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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가자, 부산!

그래 인자, 부산으로 가보자!

나는 성인이 되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쭉 경상도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딱히 부산으로 가고 싶다 보다는 서울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강했다. 근데 막상 수도권으로 올라와 생활을 하다 보니, 부산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더 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김망구와 나는 KTX를 타고 1박 2일로 부산으로 향했다. 망구와 부산을 간다는 것 하나만으로 한 달을 버틴 것 같다. 스케줄을 미리 양해를 구하고 4일을 비워 뒀다. 아무래도 그간의 피로도와 다녀왔을 때의 피로를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휴무를 잡았던 것 같다. 망구와 함께 장거리를 가는 것은 처음이기도 했고, 설렘 반, 걱정 반이었던 것 같다. 싸울 까 봐. 

히히 : )

나는 집에서 가까운 행신 KTX역에서, 김망구는 서울역에서 출발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타고, 김망구가 옆자리에 앉을 수 있게 KTX를 예매해 뒀다. 무지 이른 아침부터 출발을 해야 해서 우리는 비몽사몽인 채로 정신없이 나와야 했다. 전날 출근을 해서 아침을 분명히 못 챙겨 먹고 올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망구를 위해 준비한 아침밥. 링거 대신 마신다는 링 티와 애기 입맛 딸기우유. 든든한 김밥에, 당 충전을 위한 디저트 흑당 팝콘까지. 하- 진짜로 이 정도면 진짜 엄마다, 엄마야.

이거를 굳이 자리에 앉자마자 서울역까지 세팅을 해놓고 가는 세엔-수. 박수 : ) 낄낄. 아 내가 준비했지만, 진짜 센스 넘쳤다. 인정? 으헤헤. 감동에 눈물 한 바가지 흘려줬어야 했는데. 우리 망구는 감성이 메말라서 ‘ 올. ㅋ. 할머니. ’ 끝. 응?? 그게 다야?.?.?.

열심히 4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헤드 뱅잉 해가며, 날아온 부산. 드디어 도착한 부산은 두근두근 설레기에는 최고였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서울에서 부산 가는데 아무리 KTX지만,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그거 때문에 엄청 지루하고, 허리 아프고, 궁둥이 아프고 다한다. 솔직히 또 가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조금 지쳐. 근데 기차에서 내리잖아? 그러면 벌써부터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또 오고 싶어. 그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것 같아. 내가 느낀 부산은.


이거 봐 봐. 그냥 전철을 타러 갔을 뿐인데, 이것만으로도 설레지?


전쟁을 시작한다. 사실은, 먹으러 간 거야. 부산. 히히. 진심 부산은 왜 그렇게 맛있는 게 많은 지. 솔직히 서울에도 맛있는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거든? 근데 부산 진짜 맛있는 게 많다. 너무너무 많아.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하면서부터 이건 꼭 먹어야 했던 음식이 나는 다른 것도 아니고 비빔 당면이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별거 안 들어가는 그냥 시장 음식인데. 그게 왜 그렇게 먹고 싶던지. 내가 나중에 부산 토박이한테 물어봤는데, 지도 안 먹어 봤다고, 먹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완전 충격이었다. 어찌 그 맛있는 거를 못 먹어 봤누?, 노 이해.

근데 솔직히 맛이 없진 않았는데, 우리가 앉아 먹은 곳은 위생이 좀 별로였다. 할머님이 해 주신 거라 그냥 빼고 먹긴 했지만, 머리카락이 당면이랑 같이 비벼져 있었다. 아무래도 식음료 관련한 일을 하는 우리는 위생을 좀 신경 쓰는 편이라,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다시는 골목에서 쪼그리고 먹는 건, 못 먹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비빔 당면을 먹어보고 싶다면, 비빔 당면을 파는 식당이 근처에 있으니, 조금 더 위생적인 곳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뭐 길에서 먹는 게 비 위생적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식당이 조금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딱히 그런 거는 신경 안 쓴다.’ 고 생각한다면, 길에서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분위기 있어서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부산 로컬푸드의 대표주자 비빔당면.

부산 국제시장 들어가는 초입에 순대도 팔고, 비빔 당면이랑 충무 김밥도 파는데 맛있는 냄새, 시장의 그 분위기가. 그냥 지나치기 민망할 정도로 매력적이어서 우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비가 오는 가운데, 굳이 쪼그려 앉아서 먹은 비빔 당면과 충무 김밥. 생각보다 그렇게 저렴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양이 내가 느끼기에는 엄청 적었거든.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가격엔 조금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도 부산에 가면 꼭 먹어봤으면 하는 음식이다. 

