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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소주 한잔에 털어 넘긴 삭힌 눈물

우리 또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정신 줄 놓고. FLEX 해버린 두 할망구 : )

 양손 가득 들고, 습기가 가득 차 온몸이 찐득찐득. 닿기만 해도 화가 날 만큼 엉망이 되어 버린 우리는 찝찝함을 날려 버리기 위해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이제 짐을 내려놓으러 해운대 바다 앞 예약한 숙소로 Go Go.

 사실 가는 길도 험난했다. 짐도 많았고, 간간히 비도 왔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짜증지수는 최고치에 이르렀고, 초행길이라 길도 헷갈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전철역에 근무하시는 직원분께 해운대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물었는데, 전철을 타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버스를 추천해 주셨다. 하지만 익히 들어 알 수 있듯, 부산의 버스는 생각만 해도 멀미가 났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돌아가더라도 전철을 타기로 했다. 거의 한 시간이 걸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을 하자마자 짐을 올려 두고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에어컨 빵빵하게 튼 숙소에 샤워하고 뽀송뽀송한 몸으로 누우니, 그제야 짜증이 사라졌다. 살 것 같았다. 진짜 날이 유난히 습하고 유난히 제 멋대로였다.

열심히 걸었던 탓인지, 좀 쉬었던 탓인지. 우리는 금 새 배가 고파졌고, 부산을 가기 전에 해물을 꼭 먹고 싶어서 조개 찜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검색을 열심히 한 후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개 찜 집을 찾아갔다.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찾아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초행길에 지도 하나만 보고 배고픈 우리가 한 번에 찾기란…. 어휴 : (

 그렇게 겨우 찾아간 조개 찜 집. 가게는 제법 오래돼 보였고, 손님이 없어서 망설였지만 다른 곳을 다시 찾아서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들어가서는 망설임 없이 메뉴를 선택했다. 조개 찜과, 부산의 소주. 대선. 그리고 소주를 못 마시는 나는 테라.


술이 달게 느껴질 만큼 술술 들어가던 조개찜

 둘이 합쳐서 7병을 해치우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진상중의 진상인 술 먹고 엉엉 울기를 시전 했다. 이모가 음식을 가져다주러, 또 술을 가져다주러 오시면, 이모에게 간간히 술주정을 하기도 하면서.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고 생각해선지. 정말 처음 간 동네에서, 다 내려놓고 마셨다. 정신 차리고 보니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렇게 취하고 싶었을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다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우리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아마도 이해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역시 술 먹은 다음에는 아이스크림이지! 하고, 트럭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쥐고 신나게 먹었다. 가격이 상당했지만, 더 베이 101에 입점한 가게들이 대부분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은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 베이 101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우리처럼 식사를 한 이후에 간단한 디저트 정도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가볍게 맥주 한잔 정도? 



해운대 더베이 101

사실, 이전에 더 베이 101에서 치킨을 먹은 적이 있다. 근데 자리를 잡는 것도 전쟁이고, 음식을 주문해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렸다. 가격도 바깥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비쌌다. 

 비싼 만큼 양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릿세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치킨이 맛이 없기가 쉽지 않은데, 치킨이 정말 니 맛도, 내 맛도, 없었다. 내가 방문해서 먹었던 날이 주말이었고, 유난히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해도 다시 내 돈을 주고 사 먹을 만한 맛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날 트럭에서 사 먹은 베리 류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었다. 

 (일부러 까 내리거나, 비난을 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솔직하게 쓴 점 양해 바랍니다.)

우리는 사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망구는 움직이는 걸 잘 먹지 못하고, 비린내 나는 걸 먹지 못한다. 나는 번데기나 가시가 많은 생선 류 같은 걸 먹지 못하지만 나머지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하지만 망할 할망구 둘 다 차-암, 쓸데없이 입맛이 엄청 까다로움 : ( 허허.

