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인 것에 대한 증명

시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by maudie

내가 나인 것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조금 지치게 하는 것 같다. 무엇을 해도 온전한 나로서의 증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로 그런 생각들이 나를 옥죈다.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짙어지는 와중에 상대에게 내가 나인 것에 대해 설명하고 인정받기 까지의 시간이 생각보다도 나를 더 지치게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내가 나인 것에 대한 긴 설명이 없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들에 갇혀 오늘도 무기력한 하루를 보낸다. 어렸을 때에는 그래도 그런 것에 대한 자신이 있고, 언제나 '내가 낸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것 같은데, 왜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나는. 그때 보다도 훨씬 단단해졌다고,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나를 다져줬다고 생각하는 나는. 왜. 도대체 왜. 그때보다도 훨씬 더 여리고, 더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젠가는 정말 나도 어른이 되기는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아이 같아지는 것 같은 것은 과연 그저 기분 탓일까. 내가 나인 것에 대한 확신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단단히 다져지는 것이 아니라 왜 더 질어지고, 말랑말랑해진 걸까.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시간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도 누군가의 시선으로 봤을 때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살아온 것 같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애써 이해시키지 않아도, 내가 나인 것에 대한 인정을 받는 어른. 하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고 보니, 덩치만 커져 있었다. 아니, 오히려 마음은 더 작아져 있었다. 여기저기에 치이고 부딪혀 잔뜩 주눅이 든 어깨로 다른 사람의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만큼 작아져 있었다. 무엇이 나를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진짜' 어른이 되는 걸까. 혹시 엄마는 알까? 아니면, 아빠는?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뭘까. '진짜' 어른이 되면 내가 나인 것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걸까. 나 자체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내게 이런 질문들을 던졌고, 여전히 나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정답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여전히 우리는 그냥 아이인 채로 그대로, 그저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시야만 넓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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