원래 뭐든 길거리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그 지역의 맛을 대표하는 법이니까. 같은 음식을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 판다고 해도, 그 지역의 맛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입맛의 차이라는 게 반드시 존재하니까. 만드는 사람 입맛도 분명히 다르거든. 그래서 같은 음식도 다른 지역에 가서 먹으면 다른 또 다른 음식이 되고는 하지.

그렇게 비빔 당면을 먹자마자 향 한 곳은 시장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깡통시장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깡통시장에서도 조금 들어가면 보이는 이가네 떡볶이. 입소문으로 유명하다는 이가네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배 안 부르냐고? 응. 전혀 : )

나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쁠지 모르겠지만, 서울의 떡볶이가 맛이 없다. 개인 취향의 차이지만 내가 학창 시절을 겪으면서 먹었던 떡볶이와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너무 다른 맛이었다. 

내가 학창 시절에 먹었던 떡볶이는 통 가래떡에, 길쭉한 통 어묵을 넣은 진한 양념의 떡볶이를 주로 먹었다. 그래서 서울의 떡볶이는 사실 좀 밍밍하고 싱겁게 느껴졌다. 떡도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유명하다는 떡볶이 집에 갔을 때도, 맛있다고 못 느꼈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길.)

그런 나에게 이가네 떡볶이는 학창 시절에 먹던 떡볶이와 같은 비주얼을 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먹던 떡볶이보다는 조금 더 매웠지만, 매운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 입에는 찰떡이었다. 그러면서 매워서 떡볶이 먹으면서 쒸익쒸익 대면서, 물 실컷 먹고 나와서 맞은편의 어묵 전문점에서 어묵 한 사바리 한 건 안 비밀 : ) 



부산에서 유명한 가래떡 떡볶이를 파는 곳.

생각보다 매콤하고 맛있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서울에서 먹는 떡볶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의 떡볶이.

걸쭉한 양념에 기다란 가래떡은 진리지.




사실 떡볶이를 먹으면 떡보다는 어묵을 먹는 편인 나를 위해 일반 떡볶이 대신, 튀김을 넣은 범벅으로 먹었다. 바삭한 튀김에 매콤한 떡볶이 소스가 만나면 멈출 수 없어.




역시 배를 채웠으면, 커피를 마셔줘야지. 그렇지? 그게 매너지. 암. 난 그렇게 배웠어. 에헴 : )

부산 깡통시장에서 유명한 깡통시장 바리스타. 깡통시장 안에서 리어카로 장사를 하다가 키워냈다는 프랜차이즈 카페. 나는 사실 이때만 해도 유명한지 몰랐다. 그냥 떡볶이를 먹고 빠져나오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비를 피할 겸 우연히 지나다가 들어갔다. 

보통의 카페와는 조금 다른 카페였다. 보통 생맥주 기계로 사용하는 기계 안에 미리 추출해 놓은 커피를 넣어두고, 손님이 셀프로 뽑아가는 형식이었다. 여기서의 매력은 추출하는 기계마다 커피 산지가 다 달랐다. 그리고 손님이 직접 뽑아가는 대신, 다른 커피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주변 시장 상인들에게는 최고 인기였다.

셀프로 뽑는 커피만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바로 내려주는 커피도 있고, 핸드 드립 커피도 있었다. 김망구와 나는 주저 없이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평소 우리는 커피를 좋아해 자주 마시는데, 역시 핸드 드립 커피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아서 드립 커피를 하는 곳에서는 주로 드립을 마셨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일반적인 카페 음료도 좋지만, 나는 핸드 드립 커피도 그만의 매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내리는 사람에 따라, 산지와 로스팅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전혀 다른 이 커피의 매력은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다.

아직 핸드 드립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마시기 쉬운 아메리카노나 라테와 같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커피 말고, 핸드 드립 커피를 경험해 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깡통 바리스타 카페의 바리스타가 눈앞에서 내려 준 핸드드립

뜨거운 여름. 카페 바깥은 시원하게 비가 내리고, 탁 트인 창 앞에 앉아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는 건, 진짜 행복이지. 그리고 시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지나칠 수 없이 매력적인 디저트 가게를 들러 한가득 손에 쥐고서야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남포당의 예쁘게 진열된 스콘.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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