가능한 예쁜 조명을 달아주고 싶었거든요. 이 조명을 설치하고는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먼지가 너무 쌓였나 싶을 때만 닦아주었는데 어느 날 조명이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명은 날개를 한 장씩 끼워 조립하는 제품이라 어딘가 부품이 빠졌나 싶었어요.
그런데 날개를 지지하는 틀이 깨졌습니다. 그냥 깨지는 것도 아니고 바삭하고 부서져 버립니다. 일을 하면서 플라스틱이 자외선에 분해되는 걸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자외선이 없는 LED 조명 아래서 부서지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LED 조명은 그렇게까지 뜨거워지지는 않는데 설마 LED 때문은 아니겠죠?
부서진 부품을 그대로 역설계(실물을 보고 설계도를 그리는 방법) 해볼까 하다가 9년 동안 사용했으면 이제 그만 보내줘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난번 스탠드도 쉽게 만들었으니 이번에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322
https://brunch.co.kr/@matthewmin/322
makerworld.com에 MakerLab 안에 있는 Make My Vase입니다.
사선 무늬가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예뻐서 이번에도 비슷한 디자인입니다.
이번에는 너비가 넓어 보통의 가정용 3D 프린터로는 출력이 힘듭니다. 나선 모양이 3D 프린터로 구현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더라고요.
LED가 켜지면 전등 갓 안쪽에 무늬가 보이기 때문에 서포트를 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버행(서포트 없이 비탈진 곳)에서 형상을 만들지 못하고 허공에 이상한 선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조금 두껍게 디자인해서 잘라도 큰 지장은 없네요.
이제 LED 전구가 들어갈 구멍을 뚫어줄 차례입니다. 가운데 기준이 될 구멍입니다.
원래 부품 크기만큼 구멍을 뚫어주면 됩니다. 처음부터 왜 구멍을 넣어 디자인하지 않았냐고요? 정확한 구멍 크기를 알려면 이케아 조명을 분해해야 하는데 어쩐지 한번 분해하면 돌이킬 수 없을 거 같았고요. 이렇게 복잡한 형상의 stl 파일 수정은 제 오래된 컴퓨터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런저런 핑계를 고민하다 애라 모르겠다 나중에 적당히 뚫지 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거죠.
그런데 이 구멍 뚫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딱 맞는 크기에 홀커터는 없고, 드릴은 두께 때문에 쉽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힘을 주면 3D 프린터 출력 결을 따라 깨지기 시작합니다. 역시 몸과 머리 둘 중에 뭘 쓸까 정해야 하는 문제라면 머리를 쓰는 게 답이었습니다. 어쩐지 이 이야기 아버지한테 많이 들었던 거 같긴 한데...
여하튼 있던 조명 자리에 새 3D 프린터 전등 갓을 끼웁니다.
전구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화려한 KNAPPA 대신 심플한 조명입니다. 그래도 이런 나선 모양의 플라스틱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성형 방법으로는 쉽게 만들 수 없는 디자인이라 독특하게 보입니다.
불을 켜면 두꺼운 나선은 빛을 가려 무늬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새 전등은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혹시 다시 출력해야 한다면 전구를 끼울 구멍을 꼭 그려 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