 우리는 잠에서 깨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나와서, 바로 아침 식사를 했다. 메뉴는 생선구이. 화덕에서 구운 생선구이 집이라 그런지 냄새도 하나도 안 나고, 가게 안도 매우 깔끔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식음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두 사람 다 음식 맛과 위생에 매우 예민한 편.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긴 하지만, 역시 까다로운 편이라 사실, 칭찬을 잘하지 않는다. 우리가 신나게 먹었으면 진짜, 왠 만큼 괜찮다고 자부한다.

 기분 좋게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전포동으로 향했다. 부산의 전포동 카페거리는 지금 한창 핫 하다.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원래는 공구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던 곳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 오래된 거리에 점포들이 하나씩 문을 닫게 되었다. 거리의 특성과 분위기를 살려 카페가 하나 둘 자리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카페 거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포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카페, 고메. 김망구가 에그 타르트를 종종 주문해서 먹는다는 이 카페는 타르트로 유명하다. 부산을 가기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김망구가 시도 때도 없이 노래하던, 고메. ‘그래, 김망. 니 맛없으면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따라갔다가 반함. 환장함. 진짜 리얼루다가 : )


 나랑 김망구의 전공은 제과 제빵. 식음료와 관련된 일 중에서도 제과 제빵을 전공했고, 그쪽으로 일을 하다가 만난 사이. 그렇지만 나는 타르트를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이 알려주신 레시피로 만든 타르트를 제외하고는 맛있게 먹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아, 호텔 빼고. 

 타르트 틀이 생각보다 만들기가 까다롭다. 잘 못 구우면, 쉽게 부서진다. 에그 타르트의 경우에는 대부분 패스 츄리로 된 반죽을 이용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지만, 고메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타르트 반죽을 이용하여 구워 내는 곳은 만나지 못했다.

 고메에서 만난 로열 치즈 타르트 (로치타)는 진짜 인생 타르트. 내가 자꾸 여기가 인생 맛집이다, 저기가 인생 맛집이다. 하고 이야기를 해서 신빙성이 떨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진짜 거짓말 안 한다. 먹을 걸로는 특히 절대 거짓말 안 한다. 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맛이 없으면 소개하지 않았을 거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내가 소개를 해서 누군가를 데리고 가거나 알려주고 맛을 보여줬는데, 그 사람이 맛이 없다고 하면 진짜 자존심 상해서 웬만해선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믿고. 기회가 되면 전포역 근처에 위치한 고메 타르트를 가서 과일 타르트도 맛있는데, 그것보다는 로열 치즈 타르트 (로치타)를 먹어 보길 권한다. 솔직히 여기는 내만 알고 싶은 맛집인데… 속닥속닥 : ) 사장님, 흥해랏!


고메 타르트 (왼쪽부터 에그타르트. 로열 치즈 타르트, 청포도 타르트)

우리는 분명히 밥을 먹고 바로 갔다. 다시 말하지만 밥을 먹고 갔다. 허허. 저렇게 먹고도 또 포장해 갔다는 건 안 비밀 : )



입맛 까다롭고 예민하기로 유명한 내가, 짜증 실컷 내더니 먹자마자 잔뜩 포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김망구는 ‘오길 잘했지?’ 하고 어깨가 으쓱으쓱 하더라. 날이 더워서 집에 가자마자 얼려 뒀다가 시간이 지나서 먹었는데도 진짜 맛있었다. 진짜 맛있는데, 에그 타르트를 제외한 나머지 메뉴는 상하기도 쉽고, 배송하면 망가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택배 주문은 불가능하다는 점 참고 바란다. ( 아주 슬프지만 드라이아이스 포장도 불가능하다 ㅠㅠ 가져가기 힘들었음.)


이렇게 우리의 부산 여행은 끝이 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고, 길다면 긴 시간이 될 수 있었던 여행의 끝은, 피로 누적 -★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좀비처럼 일을 했다고 한다. 물론이 여행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은 아니다.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우리의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김망구. 우리 다시, 떠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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