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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26. 2021

이별 후에

나를 연민하는 일 따위

사랑하고 있던 순간을 이별한 뒤에야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잔인하고 안타깝다. 그런 내가 조금 더 애틋해진다. 사랑하던 그 순간엔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온전히 사랑을 받을 줄 모르고 내내 손톱을 물어뜯는 여린 마음의 아이처럼 지레 겁만 먹은 채 습관적으로 마음을 물어뜯었을까. 사랑을 받을 줄 몰라서였을까. 깨지기 쉬운 마음이라는 걸, 이미 알아서였을까. 지나고 나서 드는 잡념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느낄 정도로 허무하다. 이만큼 쓰잘데기 없는 후회도 없을 것이다. 때가 지나 잔뜩 스스로에게 잔뜩 물어뜯긴 마음에게 불안해하지 말지 그랬냐는 말을 건네는 일 따위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틋하다 연민하는 일이, 참 쓸데 하나 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물음에 말라간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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