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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망구와의 일상 여행

가끔 일상에서 벗어난 우리


나는 카페에서 일을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직업의 특성상 스케줄이 자주 변동되고, 출퇴근 시간이 항상 일정하지 않았다. 내가 오픈 근무를 해야 망구를 만날 수 있었다. 스타필드에서는 주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쇼핑을 했다. 대부분 만나면 그렇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홍대와 연남동에서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신나게 걷기도 하고, 한강에서 만나 밤을 새우면서 수다를 떨고 첫차가 오기까지 열심히 시간을 보낸 일도 있었지만, 고양 스타필드 안에서 보는 일이 훨씬 많았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 시간이 맞으면 보는 게 다였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렇게 짧게 김망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곤 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너무너무 아쉬웠다. 우린 둘 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동네를 걷고, 수다도 떨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나는 여행이라는 게 막, 꼭, 어디 멀리 가고 해야 여행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에 다니던 곳들을 벗어나면 다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냥 사는 동네를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날도 더러 있었다.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보는 나의 동네는 여행을 하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부산으로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쇳 불도 당김에 빼라고 날짜가 맞춰지자마자, 우리는 서로의 직장에서 가까운 연신내에서 만났다. 여행을 하자고 이야기가 나오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우리는 책을 좋아해서 스타필드에서 만날 때도 항상 서점을 들르고는 했다. 만나지 못하는 날에도 우리는 각자 동네에서 가까운 서점을 애용했던 것 같다. 스타필드에서 만날 때는 스타필드 3층에 위치한 영풍 문고를 주로 다녔고, 밖에선 망구도 나도 교보 문고를 주로 이용했던 것 같다. 꼭 그런 대형서점만 이용했던 건 아니다. 우리는 대형서점을 이용하지 않는 날에는 알라딘이라는 중고서점을 주로 애용했다.


알라딘이라는 서점에서는 이미 구할 수 없게 되어버린 절판된 도서도 구할 수 있고, 누군가가 읽고 내어놓은 손 때 묻은 중고 책이지만, 아주 깨끗하게 보관되어 새 책 같은 책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굳이 거기서 찾을 수 있는 책은 대형서점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한 달 책값이 부담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에.. 아, 물론 아직도 못 읽은 책이 크흠흠… 여기까지.) 이 글을 읽는 이의 가까운 곳에 꼭 알라딘이 아니더라도 중고서점이 있다면 방문해 봤으면 좋겠다. 그곳만의 매력이 충분히 있으니까.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만 봐도 설레는 기분, 뭔가 이 가지런함이 주는 아늑함. 괜히 킁킁 - 기분 좋은 책 냄새


우리는 연신내에서 만났다. 연신내에도 중고서점인 알라딘이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중고서점을 먼저 들렸다. 나는 에세이를 주로 읽었고, 망구는 소설을 주로 읽었다. 각자 찾는 책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서점을 빠져나왔다. 서점에서 나오니 갑자기 비가 토독토독 오기 시작했다. 

비도 피할 겸 저녁도 먹을 겸 서점 인근에 위치해 있던, 연신내에서 유명하다는 초밥집에 들렀다. 가게 안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손님이 많았다. 테이블 석이 꽉 차 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시끌시끌하고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할 때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종종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곳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먹는다면 다 맛있게 느껴지겠지만, 손님들의 표정에서 평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픈 주방으로 초밥을 만드는 걸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바 자리에 앉았다. 초밥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이 손님들의 수다만큼 분주했다. 


2019. 08. 21. 유라쿠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 214](연신내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


신입으로 보이는 연배가 높으신 분이 마끼를 열심히 배우고 계셨는데, 그걸 보다 물꼬가 터졌다. ‘라테는 말이야 -!@#$%^&* (나 때는 말이야 라는 의미) ‘ 우리는 둘 다 주방일을 목표로 공부했고, 그쪽으로 사회생활을 해왔던 터라 신나게 타임머신을 탔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음식이 나왔다. 

음식은 맛과 신선도도 중요하지만, 함께 먹는 사람과 그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망구랑 같이 신나게 먹어서 그랬는지, 그 가게의 음식이 신선하고 맛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날의 초밥은 참 달고 맛있었다. 그날 그 신입분이 열심히 연습해 만든 마끼를 선물 받았다. 열심히 배우고, 처음 손님에게 선보이는 만큼 그 떨림이 듬뿍 담긴 맛이었다.


신입분의 떨리는 마음을 선물로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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