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이 없어 투명한

당신이 볼 수 없을 편지.

by maudie

나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알아요. 아주 못 된 마음이어요. 꼭 내가 받은 상처만큼 당신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아요. 참 미운 마음이어요. 우습게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당신보다 내게 상처라는 것을, 나도 잘 압니다. 당신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이 아프면 누구보다도 아플 사람이 나라는 것. 당신도 모를 리 없을 테지요. 그래도 당신이 내게 준 만큼은 당신도 아파봤으면 하는 미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며칠이고, 몇 달이고, 심지어 몇 년이 되어버린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어요.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인 건 잘 알아요. 어차피 내게 당신의 소식은 단 한 가지도 알 방법이 없어요.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당신이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멈춰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아는 것이 두렵습니다. 얼마나 내가 우스꽝스러울까요. 당신 눈에 얼마나 내가 하찮아 보일까요. 저만큼 멀리 달아난 시간을 쫓지 못하고, 시간보다도 멀리 달아난 당신에 미련을 두고, 넘어져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뚝뚝 눈물을 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을 까요. 어쩌면 나의 소식을 듣지 못하는 당신이지만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바보 같은 나라서 두고 간 거겠지요. 괜찮습니다. 당신이 다른 사랑을 찾았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멈춰있지만, 당신은 멈춰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순에 모순이 더해지는 말들에, 생각들에. 나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저 당신의 소식이 들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렵니다. 내게 미운 마음이 이 정도만 들 수 있어 다행이라고. 나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당신이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말고 아주 잠깐씩만요. 당신의 소식이 들리진 않지만 당신이 정말로 아프고, 행복하지 않다면 분명 화살은 되돌아올 겁니다. 나는 자책을 하고야 말겠지요. 그러니 부디 이대로 소식 없이 지내요. 마주치지 말아요. 미운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세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기도 하니까요.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행복하세요. 나의 미운 마음이 그 행복에 가려질 수 있도록. 참 끝까지 모순이네요. 그래도 종종 이렇게나마 당신이 볼 수 없을, 남은 것이 없어 투명해진 마음을 담아 편지를 남깁니다. 그럼 부디 오늘도 안온한 하루를 보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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