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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나의 이야기

내 이야기가 과연 공감이 될까

갑자기 든 생각인데, 누군가가 나의 책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국내여행을 다녀와서 이것저것 쓸 이야기가 많거나, 좋은 정보도 없는 이 온갖 잡문과 주저리 떠드는 이 책을 도대체 왜 쓴 걸까 하는 생각. 사람마다의 생각이 다르고 사람마다 겪어온 것들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령 예를 들자면, 오늘 출근을 하는 데에 한강 다리를 지나게 된다고 치자. 어떤 사람은 지겹고 또 지겹고. 보고 또 봐도 지겹고. 그림의 떡이기만 한 한강 따위 안중에도 없이 핸드폰만 쳐다볼지도 모른다. 날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한강은 따분하기만 한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경상도에서 올라와 경기, 서울에서 일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매번 보는 한강이 매번 달랐다. 오늘 또다시 본 한강 역시 달랐다. 나에게 한강이란 따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볼 때마다 새롭고 반짝이는 하루를 상쾌하게 바꿔주는 곳이다. 

예전에 수제 버거 집에서 일을 할 때였다. 한 달에 휴무가 4번-6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휴무를 받으면 대부분 홍대나 연남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대충 시장을 보기도 하고, 다른 가게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음료 같은 걸 사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건네주러 가기도 하고. 대게는 집에 내려가지 않고 자취방 인근이나 직장 인근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아주 간혹 오산에 위치한 본가를 가기도 했는데, 다음날 출근을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곤 했다. 그렇게 이른 시간에 전철을 타고 한강을 지나올 때면, 아 정말 그 잠깐의 순간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햇살에 부서지는 한강의 물살이 생각보다 눈이 부시고, 생각보다 아름답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다른 시선으로 보는 어떤 것에 대한 매력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전해진다면.

어떤 잡문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를 해보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내가 아는 동생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동생도 책을 좋아하고 나도 책을 좋아하는 편인 데다, 우리는 둘 다 카페를 좋아해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핑퐁핑퐁. 그러다가 동생은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좋아하고 나는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에도 지인들과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에세이에 대한 매력을 잘 모르겠어. 혹은 재미없고, 어려워. 그것도 아니면 에세이를 읽느니 소설을 한 권 더 읽겠다는. 그런 이야기들. 사실 요즘 에세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대게 예쁜 말로 가득한 몽실몽실하게 하는 책들, 혹은 우울감에 대한 책들인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에세이를 읽기 시작한 건, ‘남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라고 이야기하면 음흉하다고 하거나 독특하다고들 한다. 근데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기장만큼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남의 일기장 훔쳐보는 일이라고 한다면 엄청난 매력이 아닌가.

뭐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웃기지만, 한동안 어떻게 내 공간을 만들어 나갈까 라는 생각으로 막연 해져서, 글을 쓰는 걸 멈추고 책을 읽기도 하고, 소통 라디오를 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다시 고쳐봐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설을 에세이보다 좋아한다던 동생과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처음에 글을 쓰려고 구상을 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찍은 사진과 내가 쓴 짧은 글들을 엮어 책을 내야지. 아니야 친구랑 여행을 갔던 내용에 대해 써야지. ‘나 다움으로 가득하게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 마음에 대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는 나고, 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을 담은 일기장 같은 공간이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읽어 주길 바라고 쓰는 거니까. 어떻게 보던 그건 그 사람의 관점이니까. 나는 또 이어서 나의 이야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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