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udie Jan 24. 2021

무기력

텅 빈 마음 때문일까.

요즘 왜 이리 무기력 한데 예전 같은 나 같진 않아

똑같이 웃어도 똑같은 노랠 불러도 난 왜 예전보다 더 못할까

요즘 하는 것도 별로 없어 멍하니 TV를 보던가 그래

똑같은 침대 위에 매일 똑같은 생각이 들어

왜 이리 무기력할까 세상은 계속 돌아가는데 혼자서만 어두워져 가

내 텅 빈 맘 부르고 싶은 노래가 없어 이제 가만있고 싶어

창밖엔 아침이 참 밝은데 내 긴 밤은 끝나지 않아

깜깜한 방 깜깜한 내 마음을 밝혀줘 예전처럼 날 

요즘 왜 이리 무기력한데 예전 같은 나 같지 않아

똑같은 침대 위에 매일 똑같은 생각이 들어 왜 이리 무기력 한데 

요즘 왜 이리 무기력 한데 요즘 왜 이리 무기력 한데


샘킴 - 무기력





요즘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일까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누군가를 만나도 예전만큼 신이 나지 않고, 집에 있는 일이 거의 없을 만큼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했던 나는 어디 가고 집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게 더 좋아진 내가 남았다. 참 나조차도 많이 어색한 내가 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누군가를 만나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조차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아무 일도 내 하루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변화도 아무런 일도. 슬픈 일도 아픈 일도 즐거운 일 마저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한 가지 빼고. 로또 1등. 제발요.


가만히 앉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거울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너무너무 공감되는 노래. 세상은 계속 돌아가는데 혼자서만 어두워져 간다는 말이. 심지어는 배가 고파도 아무것도 먹기 싫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따뜻한 커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그저 그 정도. 보통의 나였다면, 언제나의 나였다면. 요즘 이렇게 날씨도 좋은데 어떻게 집구석에 있냐며 냉큼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도 만나고. 사람이 싫으면 영화라도 한편 보고 잔뜩 신이 난 걸음으로 작은 공원이라도 걸었을 텐데. 아니하다 못해 아파트 공원이라도 걸었을 텐데. 요 며칠은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한참 기운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달마다 찾아오는 고통이 있었을 때뿐인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을 만큼 무기력하다.


왜일까. 궁금하다가도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 날도 아닌데 기운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말지 뭐. 세상의 모든 귀찮음을 달고 있는 듯한 걸음이 거슬리긴 하지만, 걷기 싫으면 걷지 말지 뭐.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안 하지 뭐. 다시 하고 싶은 게 생길 때까지 그냥 두지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이유가 없으면 어때 조금 지쳤나 보지. 지나가겠지 뭐.


아무리 우울하고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을 만큼 먹는 건 중요했는데, 싫은 적이 거의 없는데. 이상하리 만치 귀찮은 지금이 다이어트를 할 적기 인가 싶기도 하고 이러면 안 되는데 싶기도 하지만. 궁금해한다고 달라질 것 같지가 않은 기분이 들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오랜만에 자리에 앉아 쓰는 문장이 내내 무기력하다는 얘기뿐이라니.

조금은 슬픈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또라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